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검사외전' 황정민 "몇 번이고 시나리오를 직접 손으로 옮겨 적어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31 01: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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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검사외전' 속 검사 변재욱 역을 맡아 강동원과 함께 열연
△ 미소짓는 황정민

(서울=포커스뉴스) 황정민은 고민이 많다. 배우로서의 고민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고 싶고, 한 작품도 허투루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래도 조금 새로운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노력해요. 그런 눈을 가지려고 독사의 눈을 뜨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검사외전'의 개봉을 앞두고 황정민과 만났다. 그는 영화 속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15년 형을 선고받은 검사 변재욱 역을 맡았다. 교도소에서 만난 사기꾼 치원(강동원 분)을 출소시킨 뒤, 그를 통해 자신의 누명을 벗을 준비를 한다. 자신은 교도소에 있고 치원을 통해 증거를 모아야 한다. 두 사람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강)동원이와 첫 촬영 때 모니터 보고 나서 '이만하면 됐다' 싶었어요. 첫 촬영이 둘이 달걀 먹는 장면이었어요. (강)동원이가 저를 보면서 '러브유'하는데 원래 대사에는 없었거든요. 변재욱으로서 '얘는 뭐지?' 싶었어요. 그런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준비해서 왔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좋은 에너지를 저도 받으면서 촬영했죠. (강)동원이가 300% 해준 것 같아요."

황정민이 '검사외전'을 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감독님과 처음에 대본을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이 출소한다는 설정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영화에는 영화적 허용이 있잖아요. 그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 거죠. 딱 인정하고 '오케이' 하고 나서는 마음이 편해졌어요."



'검사외전'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후 황정민은 이를 완벽히 완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대미를 장식하는 법정 장면도 남다른 그의 노력과 아이디어로 완성됐다. "제가 법정 장면을 단 한 번도 찍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법정 장면을 연극을 하는 것처럼 그냥 컷 나누지 말고 쭉 찍자'고 제안했어요. 카메라가 세 대 돌아가고, 15분 정도 되는 긴 장면을 쭉 이어서 찍었죠."

황정민이라도 부담감이 없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일단 길게 이어지는 대사가 문제였다. 특히 법정 용어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 많아서 문제였다. 그는 이를 직접 손으로 옮겨 적었다. 시나리오를 대하는 평소 습관 중 하나다.

"한두 마디는 그냥 하지만, 대사가 많으면 직접 써요. 그러면 잘 외워져요. 손글씨로 써서 대본에 붙여 놓으면 뿌듯해요. 열심히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손글씨로 쓰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대사에 덧붙여 써놓아요. 말로 하기 어색한 어미 처리는 제 입에 붙게 고쳐놓고요. 한 작품을 하는데 시나리오가 여러 번 와요. 초고부터 여러 번의 수정본까지. 그러면 몇 번이고 써요. 그렇게 하죠."



여전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대중은 황정민에게 '믿보황'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믿고 보는 황정민'이라는 뜻이다. CGV 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자료는 이를 입증한다. 황정민은 2015년 믿고 보는 배우 부문과 연기력 좋은 배우 부문의 1위를 차지했다. 이에 황정민은 "부담감은 없어요. 그보다 응원으로 다가오죠"라고 말했다.

"제가 어떤 작품이든 허투루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동안은 미친 듯이 임했으니까. 그걸 관객이 인정해주시고 믿어 주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할리우드 배우 숀 펜이나 알 파치노가 나오는 영화는 내용도 모르고 일단 가서 봤어요. 그 배우가 한다고 한 작품이니까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물론 그동안 작품의 운도, 만난 사람들도 너무 좋고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 스스로 토닥토닥 하고 박수치고 싶은 부분도 있어요. 감사하죠."

황정민은 '부당거래', '신세계', '베테랑' 등의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그래서 자연스레 범죄 액션 영화에 관심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제가 멜로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감성 영화를 좋아해요. 예전에 가을에는 멜로, 여름에는 공포물이라는 공식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안주하기보다 "다양한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황정민에게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는 다양하게 하려는 게 연극과 뮤지컬 쪽이에요. 그래서 뮤지컬 '오케피'를 올린 거고요. 올해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리처드 3세'이야기에요. 구체적인 건 아직 머리속에만 있는 상태지만 해보려고요."

황정민이 무대 이야기를 하는 순간, 눈빛이 투명해졌다. 감기와 바쁜 스케줄로 인터뷰 초반 피로에 붉게 물들었던 눈빛은 없었다. 그렇게도 투명하게 무대에 대한, 작품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그다. 하지만 두려움은 여전하다. 그래서 게을러질 수 없는지도 모른다.

"작품 할 때마다 늘 두렵죠. 그 인물에 대해서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려고 하고요. 비슷한 캐릭터 속에도 다른 매력을 찾아야 하죠. 직업이 배우잖아요. 보여져야하는 숙명을 가졌죠. 관객은 재미없으면 안 볼 권리가 있는 거고요. 제가 평생 가지고 갈 숙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필모그래피가 쌓여갈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영화 '검사외전'의 배우 황정민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29 김유근 기자 황정민은 영화 '검사외전'에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검사 변재욱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검사외전'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영화 '검사외전'의 배우 황정민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29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영화 '검사외전'의 배우 황정민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29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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