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4·13> '핫코너'를 가다…경기 고양 덕양갑(1)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11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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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vs 손범규, 세번째 '진검승부'

야권 지지 성향 뚜렷, 변수는 야권 연대
△ 반갑게 인사하는 심상정

(서울=포커스뉴스) 4년 전, 170표 차이가 당락을 갈랐다.

2012년 19대 총선 경기 고양시 덕양갑 개표 결과, 심상정 의원(당시 통합진보당 후보)과 손범규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수 차이는 단 170표에 불과했다. 0.19%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심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처럼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던 덕양갑은 20대 총선에서도 심 의원과 손 전 의원이 한판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야권 연대 성사 여부가 덕양갑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심상정 vs 손범규, 세번째 대결…최후 승자는?

심상정 의원과 손범규 전 의원은 이번 4·13 총선에서 세번째로 맞붙는다.

현재까지 두 예비후보의 전적은 각각 1승1패다. 손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심 의원을 이기고 당선됐으나 19대 총선에선 심 의원이 손 전 의원을 누르며 여의도에 입성했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두 예비후보 중 누가 확실한 승자인지를 가리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심상정 의원은 '진보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구로공단에서 미싱사로 위장취업해 노동운동가의 삶을 보냈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심 의원이 본격적인 '노동 정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지지 기반으로 한 민주노동당을 통해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여의도 정치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7월엔 노회찬 전 의원을 제치고 정의당 상임 대표직에 당선됐다.


심 의원의 '지역구 라이벌'인 손범규 전 의원은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를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서 낙마한 이후론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경선 캠프에서 활약해 '친박'으로 분류된다. 2013년 여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 의해 제4대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으나 임기를 1년 남기고 20대 총선 준비를 위해 사퇴했다.

현재 새누리당 덕양갑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손 전 의원은 심 의원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다는 점, 이명박 정부 말기여서 '정권심판론'이 득세했다는 점 등 선거가 야권에게 유리한 상태에서 치러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손 전 의원이 꽤나 선방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결국 20대 총선에서도 심 의원과 손 전 의원은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또다른 변수, 야권 연대…심상정 vs 박준

야권 지지 성향이 뚜렷한 지역구라고 해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 야권 연대가 이뤄지느냐 이뤄지지 않느냐에 야당 후보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8대 총선은 1여2야 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손범규 전 의원은 득표율 43.5%를 기록해 심상정 의원을 누르고 여의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심 의원의 득표율은 37.67%를 기록했고 한평석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11.54%에 해당하는 표를 가져갔다. 야권 연대가 이뤄졌더라면 야당 후보가 승리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결과였다.

20대 총선은 어떨까. 19대 총선에서 야권단일화를 위해 심 의원에게 지역구를 양보한 박준 더불어민주당 덕양갑 당협위원장은 작년 가을 '야권 단일화는 없다'고 천명한 상태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4년 전 심상정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일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라고까지 말하며 심 의원을 비판했다.

지난달 6일 트위터를 통해서도 "지난 총선때 선당후사를 위해 내 꿈을 잠시 접어야만 했다"며 "이번에도 정의당 때문에 또 희생을 해야 하냐"고 심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심 의원이 지난 4년간 국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라며 "인지도 높이기에만 급급해 정작 할 일은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진보 진영 '전국구 스타 정치인'인 심 의원이 지역구 관리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게 박 예비후보의 주장이다.

더민주는 덕양갑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정의당 대표직을 맡고 있는 심 의원은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김종인 더민주 선거대책위원장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천명한 바는 아직 없다. 선대위 산하에 야권통합특별위원회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될 뿐이다.

한편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가 서울 노원병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이번엔 더민주 측이 덕양갑을 정의당에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도농복합지역, 전형적인 '여촌야도' 성향

19대 총선에서 개표율이 97%에 다다를때까지 해도 심상정 의원의 득표수는 손범규 전 의원에 뒤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막판에 덕양구 화정2동 투표함 뚜껑이 열리면서 심 의원은 대역전극을 펼쳤다.

심 의원의 손을 들어준 화정2동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다. 덕양갑에서 화정 1·2동은 무려 2만가구가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30~40대가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은 비록 경기도민일지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다. 때문에 지역 현안보다 중앙 정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심 의원을 '지역 정치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진보 정치인'으로서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고양시 덕양갑 내 주교동·고양동·관산동은 미개발지역으로 개발 이슈 등 지역 현안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며, 여권 후보 지지 경향이 강하다.

결국 도농복합지역인 덕양갑의 유권자들은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아파트·역세권 인근 주민들과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외곽 농촌지역 주민들로 양분되는 셈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여권 후보라도 화정 1·2동에 몰려든 인구 수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덕양갑 전체 유권자 약 16만명 중 이 곳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5%에 달한다.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덕양갑은 야당이 강세인 지역으로 파악된다. 18대를 제외한 16·17·19대 총선에서는 모두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덕양갑 유권자들은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49.03%) 대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50.58%)의 손을 들어줬다.

6회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덕양갑 유권자들은 경기도지사로 남경필 당시 새누리당 후보(49.30%) 대신 김진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50.69%)를, 고양시장으론 강현석 당시 새누리당 후보(45.90%) 대신 최성 당시 새정치 민주연합 후보(51.02%)를 택했다.

최근 덕양갑은 3호선 원흥역이 개통하고 삼송지구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삼송지구의 인구구성이나 주민들의 생활양식은 화정1·2동과 비슷해 야권 지지층이 19대 총선보다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손범규 전 새누리당 의원, 박준 더불어민주당 덕양갑 당협위원장. <사진출처=당사자 SNS>심상정(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산참사·세월호유족·시민사회단체 합동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용산참사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2016.01.04 박철중 기자 손범규 새누리당 예비후보. <사진출처=당사자 SNS>박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사진출처=당사자 SNS>박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지난달 6일 트위터를 통해 정의당과 심상정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출처=당사자 SNS>그래픽으로 정리한 경기 고양 덕양갑의 지난 선거결과. 2016.02.07 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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