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민주 위원장 '귀향인사'…용산발 호남선 민심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05 15: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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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찾는 용산역에서…귀성객들은 "글쎄…"

서울역 찾던 새누리, 내홍 격화로 '귀향인사' 못해

국민의당 "영혼없는 인사는 보기 안좋아"
△ 조심히 다녀오세요

(서울=포커스뉴스) 설 연휴를 앞둔 5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선대위 의원들이 '귀향인사'를 위해 용산역을 찾았다.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들이 가벼웠는지 귀성객들은 '더불어민주당' 글귀가 박힌 오색무늬 어께띠를 두른 정치인들의 인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귀향인사에 나선 김 위원장과 우윤근·변재일·진선미 의원, 최근 더민주에 합류한 김병관 웹젠 의장은 오전 10시 55분 용산역을 출발하는 광주 송정행 KTX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야당의 용산역 사랑은 왜?

선거철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시기, 정치인들의 귀향인사는 낮선 풍경이 아니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있던 지난 2010년에도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설 연휴가 시작된 2월 12일 역(驛)을 찾았다.

한나라당은 서울역, 민주당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용산역으로 갔고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여야가 각기 다른 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각 역의 주요 행선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더민주가 찾은 용산역은 서울과 호남지역을 잇는 KTX 호남·전라선과 새마을·무궁화호 호남·전라·장항선을 운영하고 있다. 영남행 열차는 아예 없다.

호남이 기반의 더민주에겐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동시에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안철수·천정배 의원의 국민의당 창당으로 호남지역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진 더민주에겐 이날 귀향인사가 자신들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등 이전보다 무거운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김종인 위원장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용산역 귀향인사의 의미를 묻는 기자 질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도 "결국 호남은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일부 귀성객 "호남 얕보지 마라"

5일 오전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를 마친 김종인 위원장과 더민주 의원들은 서둘러 용산역으로 향했다.

이들은 10시 30분쯤부터 용산역 9번 플랫폼의 광주 송정행 KTX 승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일 앞에 나선 김 위원장은 일일이 손을 내밀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명절 잘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일부 귀성객은 함께 사진 찍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고향 사람들을 대하는 우윤근(전남 광양)·진선미(전북 순창) 의원은 여유가 넘쳤다.

"잘좀 하라"는 귀성객의 애정어린 꾸짖음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좀 봐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인사하는 동안, 또 그 이후 기자가 직접 만나본 호남행 귀성객들의 민심은 싸늘했다.

자신의 고향이자 큰아들이 살고 있는 광주를 찾는다는 김문길(82)씨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이라고 더민주를 찍어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순천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것 봐라. 그게 현재 호남 민심이다"며 "호남이라 얕보고 좋은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큰코다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거기(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상관없이) 똑똑하고 일 잘하는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어나서 줄곧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살다가 지난해 말 서울로 직장을 옮긴 박영민(32·여)씨는 "어느 지역이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호남지역에는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급여 수준도 낮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질 않는다. 내 또래는 부모세대만큼 민주당(더민주)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최수빈(26)씨도 광주가 고향이지만 부모님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최씨는 "부모님과 친척분들은 더민주를 지지하지만, 나나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후보의 실력이나 공약을 보고 판단하려 한다"며 "더민주나 새누리당 모두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게 싫다. 정치가 무슨 땅따먹기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씨는 "지금이면 후보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유세도 하고 자신의 공약을 알려야 할 때 아니냐"며 "지금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도 선거운동이 활발하지 않아 후보 검증에 어려움이 있다. 빨리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귀성인사 '못한' 새누리당…'안한' 국민의당

새누리당에게도 대구·부산 등 영남행 열차가 주로 편성된 서울역은 같은 의미다.

그러나 더민주가 용산역에서 민심을 확인한 이날 서울역에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당 예비후보자 대회가 있어 일정 상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친박-비박계간 공천갈등으로 지도부가 함께 유권자들을 만나는 자리가 어색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김무성 대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 일부 공천관리위원들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룰을 사이에 둔 청와대를 대변하는 친박계와 김무성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비박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더민주와 호남 지분을 두고 다투는 국민의당은 다른 이유로 귀성인사 이벤트를 하지 않았다.

최원식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바쁘게 (고향을) 가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는 게 그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숙 사무총장도 귀성인사를 안한데 대해 "너무 의례적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게 없어서 보기에 별로 좋지 않다. 쏘울(영혼)이 없지 않느냐"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대신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전업주부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서울=포커스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역을 찾아 설 귀성객들에게 귀향인사를 하고 있다. 2016.02.05 박동욱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역을 찾아 설 귀성객들에게 귀향인사를 하고 있다. 2016.02.05 박동욱 기자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6.02.04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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