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개그우먼 '송은이&김숙' 진행…청춘들의 마음 속 고민 해결
연애·취업·인간관계 등 다양한 고민…"사람과 '관계' 사연, 가장 많아"
팟캐스트 방송 1위·다운로드 누적
(서울=포커스뉴스) # 1. 저는 14년간 담배를 피워온 애연가고요.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결혼 날짜를 잡을 쯤부터 담배를 끊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잘 안됩니다. 예비신랑은 제가 당연히 끊은 줄 알고 있어서, 저는 몰래 밖에서 피고 오거나 데이트 전에는 항상 샤워를 합니다. 사실 결혼하면 임신도 할텐데 이제는 담배를 완전히 끊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만일 고민녀의 예비신랑이 흡연자이거나 아예 담배를 끊을 자신이 없으면 사실대로 얘기하세요. “당신도 피우지 않냐”면서요. 초장 기싸움에서 남편에게 이기면 담배를 필 수 있겠죠. 아니면 평생 남편 몰래 피워야 할지도 몰라요. 몰래 피우는 건 구차한 것 같아요. 일단 하루만 끊어 봅시다. 그럼 그게 일주일, 한 달이 되겠죠.
# 2. 저는 술버릇이 좋지 않습니다. 술만 마시면 사랑이 넘쳐서 취중고백을 남발하는 겁니다. 대상은 휴대폰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친구들과 어색해지고, 이러다가 택배 아저씨에게도 사랑 고백할까봐 걱정입니다.
- 주 3회 이상 이런 술버릇이 나오면 무조건 술 끊으세요. 아예 싹을 잘라야 합니다. 송은이씨도 술을 절대로 먹지 마세요.
# 3. 제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하나 샀는데요. 실수로 배송지에 예전 살던 집 주소로 보내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경비아저씨께 부탁을 드렸고 확답도 받았어요. 택배를 찾으러 갔더니 현재 사는 사람이 뜯어 사용하고 있었죠. 그분은 누가 보낸 줄 알고 사용했다 하네요. 이럴 땐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경비아저씨의 잘못인가요? 아니면 자기 물건인지 확인도 안하고 물건을 사용해버린 그분 잘못인가요? 애초에 배송지를 잘 못 적은 제 잘못인가요?
- 일단 당신의 잘못은 없는 것 같아요. 만약 택배 인수증이 경비아저씨에게 있다면 택배회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 집에서 살고 계신 분이 알고도 물건을 사용했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고요. 알고도 썼다면 그것은 범죄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팟캐스트 방송 ‘송은이&김숙 비밀보장’. 익명의 청취자들로부터 고민을 듣고 그 해결방법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청취자의 고민에 20년차 개그우먼 송·김씨가 제시하는 유쾌한 답변을 듣노라면 누구라도 함께 공감하게 돼 박수가 절로 나온다.
송씨와 김씨가 처음에는 그저 농담처럼 가볍게 시작했던 이 프로그램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현재 팟캐스트 방송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로그램 누적 다운로드 횟수만도 무려 1700만회를 돌파해 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
'비밀보장'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청취자들을 보유할 수 있었던 성공비결은 뭘까.
여기에는 대단한 홍보나 마케팅이 아니라 다름 아닌 두 진행자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공감과 재미’에 있다.
항상 우리들의 마음 한 켠을 불편하게 했던 문제가 함께 웃고 떠드는 사이에 자연스레 해결된다.
송씨와 김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들과 주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최근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이란 단행본도 출간했다.
둘은 책에서 “사실 우리는 살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결정짓지 못하고 산다. 사소해서 그리고 남들이 ‘그런 문제로 뭐하러 끙끙대느냐’며 비웃을까봐 말 못하는 고민들을 안고 산다”며 “그런 고민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감해주고 그 고민들을 ‘저희가 아는 선’에서 해결해드리고자 했다”며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또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차라리 ‘제3자’에게 물어보면 더 정확한 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제3자가 ‘비밀보장’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인맥을 총동원’해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며 “금전 고민은 방송인 김생민씨, 창업 고민은 개그맨 유상무와 가수 심태윤씨, 법률상담은 담당 변호사 그리고 같은 고민을 접한 적이 있는 일반인들까지 고민 해결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와 김씨는 "가장 많이 들어오는 사연은 '연애와 우정'에 관련된 것"이라며 "가족문제, 친구문제, 직장문제 등도 사실은 '관계'에서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취자들이 보내주는 사연 중에는 마음 속 깊은 고민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청춘들의 고민이 많다. 연애, 취업, 금전 그리고 우정 등 문제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이기도 하지만 특이한 사연들도 많다.
한 청취자는 “오늘 너무 피곤한데 그래도 씻고 잘까요, 아니면 일단 자고 내일 일어나서 씻을까요?”라는 고민을 보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연 보내지 말고 사연 쓰는 시간에 씻었겠네요”라며 우스갯소리로 답변하기도 했다.
많은 직장인들도 고민거리를 보내온다. 대부분 직장 동료와 선후배들간 ‘관계’ 문제, 회식 술자리에서 실수 문제 등 다양하다.
직장인 A씨는 “상사가 본인은 토요일에 사무실에 나오면서 저한테는 주말에 쉬라고 하는데 어쩌죠?”라는 고민을 보내자 이들은 “쉬라면 쉬어야죠. 왜 직장상사 말을 안들을려고 해요”라고 속시원히 답변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점심시간마다 회사 선배들이 저보고 점심메뉴를 선택하라고 해요. 메뉴를 추천해 주세요”라고 묻자 이들은 “일주일 동안 똑같은 메뉴를 시켜보세요. 그럼 이제 당신한테 부탁 안 할 겁니다”라는 재치만점의 답을 주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청취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비밀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모든 사연은 익명으로 처리돼 누가 그 사연을 보냈는지 다른 청취자들은 알 수 없다.
청취자들은 이런 자잘하면서도 ‘나한테도 있을법한 고민’을 듣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송씨와 김씨의 유머를 즐긴다.
청취자 김모(31)씨는 “출퇴근 길에 가끔 듣곤 한다”며 “두 분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머가 참 재밌다”라고 말했다.
또 “고민을 들었을 때 ‘나도 저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지’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청취자 성모(28·여)씨는 “고민을 정리해 줄 때 송은이씨, 김숙씨만 매주 고민을 해결해줬다면 식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며 “그러나 비밀보장은 매주 다양한 연예인, 일반인들이 고민을 해결해주는 점이 이 프로그램을 듣게 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청취자 고모(25)씨는 “‘기업 면접’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 보낸 사연과 김씨의 지인이기도 한 실제 면접담당관의 고민 해결 방안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일단 김씨가 공인이고 그의 지인이기 때문에 답변에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취업 관련 사이트에 늘상 나와 있는 답변 같을 수도 있겠지만 ‘공감과 유머’가 곁들어져 있어 있으니 받아들이기가 쉬웠다는 것이 고씨의 설명이다.
네티즌 fhzl***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탈모'에 관한 고민과 해결방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현실적인 사연으로 평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청취 소감을 전했다.
매주 수요일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 ‘언니네 라디오’에까지 확장됐다.
프로그램 관계자에 따르면 팟캐스트가 공중파까지 진출한 것은 ‘비밀보장’이 국내 처음이다.
송씨와 김씨는 ‘비밀보장’의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29일 모바일 방송국 ‘비보티비(VIVO TV)’를 개국했다.
송은이씨가 기획하고 김숙씨, 김수용씨 등이 출연한다.
'나는 급스타다'는 VIVO TV의 첫 번째 콘텐츠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전성기를 맞고 있는 김숙씨가 주연을 맡았다.
‘송은이&김숙 비밀보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vivo.modoo.at/)에서 확인할 수 있다.<사진출처=비보티비(VIVO TV) 공식 페이스북><사진출처=비보티비(VIVO TV) 공식 페이스북><사진출처=비보티비(VIVO TV)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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