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전담팀 구성…수사 탄력 붙나
피해자 고통 현재 진행형…"정부 추가 조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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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검찰이 지난 5년여를 끌어온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가운데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원료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방향과 결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특별수사팀은 살균제 원료를 제조한 SK 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화학물질 취급설명서)에 유해성을 경고하고 유해물질로 분류한 사실을 확인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이 제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자료가 SK케미칼에서 약품 유통업체, 가습기 살규제 제조납품업체, 판매업체 등으로 전달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산모와 영·유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속출했다. 당시 폐 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놀랍게도 가습기 살균제였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들은 강제 수거명령이 내려졌지만 그로부터 5년 후인 현재까지 피해자들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 신고센터, 1월 한 달간 202명 피해신고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접수가 마감된 이후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피해자 접수기간을 늘리고 상시 접수제도를 도입하는 등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장하나·심상정 국회의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 등이 공동으로 개설한 ‘가습기 살균제 신고센터’에는 지난 1월 한달 동안 모두 202명이 새로 피해를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모두 8명이었다.
1~3차와 올해 1월 접수된 수를 모두 합하면 피해자는 모두 1484명(사망자 226명)에 달한다.
3차 접수된 피해사례 752명(사망자 75명)과 올해 접수자를 합하면 모두 954명(사망자 83명)으로 정부의 1·2차 피해접수에 신고한 피해사례 530명(사망자 143명)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 12월 28일 1000명을 넘어선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500여명이 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신고한 셈이다.
이는 환경단체와 피해자모임이 전국 순회 캠페인,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홍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달 12~13일 휴대전화 ARS 방식으로 시민 1000명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접수한데 대해 ‘몰랐다’는 응답이 69.6%로 ‘알았다’(30.4%)에 비해 2.3배 가량 많았다.
피해접수가 지난해 말로 끝난데 대해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79.3%였다.
국가 책임소재 여부에 대해서는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75.9%로 ‘없다’(24.1%)보다 3.2배 가량 많았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어날 수 있다’는 응답이 90.1%,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가 9.9% 등으로 집계됐다.
◆ 검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전담팀 구성…수사탄력 붙나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은 그동안 경찰이 송치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해온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실체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1명의 검사가 전담했던 사건을 부부장검사, 평검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에서 집중 수사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그동안 형사2부가 맡아온 사건을 다른 부서로 재배당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사건 발생 3년 이상이 지난 지난해 9월에야 해당 가습기 살균제 업체의 국내 대표 등에 대한 검찰 송치가 이뤄졌다.
이 역시 지난해 5월 보건당국이 역학조사, 동물실험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힌 탓에 수사가 급물살을 탄 덕분이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0월 해당 업체와 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들은 검찰에 해당 업체 대표를 살인 혐의 등으로 강력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들은 해당 업체 영국 본사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국제소송의 경우 아직 진행 중이지만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 피해자 고통 현재 진행형…“정부 추가 조사 나서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밝힌 피해사례집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 중인 최모(49)씨는 1997년 첫째 딸을 출산한 직후부터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한 가지를 사용했다.
최씨의 첫째딸은 1998년 7월부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2001년 10월 간질성 폐섬유증으로 기흉, 폐렴 등을 앓다가 사망했다.
2000년 12월에 태어난 최씨의 둘째딸도 2001년 8월 지속적인 기침으로 치료받다가 간질성 폐렴 진단을 받고 2008년 4월 세상을 떠났다.
2003년에 태어난 셋째 아들은 피부알러지가 있고 호흡이 편하지 않은 한숨을 자주 쉬며 가슴이 답답하다는 호소를 하거나 식은 땀을 흘리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설명이다.
문제는 환경부가 4차 추가 접수를 받는다거나 상시 접수로 전환하는 등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해 말 마무리된 정부의 피해신고 접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가습기 피해자가 많이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신고기한을 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4차 추가 접수를 받는다거나 상시 접수로 전환하는 등 계획을 서둘러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3차 피해자 접수에 대해 추가·연장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철중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인철 기자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3차 피해자 접수에 대해 추가·연장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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