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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와 태극기 |
(서울=포커스뉴스)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침묵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위풍당당 이 전 총리를 뒤따르던 무리들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결백(潔白)해 목숨을 내놓겠다던 그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국민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전 총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남달랐을 한 사람이 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홍준표(62) 경남지사가 그 장본인이다.
이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홍 지사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 '1억 수수' 홍준표…법조계 "이완구 재판과 유사해"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볼 때 금품수수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이 ‘성완종 리스트’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성 전 회장이 거짓말을 남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지난달 29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언론인터뷰와 메모, 비서진의 법정 진술 등을 중요한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자신의 진술이 가감 없이 전달되고 검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자에게 녹음을 먼저 요청한 점, 자결을 통해 결백을 증명하고자 할 정도로 명예를 중시하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거짓을 남겼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증거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홍 지사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도일 겁니다. 5월, 6월달 쯤 되는데 내가 그 사람한테도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친구한테 내가 1억을, 내가 윤승모 있잖아요. ◯◯일보. 윤승모를 통해서. 윤승모가 그때 캠프에 들어가 있었거든요. 윤승모를 통해서 1억원을 전달해 줬고”라고 말했다.
또 “내가 뭐 공천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조건 없이 아무 조건없이 그렇게 했는데 그러고 하니까 너무 배신감이 들고. 내가 합당하면서도 백의종군한 사람 아닙니까. 뭐 장관을 달라고 했습니까. 누구 사람을 취직시켜 달라 했습니까. 그런 것 안했는데 세상에 그럴 수가 있나요. 그럴 수가 없죠”라고 말했다.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도 역시 ‘홍준표 1억’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이를 두로 수도권의 한 변호사는 “판례를 중시하는 법원의 기조를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홍 지사 측은 불리한 입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의 재판과 이 전 총리의 재판은 유사점이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 성 전 회장 주변 인물들이 돈 전달과정에 연관돼 있고 이들은 모두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보좌관과 비서진은 이 전 총리의 재판에서 돈 전달과정을 자세히 진술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의 카카오톡 내용이나 일정표, 관련자들의 진술 등도 경험이 없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일화를 말하고 있다”며 “두 사람이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의 재판도 그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금품공여를 인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서 “2011년 6월 중하순 국회 의원회관 707호에서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첫 재판기일에서 “수사단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자백했다. 홍 지사에게 악감정이나 유감스러운 부분이 없지만 정치자금을 건네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경남기업 자금을 담당한 김모 차장이 1억원을 준비한 과정, 김 차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을 전달한 사실 등을 향후 재판에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은 2010~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의 캠프에서 활동했다”면서 “홍 지사의 캠프관계자와 비서진, 수행비서 등 증인신문을 통해 이를 입증하겠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증인신문 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둘째 홍 지사 측의 ‘회유정황’, 즉 성 회장 사망 직후 보인 태도가 홍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이 전 총리 사건에서 성 전 회장 사망 후 이 전 총리 측이 보인 태도가 유죄의 근거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 사건의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 지역 인사 2명을 만나 이완구 이름을 여러 번 언급하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고 눈물을 흘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 전 총리는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면서 “이 전 총리가 결백하다면 새벽부터 수차례 전화를 거는 행동을 하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홍 지사 사건에는 윤 전 부사장에 대한 홍 지사 측의 회유사실이 녹음된 녹취파일이 존재한다.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낸 모 대학 총장 엄모(60)씨는 법정에 증인신분으로 출석해 회유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홍 지사를 가장 오랫동안 모신 참모라서 홍 지사에게 피해가 갈까봐 앞장서 막았다”라며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 지사) 경선캠프에서 1억원을 사용했다고 말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라고 증언했다.
다만 “이 사태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 한 행동일 뿐 (홍 지사가 돈을 받았는지) 진실은 지금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엄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술하라. 누가 대신 받은 걸로 하자. 변호인을 선임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
또 검찰이 성 전 회장의 비밀장부, 동선 등을 조사하자 엄씨는 윤씨를 상대로 2차로 회유를 했고 윤씨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김해수(58)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다시 회유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하지만 홍 지사 측은 회유사실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홍 지사 측은 오히려 “검찰이 불법 증거 수집을 했다”며 증거 부동의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홍 지사는 “일반 국민은 진술회유 그 자체에 관심이 많다. 증거능력을 다투는 등 다소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재판과정에 있다. 검찰은 덫을 놓은 것이고 불법이 드러나면 증거능력은 부인된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홍 지사의 재판이 이 전 총리의 재판결과에 귀속되거나 동일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그러나 유사 사건에서 인정된 증거 신빙성을 해당 재판부도 당연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고려하지 않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자들의 증언과 관련해서는 “진술내용이나 진술자의 위치·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개별사안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유정황’ 등 사후 태도에 대해서도 “유죄 성립과 관련해 상당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29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인철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월 21일 오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인철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월 21일 오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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