[영화뷰] '귀향', 평일 낮 시간대 극장을 바꿔놓은 그 외침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04 09: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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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귀향'

75270명의 후원으로 제작된 '귀향', 개봉 10일 만에 192만 관객수 돌파

(서울=포커스뉴스) "가라, 가라, 그냥 가. 아이고, 저걸 우짠디야…"
객석이 조용할 수 없었다. 일본군이 정민(강하나 분)의 집에 들이닥쳐 있을 때였다. 멀리서 다가오는 정민을 본 부모님은 손사래를 치지만, 정민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집안으로 들어온다. 하나뿐인 딸은 그렇게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집을 떠났다.

영화 '귀향'의 한 장면이다. 평일 낮 시간대 극장은 평균 40대 정도 연령층의 관객이 객석을 메웠다. 50대 이상의 연령층을 가진 분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극장을 홀로 찾은 관객도 있었다. 한 아주머니 관객은 같이 온 친구에게 "나 벌써 세 번째 보잖아"라고 말했다. 보통 극장은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향'의 상영관은 달랐다.

극장을 메운 이들에게 '귀향'은 그냥 영화일 수가 없었다. 어쩌면 영화의 처음 등장하는 '위안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자막이 나온 그 순간부터 그랬을지 모른다.

위안부는 역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다. 다들 알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아픔에 가까이 다가가기는 힘들다. '귀향'에도 등장했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그런 걸 스스로 밝히겠냐"는 것이 사회에서 가지고 있던 인식 중 하나였다. 그 말에 할머니(손숙 분)는 "내가 그 미친년이다"라고 외친다. 숨겨야 할 과거가 아니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과거다.


'귀향'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할머니(손숙 분)와 1943년, 위안부가 된 정민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보여준다. 정민은 집에서 사랑받는 하나뿐인 외동딸이다. 엄마(오지혜 분)는 정민이 "그저 곱게" 크기만을 바란다. 정민을 "강아지"라고 부르는 아빠(정인기 분)는 마중 나온 딸을 지게에 태워서 집에 데려가는 딸바보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오열로 바뀐다. 일본군의 손에 끌려가는 딸에게 쥐여줄 것은 액운을 떨쳐줄 괴불 노리개뿐이다.

'귀향' 상영관에서 안타까운 함성은 계속됐다. 고향을 떠나 정민과 영희(서미지 분)가 당도한 곳은 중국 길림성이었다. 그곳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는 시작된다. 일본군은 소녀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일본군은 "황국의 암캐"라고 말한다. 군용 침대 하나 달랑 있는 방 안에서 소녀들은 10분 간격으로 군인을 들인다. 비명과 더러운 신음이 공간 안에 가득 찬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는 이야기다. 다만 정확히 알지 못하고, 또 그렇게 되기에 마주 보기 힘든 이야기일 뿐이다. 위안부 문제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귀향'을 보면서 다 같이 큰 공포를 느끼는 것, 그리고 안타까움에 큰 한숨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대낮의 극장에서 마냥 조용하게 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귀향'은 만신(황화순 분)과 은경(최리 분)을 등장시켜 한국 신앙과 연결한다. 씻김굿을 통해 먼저 떠난 이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자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영화의 초점이 흐려졌다는 것이 이유다. "위안부를 주제로 한 만큼 좀 더 조심스럽게 감정이입이 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무당 내용이 반 이상인 듯"(thdq*****), "의도는 좋지만, 의도만으로 평가하기엔"(pre0***)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관객들의 평점은 높고 호평이 주를 이룬다. 포털사이트의 평점 평균은 9.70이다. 관객들은 이야기의 먹먹함을 높은 평점을 준 이유로 꼽았다. "'귀향'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잊지 못할 가슴 아픈 역사적 순간으로 남았으면"(jyh9****), "팝콘을 사 들고 들어갔다 그대로 가지고 나왔습니다"(기타****), "제작과정이 14년이 걸렸네요. 주위에 꼭 보라고 추천하겠습니다. 먹먹하네요"(파**), "옆에 50대 아저씨가 손수건으로 얼굴 가리고 펑펑 울고"(song****)등의 '귀향'을 극찬하는 리뷰가 줄을 이었다.

'귀향'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75270명의 이름이 올라간다. 모두 '귀향'의 제작자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조달했다. 연출을 맡은 조정래 감독은 '나눔의 집'(위안부 생존자들의 모임이 이뤄지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긴 시간 실화를 바탕으로 '귀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관객의 반응이 하나일 수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과거를 한 번 더 각인시켰다는 점이 '귀향'의 의미가 아닐까. 이는 지난달 24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현재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정민(강하나 분)과 영희(서미지 분)이 서로를 끌어안고 환한 미소를 짓고있다. 사진은 '귀향' 메인포스터. <사진제공=와우픽처스>1943년 정민(강하나 분)이 일본군에게 끌려가고 있다. 사진은 '귀향' 스틸컷. <사진제공=와우픽처스>정민(강하나 분)이 일본군에 끌려가고 있다. 사진은 '귀향' 스틸컷. <사진제공=와우픽처스>은경(최리 분)이 굿에 임하는 모습. 사진은 '귀향' 스틸컷. <사진제공=와우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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