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시멘트업과 해운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업종들로 꼽힌다. 그런데 동종업체들도 덩치를 줄이는 사업인 시멘트와 해운만 골라서 담는 토종 사모투자펀드(PEF)가 있어 주목을 끈다.
21일 IB 업계 등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이 현대상선의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격 1000억원에 부채 5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진행하고 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의 벌크선 29척, 액화천연가스(LNG)선 7척과 영업권을 현물출자 받았다. 한앤컴퍼니가 설립한 한앤코홀딩스가 한진해운으로부터 에이치라인해운 지분을 인수하고 추가 출자해 최대주주가 된 형태다.
만약, 에이치라인해운이 현대상선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벌크선 사업부를 인수하면 한앤컴퍼니는 벌크해운 부문에서 단연 강자로 부상한다. 기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벌크선 사업부가 주로 포스코와 한전 등 대형 화주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느 정도 추가 물동량만 확보되면 큰 폭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3년에도 대한해운 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등 해운업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또, 한앤컴퍼니는 시멘트 업계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2012년 대한시멘트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이 회사를 앞세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보유한 쌍용양회의 소수지분(9.34%)을 사들였으며 유진기업 광양시멘트 공장도 인수했다. 당시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 부진으로 시멘트업체들도 고전할 때여서 우려가 많았다.
한앤컴퍼니의 먹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포스코의 슬래그시멘트 생산업체인 포스화인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말 쌍용양회 매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추정금액은 7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앤컴퍼니가 국내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양회의 주인이 되면 상당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정도로 대형 시멘트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한앤컴퍼니는 모건스탠리 사모펀드(PE) 한국대표를 지낸 한상원 대표가 2010년 설립한 토종 PEF다. 운용자산은 약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6월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는 등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등과 함께 국내 PEF 업계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한앤컴퍼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수행한다. 해운업에 관심을 보일 때도 벌크선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한 대표는 스스로 "단기 투기자본이 아니고 멀리 보는 장기 투자자"라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바닥을 향해 가거나 이미 바닥일 때 인수하는 전략인데 한앤컴퍼니가 예상보다 빠르게 덩치를 키우면서 업황 회복 시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으나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는 워런 버핏의 격언을 과감히 실천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한앤컴퍼니 로고 현판.<사진출처=한앤컴퍼니 홈페이지>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사진출처=한앤컴퍼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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