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들의 외침…"진짜 사람의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24 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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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2·24 앰네스티 유령집회' 열어

'진짜 사람'이 집회 시위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풍자'

경찰 집회 금지 비율 급격히 증가…"집회 시위 자유 후퇴"
△ 엠네스티 유령집회

(서울=포커스뉴스) 24일 오후 8시 30분. 어둑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파란 '유령'들이 나타났다.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보장하라"

유령들은 저마다 손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앰네스티)가 연 '2·24 앰네스티 유령집회' 풍경이다.

앰네스티는 진짜 유령이 아닌 '유령의 형상'을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홀로그램 특수 스크린에 등장시켰다. '진짜 사람'은 집회 시위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풍자하는 홀로그램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서 있는 이곳 광화문광장부터 청와대까지 집회를 할 수 없는 금지구역이 돼버렸다"며 "교통불편을 이유로 집회가 금지된 이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가 가능한건 우리와 같은 유령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령의 형상을 한 사람들이 야외에 설치한 홀로그램 스크린 위로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들을 외치며 하나 둘 지나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을 비롯한 300여명의 시민들이 앰네스티가 준비한 홀로그램 캠페인을 보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이날 열린 홀로그램 시위는 여러모로 뜻깊은 의미가 있다.

24일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3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며, 이번 홀로그램 시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4월 스페인에서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 시위인 '홀로그램 포 프리덤'이 시도됐다.

특수 스크린 속 행진을 마친 유령 형상들은 어느새 '집회는 인권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대열을 맞춰 모였다.

그리고는 서울지방경찰청이 불편함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비율과 최루액 및 물포 사용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앰네스티가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불편함'(생활의 평온을 침해, 교통의 불편 등)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비율은 2011년 39.6%에서 2015년(1~10월) 81.7%로 증가했다.

집회·시위에서의 최루액 및 물포 사용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앰네스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7.5톤이었던 물포 사용량은 2015년 281.2톤으로 늘었으며, 최루액 사용은 2013년 484.79ℓ에서 2015년 540.75ℓ로 수치가 뛰었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앰네스티는 2008년부터 집회 시위 자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해가 갈수록 집회 시위의 자유가 후퇴함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세월호 1주기 시위 이후 더욱 지나치게 집회시위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며 "광화문에서 청와대는 집회 시위 금지 구역이 됐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유령이되, 유령이 아니다"

이날 '유령 형상'들의 집회·시위는 유령들의 발언으로 마무리 됐다.

특수 스크린 속 유령들은 "집회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우리는 오늘 하루 유령이 됐다. 유령이 돼서라도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유령들의 집회는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둑한 광화문광장, 특수 스크린 속에 있던 유령들은 이내 사라졌다.

스크린에는 '홀로그램 시위가 마지막이기를 바란다'는 글자가 떠올랐다.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차원 영상(홀로그램)을 이용해 열린 '2ㆍ24 앰네스티 유령집회'에서 '집회ㆍ시위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제의 영상이 스크린에 영사되고 있다. 2016.02.24 양지웅 기자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차원 영상(홀로그램)을 이용해 열린 '2ㆍ24 앰네스티 유령집회'에서 '집회ㆍ시위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제의 영상이 스크린에 영사되고 있다. 2016.02.24 양지웅 기자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차원 영상(홀로그램)을 이용해 열린 '2ㆍ24 앰네스티 유령집회'에서 '집회ㆍ시위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제의 영상이 스크린에 영사되고 있다. 2016.02.24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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