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이미 복수노조 허용…판결 영향 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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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호 외치는 양대노조 제조공투본 |
(서울=포커스뉴스)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 산하 지회가 조합원 총회로 상급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양대노총의 반응은 확연히 엇갈렸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한 것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만들어지는 기업별 노조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박은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은 19일 내려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역사를 훔쳐간 판결”이라고 평가하는 등 강하게 규탄했다.
박 정책국장은 이날 포커스뉴스와 통화에서 “노동운동은 산별노조를 토대로 발전해왔다”며 “이번 판결은 노조의 민주화 발전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노총도 산별노조를 기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민주노총의 조합원 80% 이상이 산별노조를 기준으로 편성돼 있다”며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미) 복수노조가 허용돼 소속된 노조가 마음에 안 들면 나와서 다시 노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오늘 판결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전국 각 지역마다 기업별 노조가 생겨났다.
다시 말해 하나의 사업장에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 조합원과 해당 기업의 노조 조합원이 함께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어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운동을 악화시키려는 보수적인 색깔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금도 대부분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로 교섭이나 협약을 맺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경북 경주 자동차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 근로자 정모씨 등 4명이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낸 총회결의무효 등 소송의 상고심을 열고 “기업노조로 집단탈퇴한 조직형태 변경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지난 2010년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회사가 경비인력을 외주화하겠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은 직장폐쇄와 함께 징계성 해고를 남발하는 식으로 노조에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총회를 소집해 금속노조 탈퇴를 의결하고 발레오전장노조를 설립했다. 총회에는 601명의 노조원 중 533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규약상 단위노조의 경우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능하다.
또 조합원이 탈퇴하기 위해서는 지회장, 지부장, 위원장 등 결재를 거쳐야 하는 절차상 문제도 있었다.
결국 금속노조 측은 “소집권한이 없는 자가 소집한 총회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경주시장에게 노조설립신고에 대해 반려 요청을 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한달 후 601명 조합원 중 550명이 참석한 총회가 다시 열렸고 찬성 97.5%로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변경하는 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투표에 참석하지 않은 지회 임원 등이 해당 총회결의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나긴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앞서 1심과 2심은 모두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는 “독자적인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발레오전장지회는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이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를 전원합의체에 부쳐 심리해왔다.
한편 지난 1997년 노동관계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별 노조의 산별전환이 가능해졌다.
기업별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총회나 대의원회에서 과반수 참석에 3분의 2가 찬성하면 된다. 기업별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하면 산별노조의 지부가 된다.
이후 1998년 2월 보건의료노조 설립을 시작으로 대학노조, 1999년 운송하역노조, 2000년 금융·언론노조, 2001년 금속·택시노조 등이 산별노조로 전환했다.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2대지침 폐기, 양대노총 공동투쟁 및 불복종 투쟁 선포식'에 참석한 양대노조 제조공투본 위원장들이 투쟁선언문 낭독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화학노련 위원장, 김상구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신환섭 민주노총 화섬연맹 위원장.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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