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vs 무리수'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성년후견인…쟁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04 15:21:54
  • -
  • +
  • 인쇄
법원선 '휠체어 거부'…호텔선 "여기가 어디?"

법조계 "무리수 vs 승부수"…반응 엇갈려

성년후견인 선정 여부, 언제쯤 결정될까
△ 휠체어 타고 법원 나서는 신격호 회장

(서울=포커스뉴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이번에는 가정법원으로 향했다.

그 어떤 법정다툼보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작용하게 될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사건 심리가 지난 3일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후 줄곧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객관적 판단을 받게 되면서 업계와 법조계의 시선이 가정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법원선 ‘휠체어 거부’…호텔선 “여기가 어디?”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3일 오후 4시부터 ‘신격호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대한 첫 심리를 열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12월 18일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8·여)씨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신 총괄회장의 법정 출석이었다.

당초 신 총괄회장 측은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직접 참석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며 당일에서야 전격 출석이 결정됐다.

가정법원 앞에 도착한 신 회장은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려는 듯 미리 준비된 휠체어 탑승을 거부하고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직접 지팡이를 짚고 이동했다.

‘건강상에 문제가 있느냐’, ‘여기 왜 왔는지 아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건강상태가 예견된 상태에서 보인 신 총괄회장의 행동은 그동안의 건강이상설을 불식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이 재판정에서 판사의 물음에 막힘없는 대답을 내놨다는 후문마저 전해지면서 전세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된 것은 신 총괄회장이 심리를 마치고 나온 후부터다.

40분 가량의 심리를 받은 뒤 오후 4시 40분 가정법원을 떠나기 위해 지하 4층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에 탑승해 있었다.

또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전히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같은날 오후 5시 40분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했다.


신관 엘리베이터를 통해 34층 집무실로 가려던 신 총괄회장은 정혜원 상무에게 호텔을 둘러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상무와 호텔 총지배인, 경호원 등 6~7명 직원들이 신 총괄회장 옆을 지키며 롯데호텔 1층을 10여분간 돌기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행하는 호텔직원들이 얼굴을 가까이 대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여기가 어딘가?”, “이 호텔의 객실수는 얼마나 되는가?”, “객실이 몇 프로나 찼는지” 등을 반복해서 물었다.

이에 대해 호텔 관계자도 “소공동 본점입니다”, “저희 공간은 1120실입니다”, “네 (롯데호텔이) 국내에서 제일 큽니다. 총 5300실입니다”, “겨울은 비수기라 예약률이 저조한데 다음달이면 좀 올라갑니다” 등이라는 답을 두세 번씩 반복했다.

신 총괄회장은 오랫동안 이 호텔 로비를 지켜온 총지배인을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물어 “지배인입니다”라고 다시 소개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동행했던 정혜원 SDJ 상무는 “호텔 객실수 질문은 매번 똑같이 하신다”며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심리가 끝난 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탄력을 받으셨는지 백화점도 둘러보자고 하시는 걸 오히려 말렸다. 너무나 정정하시다”라고 말해 의혹을 불식하려했다.

◆ 법조계 ‘무리수 vs 승부수’…반응 엇갈려


이날 신 총괄회장의 법정 출석을 두고 법조계는 ‘무리수’라는 반응과 ‘승부수’라는 반응이 나뉘고 있다.

정정함을 보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이상 이날 법정 출석이 오히려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평가받아왔다.

창업주이자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차남의 반란인지 능력 있는 차남을 밀어내고 자신의 이권을 위해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장남의 욕심인지가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신동주 부회장이 무리수를 뒀다고 본다”며 “그동안 아버지의 지지 외에는 직원이나 기업 내에서 별다른 입지를 증명하지 못한 신 부회장이 아닌가. 만약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확인되면 아버지를 이용해 경영권을 탐낸 못난 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신동주 부회장이 마지막 승부를 수를 띄운 거다. 신 총괄회장이 직접 출석한 것만 봐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평소 효를 중시하는 국내 분위기는 물론 신 총괄회장의 명성이 굳건한 일본내에서도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성년후견인 선정 여부, 언제쯤 결정될까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도는 질병·장애·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앞서 3일 가정법원은 오후 4시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40분 가량 신 총괄회장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당시 법원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나 구체적인 심문 내용 및 결과 등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본인 측과 사건 청구인 측이 모두 정신감정 실시에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방법과 시기, 기관 등을 결정할 2차 심문기일은 다음달 9일 오전 10시로 결정됐다.

세부내용이 정해진 후에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행한 후 필요시 조사관 조사도 진행된다.

재판부는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성년후견 개시 여부와 만약 성년후견이 개시된다면 누가 성년후견인이 되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성년후견인이 지정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 건의 경우 한 그룹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심리인 만큼 법원의 집중적이고 세부적인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만약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후견 개시를 결정하면 그동안 제기된 건강이상설이 확인됨과 동시에 신 총괄회장은 자력으로 사무를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상실하는 셈이다.

또 성년후견이 개시될지 여부만큼 중요한 것이 후견인으로 누가 지정되느냐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신동빈 회장 중 한쪽이 결정될 경우 양쪽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법원이 복수의 후견인을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성년후견인은 복수 지정이 가능한 만큼 법원이 예민한 부분을 고려해 복수 후견인을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신 총괄회장의 법적 권리 행사는 복수 후견인의 합의 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사람들이 복수 후견인으로 지정될 경우 이 역시 그룹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심리를 단순한 건강이상 입증절차가 아닌 경영권 분쟁의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출석 후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2016.02.03 허란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리는 '신격호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에 대한 첫 심리에 출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6.02.03 허란 기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가운데)이 2월3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 본관 로비에서 질문을 하자 호텔 직원이 귀를 기울여 목소리를 듣고 있다. 2016.02.03 이서우 기자 buzacat@focus.co.kr신동주(61‧왼쪽)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60‧오른쪽) 롯데그룹 회장. <사진출처=포커스뉴스 DB>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