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싫다"…'가족' 기피하는 며느리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07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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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여성 48.9% "하루종일 음식 준비시키고 남자들 TV 볼 때 화나"

직장인들, 명절증후군 호소…명절 끝나면 '만성피로' 시달려

명절기피 위한 '연출용 팔깁스' 이미 유명…피캡슐·꾀병립스틱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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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김모(34‧여)씨는 다가오는 설날이 두렵다. 집안일을 해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일로 소원해진 시댁 식구들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며느리를 당연하듯 부려먹는 시집살이가 싫다"며 "'남의 편'이라던 남편은 설 제사 직전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구경만 한다"고 토로했다.

결혼한 여성이라면 한 번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시집살이', '고부갈등' 등은 명절 때마다 불거지는 사회적 문제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 온라인교육사이트 '홈런'이 지난해 9월 회원 1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결혼여성의 48.9%가 "하루종일 음식 준비시키고 남자들은 TV만 볼 때 가장 화가 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친정에 안보내주거나 늦게 보내줄 때 18.9%(104명) △남편 내조를 못한다며 잔소리할 때 13.6%(75명) △친정가면 잠만 자는 남편 때문에 12.5%(69명) 순이었다.

결혼한 남녀 응답자 중 30.9%(277명)는 명절을 보낸 후 부부갈등 또는 고부갈등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시어머니의 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서는 "얘야 아범 좀 챙겨라, 야윈 것 같다", "내 아들 고생한다", "나같이 좋은 시어머니 없다", "벌써 가니?", "애 하나 더 가져야지", "집에서 놀지 말고 취직해라" 등이었다.

예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명절 풍경으로는 전체 응답자 중 48.4%(718명)가 '명절에 모이는 식구 수도 줄고 친인척 방문도 많지 않은 점'이라고 응답했다.

박모(53‧여)씨는 지난해 남편과 따로 명절을 보냈다.

박씨는 "명절마다 매번 시댁에만 갔기 때문에 지난해 추석에는 나만 따로 친정에 가서 명절을 보냈다"며 "올해는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 '명절증후군' 시달리는 며느리들…'꾀병' 연출 소품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명절 탓에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명절증후군이란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육체적 등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이모(56·여)씨는 매년마다 명절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10분도 채 지내지 않는 제사음식을 차리느라고 명절만 되면 하루종일 일해야 한다"며 "올해는 시어머니가 명절을 쇠기 위해 서울에 오지 않아 간단히 차례상을 지내고 긴 연휴를 이용해 푹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624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명절과 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0.6%가 "명절 때 평소에 비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답했다.

성별에 따라 응답비율을 살펴보면 여성(63.6%)이 남성(36.4%)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명절이 끝난 뒤 스트레스로 인한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1.4%가 "있다"고 답했다.

명절증후군으로 겪는 증상 1위는 '만성피로'(27.6%)였고 △짜증 등 예민해지는 성격(20.5%) △무기력증·업무의욕 상실(17.3%) △몸살·두통(15.4%) △소화불량(14.7%) 등이 있었다.

명절 스트레스나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쉰다'가 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잠을 잔다(24.4%) △참고 받아 드린다’(23.7%) △다른 관심분야에 집중한다’(10.3%)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떤다(7.7%) 순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꾀병'을 연출하기 위한 소품들도 눈에 띈다.

만우절이나 연출용으로 쓰이는 '가짜 깁스'는 이미 유명세를 탔다. 깁스를 한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뺐다 꼈다 할 수 있는 모조품인 것.

또 '피캡슐'도 있다. 젤라틴 캡슐에 식용색소, 설탕 등을 넣어 만든 가루다. 물을 묻히면 피처럼 보인다 해서 피캡슐이라고 부른다. 코피 등으로 위장할 수 있는 상품이다.

꾀병립스틱도 있다. 립스틱을 바르면 입술에 핏기가 없어 보여 얼굴 전체가 창백해 보이는 효과를 낸다고 해서 ‘꾀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출용 깁스는 워낙 유명해져서 명절 전후로는 매출액이 크게 뛰지 않는 편"이라며 "그래도 꾸준히 상품을 찾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설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부모를 따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어린이들이 출국 대기를 하고 있다. 2016.02.05 오장환 기자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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