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한 젊은이…비판적인 장·노년층
박 대통령 향한 지지가 새누리당으로 옮겨갈까
(광명=포커스뉴스) 경기도 광명시는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 지역 국회의원(광명갑·을)이 둘 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와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들이 크게 선전을 한 덕이다. 최근 분위기를 봐선 '텃밭'이라는 별칭도 어색하지 않다.
야당에 호의적인 지역 민심을 등에 업고 현역인 백재현(갑)·이언주(을) 의원은 4·13 총선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내 경쟁자가 없어 공천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새누리당은 사정이 다르다. 광명갑·을 선거구 모두 복수의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들은 어렵사리 '1차 관문'을 통과해 정식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지난 수년간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온 더민주 현역 의원과 맞붙어야 한다.
아직 본 게임이 시작되지 않아 속단은 이르지만 상대적으로 여권의 힘이 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4·13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2일, <포커스뉴스>는 경기도 광명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지역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민심은 여의도에서 바라보는 시선과는 차이가 있었다.
◆ 더민주 현역 의원…"잘한다" vs "별로다" 팽팽
광명갑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사람은 총 10명. 새누리당 5명·더민주 1명·국민의당 3명·정의당 1명 등이다. 광명을 역시 새누리당 2명과 더민주 1명·정의당 1명 등 모두 4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아직 여야 모두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지역 곳곳에서 이들 모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웅장한 구호를 내건 큼지막한 현수막부터 활짝 웃는 후보의 얼굴이 담긴 명함까지. 예비후보들은 지하철역과 번화가를 중심으로 바쁘게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지역에서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보니 예상 외로 야권을 향한 지지세가 뚜렷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현역 백재현·이언주 더민주 의원에 대한 평가가 엇비슷하게 반반으로 나뉜 것.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 많았지만 "별로"라는 평도 그에 못지않았다.
택시운전을 하는 이정식씨는 "크게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면서도 "지금 현역 국회의원인 백재현 의원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장년의 남성 역시 "백재현 의원이 열심히 노력하고 잘한다"며 "좋다"고 했다. 특히 이 남성은 '당 때문이 아니라 인물이 잘해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당도 새누리당 아닙니까? 더민주에요? 난 몰랐네"라고 답해 야당이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언주 의원에 대한 호감도 높았다. 광명시에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는 김용희(84·여)씨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 이언주 의원이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며 "직접 대화를 해보지는 않아 잘 모르지만 여론은 좋다"고 말했다.
광명체육관 근처에서 운동 중이던 양완석(73)씨 역시 "이언주 의원이 순박하게 좀 잘하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 의원을 많이 옹호한다"며 "나도 개인적으로 그 쪽(이 의원)에게 마음이 간다"고 털어놨다.
양 씨는 "이 의원이 지역 행사에 참석을 많이 하고 잘 챙긴다"며 "당(더민주)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이언주 의원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광명전통시장 인근에서 만난 장년의 한 남성은 "(현역 의원들이) 백번 못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라며 "전부 다 물갈이를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사업을 한다고 밝힌 최모(65·여)씨도 "솔직히 우리 구역에서 (현역 의원들이) 마땅히 (제 역할을) 하지 못 한다"며 "20대 총선에서 다시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이언주 의원이나 어떤 누가 나와도 투표하기 싫다"며 "내 나이 또래들은 다 그렇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직장인 임모(27)씨 역시 "백재현 의원이 사실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의원 경력이) 오래돼서 그런지 새로운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 '무관심' 젊은 세대…'비판적' 장·노년층
평일 낮 시간대에 민심 취재를 나선 탓에 20~30대 젊은이들과 마주치기 어려웠다. 그나마 도서관 인근에서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이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바쁘다" 혹은 "정치에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치기 일쑤였다.
대학생 나규식(26)씨는 '어떤 예비후보가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파악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나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으며 "잘하고 있다는 얘기나 평가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찾은 대학원생 이설희(28·여)씨도 정치에 무관심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떠들썩한 후보가 있었을 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 지역에 어떤 의원들이 있는지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며 "나한테 와 닿는 공약이 없어서 잘 안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4·13 총선과 관련,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4월 초쯤 후보들을 살펴보고 (누굴 선택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민호(28)씨는 의도적으로 정치를 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씨는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현실적인 문제를 파악해 조치를 취하면 좋겠는데 지켜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예전에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엔 아예 관심을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안 좋은 얘기만 나오니까 일부러 뉴스도 안 본다"며 "(일부러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년층·노년층은 대체로 정치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동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던 김용희(84·여)씨는 "(정치인들이) 싸움이나 좀 안했으면 좋겠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맨날 싸움만 한다"면서 "너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도서관 근처에서 만난 최모(65)씨도 "서민들은 지금 살기가 너무 힘든데 국회의원들은 싸움만 하고 있다"며 "시민들을 골고루 잘 살게 해줘야 하는데 자기네 당만, 한쪽만 밀어준다"고 불만을 표했다.
광명에 터를 잡은 지 40년이 넘었다는 정순애(76)씨 역시 "(예전에는) 정당을 중요시했는데 (투표를) 해놓고 보니 별것도 아니더라"며 "찍어놓고 보면 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 씨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을 찍을 것"이라며 "쓸 만한 사람을 찍는 것이지 여야가 필요 없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 '조용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박 대통령이 '변수'
이날 하루 종일 광명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지역 주민들의 입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당이나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이는 이번 4·13 총선에서 광명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 가운데 민심을 '확' 휘어잡을 만큼 유명하거나 눈에 띄는 인물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 주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만 호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였다.
김용희(84·여)씨는 "우리 같은 노인들이 뭘 알아. 난 당만 생각하고 찍는다"며 "솔직히 박 대통령이 지금 잘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새누리당을) 찍는다"고 말했다.
그는 "욕하는 사람도 있고 별 사람 다 있어도 여자로서 그만큼 하는 사람 드물다"며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업가 최모씨(65·여)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잘하고 있지 않느냐"며 "(대통령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씨는 "요즘 관공서 같은 곳도 봉투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그걸 뿌리 뽑으려고 한다"며 "옛날에 (다른 정치인들은) 한다고 해놓고 흐지부지돼 안 했다"고 주장했다.
공원에서 운동 중이던 장순열(73·여)씨는 자신을 열렬한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텔레비전도 안 본다. 그냥 새누리당을 찍어준다"면서 "난 무조건 1번이야, 1번"이라고 둘째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는 "더민주는 항상 새누리당을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난 그게 싫다"며 "새누리당은 가만히 있고 안 덤벼드는데 더민주는 맨날 싸움이나 하고 드러눕는다"고 비판했다.
장 씨는 "(박 대통령이) 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더민주에서 대통령이 나왔어도 똑같을 거다"라며 "그러니까 우리는 점잖은 쪽을 택하는 것"이라고 여당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4·13 총선에서 경기 광명갑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 왼쪽부터 백재현 더민주 의원, 정은숙 전 새누리당 광명갑 당협위원장, 양순필 전 청와대 정무기획 행정관, 문현수 정의당 광명갑 지역위원장. <사진출처=중앙선관위 예비후보자 명부>4·13 총선을 앞두고 경기 광명을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이언주 더민주 의원(왼쪽부터), 이효선 전 광명시장, 주대준 전 당협위원장, 이병렬 정의당 부대표. <사진출처=중앙선관위 예비후보자 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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