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들 "'통합전자보안시스템'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아"
경비원 "우리를 내보내고 왜 다른 경비원들이 오는지 모르겠다"
(서울=포커스뉴스) “공주님, 밥은 먹고 다니시나요?”
최근 아파트 전체 경비원 해고로 논란이 인 서울 강서구의 ‘ㄷ’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의 한 60대 경비원 A씨가 기자와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었다.
A씨는 “아파트 라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다 나의 ‘공주님, 왕자님’이예요”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모두 10개동 660세대로 구성돼 있다. 지은지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근무하는 경비원은 모두 44명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은 모두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일방적인 통보로 일자리를 하루 아침에 잃게 됐다.
후임자들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오는 29일 오후 5시에 모두 실직자가 된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이유로 경비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그러나 “다음달 2일이면 기존 경비원들이 아닌 새로운 경비원들이 일을 하게 된다”고 A씨가 말했다.
A씨는 “아마 자동시스템 도입 전까지 새로온 경비원들이 일을 하고 그들도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 해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대하는 경비원들은 지난 25일 해당 아파트 입구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서다.
앞서 경비원들은 지난 22일쯤 새로 입찰된 이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회사에서 진행하는 면접을 봤다.
이후 신규 용역업체는 지난 24일 “2016년 3월 1일부터 당사와 같이 경비근무를 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가내 화평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39명의 경비원에게 보냈다.
나머지 5명의 경비원들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은 상태다.
5명의 경비원들은 일을 할 수 있게 될지 아니면 해고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우리 경비원들을 해고시키기 위한 명목을 만들려고 면접을 진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면접에서 나온 질문들이 통상 경비업체 면접에서 나오지 않는 것들이었다.
질문은 총 4가지였다. 처음에는 다짜고짜 회사 소개를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이후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얼마나 근무했는지, 경비원 근무는 얼마나 했는지 그리고 살고 있는 집이 어디냐 등을 물은 뒤 ‘자가’인지를 물었다.
A씨는 “(내가 떠나는 것을) 주민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눈물을 보이는 할머니도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주민 일부는 "경비원 해고 문제는 결국 입주자 대표회의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주민 C(여)씨는 "경비아저씨들이 해고되는 것도 부당한 일이지만 주민들에게는 경비원들이 꼭 필요해요. 왜 주민들의 의견은 들어주지 않을까요"라고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미 두 차례 부결 판정이 된 ‘통합전자보안시스템’ 도입 결정 여부가 최근 결정됐다.
입주자 대표회는 “전체 660세대 중 406표가 찬성을 했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이 투표를 진행했을 당시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정모씨와 그의 가족들이 ‘직접’ 종이를 들고 다니며 ‘살고 있는 동, 호수와 이름을 쓰고 동의, 부동의란에 표시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입주자 대표 눈 앞에서 서명을 해야 했기에 반강제적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결국 동의란에 표시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아파트 주민들을 전했다.
또 “‘부동의’라는 글씨가 보이는 칸은 (정씨 등이) 손으로 자연스럽게 가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시스템이 도입되니 아파트 경비원들이 나가야한다’는 공지를 통보 받은 주민들이 투표 결과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 대표가 ‘확인하고 싶으면 주민등록증을 들고 우리집으로 오라’고 지난번 회의에서 말했다”고 주민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406표가 정말 주민들로부터 나온 표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경비원들이 해고돼야 하는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다는 점에 불만을 보였다.
주민 B(71)씨는 “(정 대표가) 시스템 운영비가 경비원 인건비보다 유리하다던지 그리고 시스템 견적이 얼마가 나왔다라던지 등 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우선 아파트 설립이 20년이 넘어 노후화돼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터폰, 화재경보기 등 바꿔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장기수선충당금’이라는 명목으로 신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입주자 대표회의는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내 온수배관 등 유지보수를 위해 사용하는 금액이다.
지금처럼 신규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금액이 아니다.
또 다른 주민 D씨는 “입주자 대표의 의견대로 장기수선충당금을 시스템 설치에 사용하면 차후 유지보수에 필요한 돈을 아파트 주민이 부담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입주자 대표가 최근 단지내 방송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형사 고발하겠다"고 말했다며 각자 의견을 내놓는데 약간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아마 입주자 대표가 이런 횡포를 부리는 것은 비단 우리 아파트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아파트 경비원 용역 업체 D사가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ㄷ'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보낸 해고 통보 문자 일부. 2016.02.26 신성아 기자 sungah@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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