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레버쿠젠과 도르트문트간의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후반전 경기 도중 주심이 경기 중단을 선언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 약 10분간 경기가 지연된 것.
▲츠바이어 주심은 왜 경기를 중단시켰나
도르트문트는 2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에서 열린 레버쿠젠과의 2015-2016 독일 분데스리가 2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29분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결승골을 터트려 1-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레버쿠젠 벤치는 오바메양의 득점 상황에 대해 츠바이어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로저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은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슈미트 감독은 퇴장 명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의를 계속했다. 이에 츠바이어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부심들과 함께 라커룸으로 향해 경기가 중단됐다. 결국 심판진은 라커룸으로 향한지 9분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해 경기를 속개했지만 경기까지 중단시킨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프리킥이었다. 도르트문트 수비진은 슈테판 키슬링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스벤 벤더가 키슬링에게 반칙을 얻어냈고 이를 마티아스 긴터가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해 결국 오바메양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긴터가 프리킥을 찬 지점은 스벤 벤더가 반칙을 당한 지점과는 2m 이상 떨어진 곳이었고 슈미트 감독은 이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퇴장을 당했다.
츠바이어 주심은 주장인 키슬링을 통해 슈미트 감독에게 퇴장을 명했지만 그는 주심이 직접 자신에게 와서 대화할 것을 요구하며 벤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츠바이어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부심들을 소집해 함께 라커룸으로 향했다.
▲경기중단, 규정상으로는 적법
사상 초유의 경기 중단 사태에 대해 독일축구협회(DFB) 심판위원장인 헤어베르트 판델은 독일 매체들과이 인터뷰를 통해 "주심의 판정은 정확했다"고 전제하며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퇴장 명령을 거부할 경우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까지 분데스리가 주심으로 활동했던 페터 가겔만 역시 츠바이어 주심을 옹호했다. 가겔만은 "주심은 주장을 통해 벤치에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경기 중 감독은 선수와 동일한 만큼 퇴장을 당하고도 그라운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심판진은 당연히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덧붙여 슈미트 감독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단 DFB 규정에 따르면 이번 경기 중단은 심판의 재량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경기 심판 규정에는 '경기를 방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심판 재량에 따라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고 몰수패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기술돼 있다.
경기 후 독일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츠바이어 주심은 "수 차례 슈미트 감독에게 퇴장할 것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차례 퇴장 명령을 전달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만큼 경기 중단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쉬움 남긴 운영의 묘
레버쿠젠과 도르트문트간의 경기는 21라운드까지 2위(도르트문트)와 3위(레버쿠젠)를 달리던 팀들간의 경기였고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경기였다. 팬들의 큰 주목을 받았음은 당연했다. 때문에 츠바이어 주심의 매끄럽지 않은 경기 운영이나 슈미트 감독의 적법하지 않은 처신 역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다.
주장으로 슈미트 감독에게 퇴장 사실을 전했던 키슬링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불필요하고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주심이 그냥 감독에게 가서 상황을 이야기했으면 됐을 일"이라는 말로 답답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주심의 프리킥 선언에 문제점은 없었나
심판위원장과 전 주심 등이 츠바이어 주심의 편에 섰고 규정상으로도 경기중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슈미트 감독이 항의한 보다 원론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츠바이어 주심에게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책임에서 자유롭진 않다.
슈미트 감독이 항의한 것은 반칙이 일어난 곳에서 족히 3m는 떨어진 곳에서 긴터가 프리킥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분데스리가에서는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약 12년전인 2004년 2월28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홈에서 볼프스부르크와 2003-2004 시즌 22라운드 경기를 치렀고 당시 전반 11분만에 터진 로이 마카이의 선제골 상황이 이와 비슷했다.
당시 중앙선 부근에서 공중볼을 다투던 마카이는 마리노 빌리스코프로부터 반칙을 얻었다. 하지만 제 호베르투는 반칙 상황이 발생한 곳보다 역시 3m 이상은 족히 전진한 곳에서 빠르게 전방에 로빙으로 프리킥을 시도했고 마카이는 이를 강력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당시에도 논란이 됐고 결국 골로 인정됐다. 위르겐 뢰버 당시 볼프스부르크 감독의 강력한 항의도 판정을 번복시키진 못했다. 하지만 토르스텐 킨회퍼 주심의 판정은 프리킥 위치를 임의로 너무 넓게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심판위원회 역시 이에 대해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판정"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판정은 향후 분데스리가에서 반칙이 발생한 위치와 프리킥 위치를 최대한 가깝게 위치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슈미트 감독에 대한 제재 뒤따르나?
어떤 상황에서 비롯됐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슈미트 감독은 주심의 적법한 퇴장 명령을 거부했다. 당연히 향후 추가 징계가 따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일단 DFB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뒤따를 수 있는 후속 조치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나마 가장 약한 징계가 나온다면 벌금이다. 하지만 벌금 외에도 소폭의 출장 정지가 추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해 강력한 징계가 나온다면 몇 경기의 출장정지가 아닌 일정기간을 한정한 출장정지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폭의 출장정지일 경우 이는 리그 경기에만 국한된다. 하지만 일정기간을 한정한 징계가 내려진다면 해당 기간동안 감독석에 앉는 것은 물론 팀 훈련을 이끄는 등 축구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레버쿠젠/독일=게티/포커스뉴스> 루디 푈러 레버쿠젠 스포츠이사가 2월22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에서 열린 2015-2016 독일 분데스리가 22라운드 레버쿠젠과 도르트문트간의 경기가 끝난 이후 경기 중 발생한 경기중단 사태에 대해 펠릭스 츠바이어 주심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레버쿠젠/독일=게티/포커스뉴스> 2월22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에서 열린 2015-2016 독일 분데스리가 22라운드 레버쿠젠과 도르트문트간의 경기 도중 펠릭스 츠바이어 주심이 경기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레버쿠젠/독일=게티/포커스뉴스> 2월22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에서 열린 2015-2016 독일 분데스리가 22라운드 레버쿠젠과 도르트문트간의 경기에서 레버쿠젠 주장 슈테판 키슬링(왼쪽)이 로저 슈미트 감독에게 주심으로부터의 퇴장 명령을 전달하고 있다.(C)게티이미지/멀티비츠<묀헨글라드바흐/독일=게티/포커스뉴스> 바이에른 뮌헨 로이 마카이(오른쪽)가 2006년 1월27일 오후(한국시간)에 열린 묀헨글라드바흐와의 2005-2006 시즌 분데스리가 원정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팀 동료 제 호베르투의 축하를 받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