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다”…‘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 열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23 15: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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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유가족‧생존 철거민 시간 2009년 1월 20일 머물러 있어”
△ 용산참사_7주기_추모대회1.jpg

(서울=포커스뉴스) 2009년 1월 20일 전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97-1번지에는 ‘남일당 건물’이 있었다. 하지만 이 남일당 건물은 당시 발생한 '용산참사'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이곳은 공터로 남아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용산참사 7주기추모위원회는 23일 오후 1시쯤부터 ‘용산참사’가 일어난 현장인 옛 남일당 건물터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 인대회’를 진행했다.

추모위원회는 이날 추모대회에서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 철거민들의 시간은 여전히 2009년 1월 20일에 머물러 있지만, 7년의 시간은 흘러갔다”며 “참혹한 참사현장은 그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채 봄부터 공사를 시작한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엄중하고 가혹한 시기에 우리는 여전히 온전한 추모조차 할 수 없는 2009년을 살고 있다”며 “7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유가족과 여기모인 우리가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 ‘잊지 않았고 잊을 수 없다’고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폐허가 돼 고작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이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절규하던 철거민들을 진압해 숨지게 했던 자리라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식은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 사무국장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이후 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농성을 이어갔다”며 “봄에 공사가 시작되고 이곳에 빌딩이 들어오면 더 이상 이곳에 추모 대회를 할 수 없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한 박래군 7주기추모위 집해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남일당’현장이 없어져도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외치던 이들을 가슴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을 포기하지 말고 현장을 기억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추모대회에 참석해 “7년이 지났지만 해결된 것이 없다”며 “‘용산참사’의 배후에는 재벌들의 이익을 옹호해주는 권력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자 ‘세월호참사’당시 배에 타고 있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도 참석했다.

유 위원장은 “648일째 2014년 4월 16일 살고 있다”며 “2196일째 2009년 1월 20일을 살고 있는 분들 앞에 서니 내가 느끼는 어려움이 투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입을 뗐다.

이어 “참담하다”고 심경을 전한 뒤 “이 추운 겨울날 그 고통을 당했을 이들을 생각하니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송경동은 이날 ‘우리는 아무도 그 새벽을 떠나오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추모시를 읽기도 했다.

‘용산참사’의 유가족이자 생존 철거민 중 한명인 전재숙씨는 이날 “용산을 잊지 않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세월호 어린양’들이 희생당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공항공사 사장의 경북 경주 총선 출마를 강하게 비판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 진행된 추모대회장 한켠에는 분향소도 마련돼 있었다.

추모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를 찾고 ‘용산참사’로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했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는 일반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박희성(82)씨는 “벌써 7년이 지났다”며 “그런데도 ‘용산참사’를 발생시킨 책임자는 처벌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돌아오는 1월 20일마다 추모대회가 열릴 것이고 이는 국가적으로 손해”라며 “국가가 나서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며 “유가족과 생존철거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준성(25)씨도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해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개탄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경찰 추산 500여명(주최측 추산 500여명)이 모였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이 사망하고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 사고로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검찰은 점거농성에 대한 해산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으며 당시 철거민 대책위원장 등 철거민 20명과 용역업체 직원 7명을 기소했다.

2009년 10월 28일 서울중앙지법은 생존 철거민 전원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용산참사 7주기추모위원회는 23일 오후 1시쯤부터 ‘용산참사’가 일어난 현장인 옛 남일당 건물터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 대회’를 진행했다. 2016.01.23 박요돈기자 smarf0417@focus.co.kr용산참사 7주기추모위원회는 23일 오후 1시쯤부터 ‘용산참사’가 일어난 현장인 옛 남일당 건물터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 대회’를 진행하며 분향소도 마련했다. 2016.01.23 박요돈기자smarf0417@focus.co.kr용산참사 7주기추모위원회는 23일 오후 1시쯤부터 ‘용산참사’가 일어난 현장인 옛 남일당 건물터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 대회’를 진행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옛 남일당 건물터는 공터로 남아 주차장으로 사용중이다. 2016.01.23 박요돈기자 smarf0417@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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