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MB계 인사 계좌추적도 계기로 작용
친이계 '전략통'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거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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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수희, 출마의 변 |
(서울=포커스뉴스)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4·13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측근 정치인, 이른바 '친이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를 둔 '비박계'의 핵심이 바로 친이계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친이계가 지난해 말부터 하나둘씩 결집하더니 마침내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MB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에 대해 검찰이 계좌추적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들이 '칼'을 갈고 있다. MB계로 통하는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전략통'으로 꼽히는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직접 출마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어디에서든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친이계 핵심, 진수희 전 의원 출마선언
제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진수희 전 의원은 1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오는 4월 제20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진 전 의원은 "올 4월에 치러지는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구에 출마하고자 한다"며 "총선을 80여일 앞 둔 현재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확정되지 않아 원래 지역구인 성동갑 대신 성동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정치는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야 한다. 안주해서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면서 "준비한 개혁과제를 실현해 내기 위해 당리당략,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또박또박 출마선언문을 읽어 나갔다.
이날 진 전 의원은 "2012년 국회를 떠나 지난 4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의도 밖에서 국민의 눈으로 바라 본 대한민국 국회는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며 "오죽하면 19대 국회의원들 스스로 '역사상 최악의 식물국회'임을 인정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이후 제18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갑 지역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는 등 친이계의 핵심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제19대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해 3선의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 정계에서는 진 전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낙천됐다는 말이 무성했다.
진 전 의원은 자신을 필두로 친이계의 출마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진영 논리에 갇혀 눈치보고 싶지 않다. 후보들을 낙인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하면서도 "(이 전 대통령이) 다시 재평가 받는 일에 저도 많이 힘을 보태야 되겠죠"라고 말했다.
◆ 검찰의 MB정부 고위급 인사 계좌추적, 결집 계기 되나
최근 친이계는 눈앞의 위기를 능숙하게 기회로 바꿔버리는 노련함을 뽐내기도 했다.
논란이 된 사건은 '검찰의 이명박 정부 고위급 인사 계좌추적'. 갑작스러운 계좌추적으로 위기에 빠지는가 싶었는데 '범죄 혐의 없음'이란 결론이 나왔다. 그러더니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현 정부가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말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장·차관을 지낸 고위급 인사 10여명은 송년회 겸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서로 반가움을 표현하며 안부를 묻던 중 우연히 검찰의 계좌추적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 모임에서 한 인사가 은행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의 요청으로 금융정보를 제공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동석 중이던 여러 인사들이 앞다퉈 자신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모임 참석자들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친이계를 길들이려 하는 것 아니냐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무더기로 계좌를 추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검찰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하던 검찰이 곧바로 말을 바꿔 추적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계좌추적 사건과 관련해 진수희 전 의원은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면서 "의혹의 대상이 되는 분들은 다 수사하고 그랬을 텐데 그것에 더해서 무분별한 계좌추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계좌추적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이계가 결코 피해자의 입장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의 계좌추적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며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던 친이계 구성원들이 빠르게 결집하기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친박계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지내던 친이계가 이를 계기로 삼아 적극적인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친이계 전략통,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거취 주목
총선이 다가오며 친이계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손꼽히는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이 전 대통령 정부 당시 대통령실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이 전 대통령과의 송년 모임에도 참석한 MB 최측근 인사 중 하나다.
얼마 전 박 사무총장은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의당'으로부터 영입을 제안 받아 거취와 관련된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아직 향후 거취는 물론 제20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의 선택에 많은 이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 지난 연말, MB 참여 송년회가 '신호탄'
사실 친이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4·13 총선'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발 벗고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함께한 송년회 자리에서 "현역 의원들이 꼭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친이계에 힘을 실어줬다.
참석자들이 전한 이 전 대통령의 "현역 국회의원이 재선·3선을 하라" "국회의원 하다가 떨어져서 새로 도전하는 분들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등의 발언만 보더라도 이날 모임에서 4·13 총선에 대한 논의가 허심탄회하게 이뤄졌을 거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날의 송년 모임을 두고 친이계는 "이 전 대통령 생일 전후로 매년 갖는 행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의도 정계에서는 이 회동이 당시 100여일 남짓 남았던 총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송년회에는 이 전 대통령과 친이계 좌장으로 꼽히는 이재오 의원, 정병국·주호영·권성동·김영우·이군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까지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 중 이재오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은 '당연히' 공천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외에도 이종혁·이성전·안경률·김효재·안형환 전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 실장,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이 제20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새누리당 예비후보에 등록한 진수희 전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제20대 총선 서울 성동(을)구 지역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16.01.19 박철중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 친이계 의원 및 재임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과 함께 송년 모임을 가졌다. 2016.01.19 강진형 기자 총선이 다가오며 친이계 전략통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 사무총장(오른쪽)이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의원 및 보좌진 컴퓨터 해킹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01.19 박동욱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연말 친이계 인사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현역 의원들이 꼭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6.01.19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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