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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
(서울=포커스뉴스) 학교에서 주어진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교사의 유가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A(50)씨의 부인 B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보상금 부지급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A씨는 지난 1991년부터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2012년 S중학교로 전보돼 수학 수업을 담당했다.
A씨는 S중학교에서 처음으로 학생생활인권부장을 맡게 됐고 등·하교시 학생생활지도,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학교폭력예방교육 프로그램의 준비·실시, 학교폭력 가해학생·피해학생·학부모와 면담 후 진술서를 작성하는 업무 등을 수행했다.
또 S중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 준비와 회의 참석, 학폭위 의결 조치에 대한 집행 등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평소 활달한 성격으로 동료 교직원과 잘 어울리던 A씨는 학생생활인권부장을 담당하며 괴로워하는 일이 많았다.
학폭위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출석정지나 전학처분, 선도처분 등이 내려지자 스승으로서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학부모들의 질책도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A씨는 같은해 7월 교장에게 학생생활인권부장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보직을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같은해 9월 S중학교 2학년 학생 12명이 1학년 학생 13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는 신고가 있어 A씨가 가해학생을 대상으로 한 면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이 신고한 피해학생을 협박하는 일이 생겼고 피해학생 학부모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폭위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항의와 함께 가해학생 6명 전원에 대한 전학조치 등 처분이 내려지자 A씨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A씨는 괴로운 마음에 동료교사를 만나 “너무 힘들다. 학폭위가 너무 빨리 열려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고 절차 문제도 심각하다”며 “가해학생 6명 전원에 대한 강제전학 결정은 너무 심했다”고 토로했다.
귀가한 후 부인 B씨에게도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마음이 무겁다.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A씨는 학교 5층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을 맸고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후 부인 B씨는 경기도 모 교육청 교육장을 통해 공무원 연금공단에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보상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업무상 사유로 극단적인 심신상실 등 상태에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보상금 부지급결정을 했다.
결국 부인은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모두 공무원 연금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심적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몇가지 이유를 들어 그의 자살이 업무 사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20년 이상 교사로 근무한 A씨가 주당 20시간 수학수업을 진행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점 △2012년 7월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스트레스 수치 등에 관해 정상 판정을 받았고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 등이 발병했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A씨가 학폭위를 담당할 당시 다른 해에 비해 자주 학폭위가 열리긴 했지만 초과근무내역 등을 볼 때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됐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망인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다거나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러나 원심은 망인이 도저히 감내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공무상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에 기인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사망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상 재해에서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대법원.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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