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워 이겼죠" 한화 정현석과 NC 원종현, 암극복 제2 야구인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03 1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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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현석, 2014년 위암수술 뒤 지난 시즌 복귀

NC 원종현, 지난해 대장암 수술 뒤 올시즌 복귀
△ 원종현, 암을 극복한 사나이

(서울=포커스뉴스) 그리스신화 속 여인 판도라는 주신 제우스에게 받은 상자를 호기심에 못이겨 열고 만다. 인간을 좌절하게 만드는 온갖 불행이 쏟아져 나오나 그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도 함께 나온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 희망과 함께 찾아온다. 다만 희망을 찾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한화 외야수 정현석과 NC 투수 원종현. 이들은 찾아온 불행을 희망으로 바꿔냈다. 둘 모두 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한 사람은 재기를 했고, 또 한사람은 재기를 노리고 있다.야구 선수가 암에 걸리면 그야말로 선수로선 사형선고를 받는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암을 극복하면서 암 환자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현석은 프로생활이 순탄치않았다. 2003년 롯데에 투수로 신인 지명받은 뒤 경희대학교에 진학했으나 성적이 신통찮았다. 롯데의 지명 포기에 정현석은 한화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야수로 전향했다. 2008년 1군에 데뷔했다. 2010년 풀타임을 소화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송구 동작에 문제가 지적되며 내야에서 자리를 찾지 못했고, 외야수로 전향해야 했다.

정현석의 위기는 2014년 말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청천벽력 같은 위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대에 올랐다. 정현석은 당시 배영수의 프리에이전트(FA)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이적했다 수술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화로 다시 현금트레이드되는 해프닝도 겪어야 했다.

정현석에게 급한 것은 투병생활이었다. 수술 뒤에는 걷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위 일부를 잘라내 식습관과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했다. 프로야구선수 생활은 일반인과 달리 불규칙하기에 더욱 쉽지 않았다. 야간 경기 뒤 자정이 가까워 식사하고 새벽에 잠이 든다. 아침식사는 거르기 일쑤다. 하지만 정현석은 빨리 숙소를 찾고, 아침식사를 꼭 챙긴다. 점심과 저녁도 시간을 지키려 한다. 또 위가 작아져 조금씩 여러차례 나눠 먹어야 해 식사 중간 별도로 음식도 챙긴다. 음식 염도 등을 고려해 선수단이 단체로 먹는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주위 도움도 받았다. 재활군과 2군 코칭스태프가 정현석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짜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족의 든든한 후원과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

그렇게 조금씩 몸을 회복했다. 힘을 몰아써야 하는 운동선수 특성상 체력을 유지하는 법을 스스로 익히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93㎏이던 몸무게도 10㎏가량 감소했다. 당연히 파워도 떨어졌다.

하지만 정현석은 떨어진 파워를 대신할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암을 극복한 정신으로 타석에 서 오히려 더 정교하고 노련한 타격을 선보였다. 그렇게 정현석은 암 투병 뒤 복귀한 지난해 8월5일 SK와의 경기에서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당시 정현석은 "암으로 고생하는 모든 분께 용기를 드리고 싶다. 그분들이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정현석은 지난 시즌 43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 1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경기수가 작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프로데뷔 이후 타격감은 최고였다. 위암 투병으로 시즌 일부만 소화했으나 연봉도 7000만원에서 9500만원으로 인상됐다.

NC 투수 원종현은 지난해 1월 전지훈련캠프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조기 귀국했다. 이어진 검진에서 대장암 진단이 나왔다.

2014시즌 NC 마운드에서 최고구속 155㎞짜리 패스트볼을 던지며 73경기 5승3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06으로 주전 도약에 성공한 상황에 터진 악재였다. 원종현은 2006년 LG에 입단한 뒤 줄곧 2군에서만 뛰다 2014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아쉬움은 컸다.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12차례나 받았다. 수술보다 더 힘든 시간이었다. 머리카락이 빠지자 아예 삭발을 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과정을 이겨낼 수 있던 건 가족의 응원과 긍정적인 마인드 덕이었다.

항암치료를 마치고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자 원종현은 다시 공을 잡았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체력훈련부터 조금씩 늘려갔다. 1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원종현은 다시 마운드에 서기 위해 전지훈련에 함께할 수 있었다. 다른 투수들과 함께 불펜투구 일정을 소화하며 자신의 공을 되찾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원종현은 전지훈련 출국 당시 "개막전부터 뛰고 싶다"고 희망했다. 1년 전 원종현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그 장소에서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현석은 지난해 말 각종 시상식에서 '재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정현석은 수상소감으로 "내년에는 원종현이 이 자리에 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현석의 바람대로 올시즌 뒤 원종현의 재기상 수상소감을 기다려본다.(창원=포커스뉴스) 1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5 포스트시즌 두산-NC PO 1차전에서 암을 극복하고 돌아온 NC 원종현이 시구를 마치고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2015.10.18 우정식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한화 외야수 정현석 20150830 2016.02.03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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