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1899호펜하임이 28세 신예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올시즌 마쿠스 기스돌 감독 체제로 시작했지만 11라운드부터 후프 스티븐스 감독이 팀을 맡았고 21라운드부터는 나겔스만 감독이 팀을 이끈다.
당초 나겔스만 감독은 호펜하임이 1부리그에 잔류한다는 전제 하에 다음시즌 감독 부임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스티븐스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하면서 조금 일찍 팀을 맡게 됐다.
▲암울한 호펜하임 분위기, 이보다 더 암울할 수 있을까
개막 이후 10라운드까지 기스돌 체제에서 호펜하임은 1승 3무 6패, 승점 6점을 기록했다. 이어 스티븐스 감독은 똑같은 10경기에서 1승 5무 4패, 승점 8점을 올렸다. 기스돌 감독이 10경기에서 19실점을 기록한 반면 스티븐스 감독은 같은 경기 수에서 11골만을 내주며 수비진을 안정화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득점력은 12골에서 6골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잔류 청부사의 중책을 맡고 부임한 스티븐스였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올시즌 잔여 경기는 14경기. 나겔스만 감독은 14경기만에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분위기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9라운드에서 강등권인 17위로 떨어진 이후 12주째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 4경기에서도 1무 3패로 부진하다. 최근에는 2연패 중이다.
앞선 20경기에서 고작 2승에 그치며 리그 최소 승수만을 기록중인 호펜하임임을 감안하면 반등 가능성 자체는 극히 낮다. 10라운드 종료 현재 2승 8무 10패, 승점 14점에 그치고 있다. 최하위 하노버와 승점에서 동률인 상태로 득실에서 4골이 앞서 있을 뿐이다. 잔류 마지노선인 15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승점 21점)와의 승점차는 벌써 7점이다. 승강 플레이오프권인 16위 베르더 브레멘(승점 19점)과의 승점차도 5점이다. 연승을 거둬도 브레멘이 함께 승수를 쌓으면 단기간 내에 잔류권으로 도약할 수 없는 상태다.
▲신예 나겔스만, 지도자 경력은?
이제 호펜하임의 운명은 나겔스만 분데스리가 감독 경험이 전무한 28세 신예 나겔스만이 쥐게 됐다. 물론 좋은 지도자의 덕목에 나이는 필요치 않다. 하지만 성인팀 감독 경력이 전무한 점은 분명한 불안요소다.
현역으로서 1860뮌헨을 거쳐 20세의 나이로 아우크스부르크 리저브팀에 합류한 나겔스만은 첫 시즌 발목 부상으로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고 더 이상 현역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으며 곧바로 은퇴를 결심했다. 독일축구협회(DFB) 공식 자료에서 나겔스만의 공식경기 출장 기록을 찾을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올시즌 호펜하임 선수단에서 나겔스만 감독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도 있다. 1987년생인 나겔스만 감독은 1982년생인 공격수 케빈 쿠라니와 1986년생인 미드필더 오이겐 폴란스키보다 젊다. 1984년생인 카이 에르딩도 나겔스만보다 나이가 많다. 공격수 아담 살라이, 미드필더인 피르민 슈베글러 등과는 동갑내기다.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나이와는 무관하지만 나겔스만의 상대적으로 매우 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현역으로 뛰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지만 나겔스만은 현역 이후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7-2008 시즌 도중 은퇴한 그는 곧바로 당시 아우크스부르크를 이끌던 토마스 투헬(현 도르트문트 감독) 감독 하에서 코치를 맡았다.
이어 2008년에는 1860 17세 이하팀 코치를 맡았고 2010년에는 호펜하임 17세 이하 코치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17세 이하 감독과 성인팀 코치, 19세 이하팀 감독 등을 차례로 맡았다. 호펜하임 19세 이하팀을 이끌며 2014년에는 유스A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015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우승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로 이 부문 최연소 우승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빠르고 다양한 포지션 가능한 선수 선호, 축구철학은 높은 볼 점유율
나겔스만이 호펜하임을 이끌고 분데스리가에서 어떤 색깔을 구현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전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만 2014년과 2015년 유스A팀 이끌 당시를 고려하면 나겔스만의 스타일은 빠르고 볼 간수에 능한 선수를 선호하고 이를 통해 공격 진영에서 높은 볼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A급 지도자 자격증을 1.0(1.0이 만점)의 완벽한 점수로 통과한 그는 투헬 감독의 권유로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할 당시 바이에른 유스팀 지도자 자리를 제안받기도 했을 정도로 촉망받는 지도자였다. 물론 이 같은 평가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현재 호펜하임에서 활약중인 중앙 수비수 니클라스 쥘레를 비롯해 측면 및 중앙 공격수인 나디엠 아미리, 공격자원인 필립 옥스 등은 그가 유스팀에서 지도한 작품들이다. 올시즌 2부리그 SC프라이부르크로 임대를 떠난 공격자원 조슈아 메스 역시 그의 지도를 받았다.
나겔스만 감독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고 빠른 선수들을 선호한다. 나겔스만은 2014년 유스A 우승 당시 독일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본적으로 스피드는 중요하다"며 "공수 전환이 빨라야 하고 공격 진영에서도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체격 조건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는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가 언급한 덕목을 갖추고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유리한 체격조건만으로 출장시간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초창기 투헬 감독 하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그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스스로는 투헬 감독 스타일과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는 "부상으로 시즌 중 현역을 떠났지만 여전히 계약기간이 남아있었고 당시 투헬 감독은 지난 경기들에 대한 분석과 향후 대결할 팀들에 대한 전력 분석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지도자로 접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비디오 분석을 통해 자료를 전달해준 만큼 투헬을 위해 일하긴 했지만 투헬과 함께 일했던 것은 아니다"는 말로 동일시 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투헬 감독과의 유사점은 다른 예에서도 볼 수 있다. 나겔스만은 여전히 비디오 분석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상대팀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상대팀의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해 그에 따른 맞춤 전술을 택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소속팀 선수들이 하나의 포지션이 아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는 부인하지만 큰 틀에서 투헬 감독과 스타일상의 유사점은 분명한 셈이다.
▲올시즌 3번째 감독 맞이하는 김진수, 전망은?
나겔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빠르고 다양한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한 선수다. 체격조건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 만큼 김진수로서는 빠른 공수 전환과 공격시 과감한 공격 전개 등과 같은 장점을 발휘할 경우 새로운 감독의 축구철학에 부합될 수 있다.
나겔스만은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로 표현한다. 다음시즌 호펜하임 감독으로의 부임이 확정됐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라며 "비디오 분석이나 상대팀 전력 파악, 선수들의 특징 파악 등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타임플랜을 이미 짰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명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호펜하임의 운명, 클럽 역사상 첫 2부리그 강등 면할 수 있나
성인팀 감독으로의 첫 발을 내딛는 나겔스만 감독인 만큼 그보다 더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다. 호펜하임의 올시즌 목표는 단 하나, 잔류다. 잔류만 이뤄낸다면 나겔스만의 지도자로서의 첫 발은 완벽하게 떼는 셈이다.
1부리그 감독직은 감독의 능력이나 자질을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확실한 축구철학과 지도력을 바탕으로 성적을 내야만 하는 자리다. 나겔스만을 택한 호펜하임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나겔스만 감독 하에서 부진이 이어진다 해도 또 다시 감독을 교체할 수는 없다. 한 시즌 3명의 감독도 부담스럽지만 4명의 감독은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호펜하임으로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나겔스만 감독으로서도 구단의 선택이 도박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결코 쉽지 않은 도전임은 분명하다.<라이프치히/독일=게티/포커스뉴스> 율리안 나겔스만 호펜하임 감독이 호펜하임 19세 이하 감독이던 지난 2015년 5월14일 오후(한국시간) 라이프치히 19세 이하팀과의 원정경기에서 선수에게 주문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하노버/독일=게티/포커스뉴스> 호펜하임 유스A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2015년 6월22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하노버96 유스A팀과의 경기에서 소속팀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베를린/독일=게티/포커스뉴스>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의 김진수(오른쪽)가 2015년 11월 2일 오후(한국시간)에 열린 헤르타 베를린과의 원정경기에서 상대 선수 얀니 레게젤과 볼다툼을 하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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