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계열사 지원부담, 'A' 등급 장기물 기피현상 등 원인
시중 자금은 풍부 '부익부 빈익빈'
(서울=포커스뉴스) 회사채 발행시장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대기업을 제외하고 금리를 높게 설정해도 예정 발행물량을 채우는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물론 실적이 좋아도 계열사 지원 부담을 안고 있는 대기업도 외면을 받고 있다. 또, 'A' 등급 이하 장기물도 기피 대상이다.
2일 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4개 기업이 수요예측에서 예정 발행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올 1월에 LS전선만 미달 사태를 겪은 것에 비하면 2월에는 크게 늘어난 셈이다.
우선 대한항공이 2년 만기로 1500억원의 무보증사채를 연 4.60%에서 4.80% 내에서 발행하려고 했으나 수요예측에서 유효한 금액은 120억원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회사채로 조달하려는 금액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저유가 호재로 전년대비 58.6%나 증가한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진데다 한진해운 지원으로 시장의 우려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도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영구채 2200억원을 인수한 바 있다.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을 크게 떨어뜨렸으나 대한항공 신용도에는 악재다.
신용등급 'A'의 SKC도 수요예측에서 3년물의 경우 모두 낙찰시켰으나 5년물에서는 예정된 발행금액의 절반인 200억원만 채웠다. 지난해 화학사업의 실적 호조에도 'A' 등급의 장기물을 경계하는 시장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A+' 등급의 한화케미칼도 3년물은 채웠으나 5년물 수요예측에서 130억원 미달 사태를 겪었고, 지주사 전환 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같은 등급(A+)의 한라홀딩스는 1년6개월물, 2년물 등 비교적 단기물을 내세웠으나 1000억원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80억원을 남겼다. 한라홀딩스의 경우 여전히 계열사 한라에 대한 지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A' 등급은 물론 일부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AA' 등급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낙찰금리가 희망금리밴드 상단에 형성됐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민간시가평가대비 일정한 수준의 가산금리를 정해 희망금리밴드를 제시한다.
반면, 'AAA' 등급의 SK텔레콤은 20년만기 물량에까지 두 배 이상의 몰린 자금에 인기를 실감했다. 특히 3년물의 경우 유효경쟁률이 4.43배에 달했다. 이는 시중 자금이 여전히 풍부함을 의미한다.
IB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크레디트시장의 이슈였던 여전채(여신전문금융채권) 금리가 올 초 잠시 진정세를 보이더니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며 "이는 영업환경 악화 등이 원인인데,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실적도 문제지만 계열사 지원 부담을 안고 있는 대기업을 철저히 외면하는 분위기"라며 "마땅히 IPO(기업공개)할 계열사도 없는 대기업은 오너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면 대규모 미매각 물량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침체로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A’ 등급 이하 장기물은 철저히 외면을 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회사채 신속인수제 종료 이후 정부가 별다른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구조조정 의지를 보이는 것도 회사채 발행시장의 문을 좁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일제히 떨어진 두산그룹 계열사나 자구안을 실행 중인 현대상선 등이 올해 회사채 시장의 키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출처=HMC투자증권><출처=HMC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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