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법관평가제, 乙이 甲을 평가했지만…결론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07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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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첫 검사평가제…검찰, 심기 불편

올해 8번째 법관평가제…'법관 막말 여전'
△ 검사평가제, 어디로

(서울=포커스뉴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19일 사법사상 처음으로 검사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날인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검사평가 결과 상·하위 검사가 각각 10명씩 뽑혔고 법관평가 결과 상위 8명에 하위 18명이 선정됐다.

◆ 대한변협, 첫 검사평가제…검찰, 심기 불편

대한변협이 처음 시행한 2015 검사평가제 결과는 그 내용이 발표된 즉시 논란에 휩싸였다.

‘우수검사’로 지정된 검사가 향응수수 의혹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A검사가 2013년 12월~2014년 1월 외부인사로부터 2회에 걸쳐 14만8000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내렸다.

A검사는 검사평가에서 우수검사에 이름을 올린 인물로 이를 두고 대한변협 검사평가제에 대한 공정성 의문이 제기됐다.

공정성 의문에 대해 대한변협은 “검사평가제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적법한 절차 준수여부, 인권옹호 등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검사 개인 사생활의 청렴성 문제를 알 수도 없고 평가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평가기준에 포함된 윤리성과 청렴성도 검사의 수사윤리와 그 수사과정에서의 청렴성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개인 사생활의 평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사평가제를 놓고 검찰 내부의 불편한 시각이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평가제를 두고 불편한 시각이 존재해 왔다”면서 “검사평가제의 공정성에 억지로 의문을 제기해 그 효력을 약하게 하려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문은 검사평가와 함께 공개된 사례의 수위에 따른 불만과 직결되는 분위기다


대한변협이 공개한 수사단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하위검사 사례는 모욕, 협박 등 이른바 ‘막말’을 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사기를 당한 놈이 미친 놈 아니냐’, ‘내가 조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등 막말을 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방치한 검사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내가 하는 일에 태클을 걸려면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정도를 동원하든지’라고 말하는 검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법률지식을 잘 모르는 피해자에게 잘못된 법률지식을 알려줘 자백하게 하거나 증거와 진술조서를 공판단계에서 누락하는 등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는 검사도 있다”는 이야기도 사례에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대한변협이 공개한) 사례에는 강압수사, 막말, 인권침해 등 사례가 언급돼 있다. 단순히 사례로만 볼게 아니라 수사를 원활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올해 8번째 법관평가제…‘부조리 반복’

서울변회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15 법관평가 결과’에도 사건 당사자나 변호인에 대해 막말을 하는 법관들이 도마에 올랐다.

검사평가와 달리 올해로 시행 8년째를 맞고 있지만 법관들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판사들은 매년 하위법관 명단에 오르내리고 대법원의 주의를 받기도 했지만 실제 인사에 반영되지 않는 등 강제력이 없는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가결과 서울고법 B부장판사가 이번에 평가를 받은 556명 중 최하위 법관의 불명예를 안았다. B부장판사는 100점 만점에 22.08점을 얻는데 그쳤다.

평가에 따르면 B부장판사는 변호사에게 항소이유를 1분씩 구술변론하라고 요구한 후 시간이 지나자 “다음 사건을 진행하겠다”며 말을 끊거나 갑자기 다른 판례번호를 불러주면서 “나가서 판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오라”는 등 고압적으로 공판을 진행했다.

평가사례를 더 살펴본 결과 한 판사는 여성에게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렸다”는 막말을 했고 또 다른 판사는 변호사의 변론에 대해 “그래서? 그게 뭐?”라며 반말을 했다.

또 성범죄 사건 피해자의 이름을 계속 말한 판사, 검사가 집행유예를 구형하자 아는 사람이냐며 추궁한 판사 등 법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서울변회는 올해 평가의 특이점으로 “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하위법관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법관평가가 실질적으로 법정문화 개선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어 바람직해 보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평가 자체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법관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법원이 법관평가에 대해 객관성과 신뢰성이 없다고 낮게 평가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일본처럼 법관 평가를 인사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지난달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2015 검사평가제 최초 시행' 기자회견 자료. 양지웅 기자 지난달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2015 검사평가제 최초 시행'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조숙빈 기자 서울 서초구 법원로1길 변호사회관.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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