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중 역사의 현장, 옥바라지골목을 아시나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01 1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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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서대문형무소와 함께…김구 선생 등 가족들이 옥바라지하며 자연스레 생긴 마을

지난해 종로구청 관리처분계획 인가…아직 마을에 남은 18가구 "정든 고향 떠나야"

옥바라지골목 비상대책주민위 "서울시, '역사문화 환경 보존구역'으로 지정하라"
△ 서대문형무소 수감실 보는 마사키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옥바라지골목은 문화유산의 가치가 충분한데 그 골목을 전부 콘크리트로 올려버린다고 하면 되나. 너무 안타까워"

이춘자(64·여)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사라져버린다는 안타까운 사실에 한숨을 계속 내쉬었다.

이씨는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를 마주보고 있는 서울 종로구 무악동 '무악2주택재개발지구' 내 일명 '옥바라지골목'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

지난해 종로구청이 옥바라지골목 일대 무악제2구역의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내렸지만 아직도 옥바라지골목에는 112가구 중 18가구가 살고 있다.

옥바라지골목에는 곧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 서대문형무소와 옥바라지골목…함께 가야할 '문화유산'

옥바라지골목은 1908년 서대문형무소(당시 경성감옥)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100년이 넘은 동네다.

김구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애국열사, 광복 이후에는 민주화 운동가 등 가족들이 서울로 올라와 이 골목에 있는 여관이나 주민들의 집에 머무르며 옥바라지를 했던 근현대사 애환이 묻어있는 현장이다.

옥바라지골목은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자란 동네이고 그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기도 하다.

옥바라지골목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옥바라지골목이 이처럼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재개발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서대문형무소가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가두기 위해서 만든 것으로 식민지배를 상징한다면 옥바라지골목이야말로 식민지배에 저항했던 사람들을 바라지했던 가족들의 삶의 기억이 깃든 장소"라고 주장했다.

이어 "옥바라지골목 보존이 역사를 제대로 지키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서대문형무소만 분리해서 기억하는 것은 그 곳에서 저항했던 독립투사들을 고립된 방식으로 기억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 비상대책주민위원회 "서울시, 옥바라지골목 '역사문화 환경 보존구역' 지정하라"

옥바라지골목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어릴 때부터 살았던 정든 마을을 떠나 보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옥바라지골목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최은아(48·여)씨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보낸 마을을 떠나야 한다.

최씨는 "옥바라지 골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악동 옥바라지골목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주민위원회는 지난해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또 7월에는 '옥바라지골목이 재개발로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서울시에 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박금년(64·여)씨는 옥바리지골목에서만 42년을 살았다.

박씨는 "21살 때 인왕산 앞의 창고 같은 판자집을 얻어서 직장 다니며 살았다"며 "우리 마을을 한옥마을로 꾸미면 좋겠다. 빌딩 숲만 만들 것이 아니라 서대문형무소에 갔다가 우리 마을도 들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옥바라지골목이 '재개발'이 아닌 문화골목으로 '재생' 되기를 바란다.

비상대책주민위원회는 "서울시는 옥바라지골목의 역사적 의미가 재조명되기 전에 서둘러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옥바라지골목을 대한 역사문화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옥바라지골목의 가치를 재발견해 후대에 길이 남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주민위원회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옥바라지골목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옥바라지골목을 역사문화 보존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상대책주민위원회의 민원이 받아질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한 뒤 "무악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그들의 민원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했다.서울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골목'. <사진출처=포커스뉴스 동영상 캡처>전남도 명예도민으로 선정된 다치카와 마사키 일본 겐다이 소속 기자가 지난해 10월 오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서울 서대문형무소 내 수감실을 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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