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정욱 기자의 겨울 축제여행] (1)동화 같은 화천산천어축제를 가다 |
(춘천=포커스뉴스) 춘천역 전철에서 내리자 북한강이 보였다. 그리고 올겨울 들어 보기 힘든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춘천댐이 보이자 화천산천어축제를 알리는 손바닥 만한 팻말이 보였다. 내가 타고 가는 버스이외에도 화천산천어 축제장으로 가는 차들의 행렬이 펭귄떼처럼 줄지어 가고 있다.
그 행렬에 묻어 달린지 30여분 지났을까. 겨울 골짜기 눈 발 속에 야구장보다 더 많은 인파가 북한강 상류 한 골짜기에 곽 차 있다.
시장골목. 여기도 사람들이 붐볐다. 차를 댈 곳조차 없이 손바닥 만한 인구 1만 명의 시골 읍이 온통 주차장이다.
읍내 시장 안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나는 갖고 온카메라와 메모지를 들고 내가 달려오면서 차창 밖으로 본 산천어 축제장으로 갔다.
여느 축제장과 다를바 없는 밤을 굽는 기계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고, 추운 겨울 날씨 탓인지 오뎅을 파는 임시 포장마차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국물을 후후 불며 마셨다.
시장을 빠져나온 지 10분도 안 되는 거리. 긴 둑방길을 빠져나오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끝없이 펼쳐진 북한강 상류 은반의 얼음 위에는 얼음 속 산천어고기보다 더 많을 것 같은 사람들이 펭귄처럼 서서 웅성거렸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두 눈은 뚫어놓은 어른 주먹만한 구멍에 눈을 박고 산천어가 낚시에 걸리기를 기다렸다.
언젠가 다큐드라마에서 본 남극 펭귄떼가 이런 풍경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축제장을 걸었다. 주말 인파로만 보면 세계적인 겨울축제장이었다.
축제장 둑에 인공 눈을 뿌려 쌓은 성에는 우리와 피부가 다른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산천어가 뭔지도 모르는 푸른 눈망을을 반짝이며 산천어를 잡으려는 미국인 아기의 모습은 앙증맞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말 산천어 축제장은 외국인들은 간간이 보였을 뿐, 대부분 초등학생을 둔 가족들이 많았다.
답답한 도시의 빌딩과 학원에서 빠져나와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아 아이와 함께 즐기는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 그대로였다.
내가 전철을 타고 올 때, 전철 앞 좌석에서 동화책를 읽던 한 초등학교 아이와 가족이 생각났다.
“아빠,화천산천어축제는 동화같이 멋진 겨울일까? 그리고 그곳에 마음씨 착한 읍장님이 빨간 자전거를 타고 있을까?”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체리새먼’이라고 적힌 제목의 동화를 읽고 있었다.
그 소년이 차 안에서 말한 화천산천어축제가 왜 아이들로 북적일 만큼 아이들과 가족들이 화천산천어축제를 찾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눈과 얼음과 샛강과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겨울축제. 여기에 동화를 읽고 찾아 온 그런 아이와 가족.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축제장은 쓸쓸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겨울 축제장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좋아 하는동화 같은 매력이 있었다.
아이가 전철 안에서 아빠와 함께 영문판 체리새먼(cherry salmon) 동화를읽으며 화천산천어에 얽힌 아름다운 읍장님과 산천어를 잡아 시장에 내다 팔아 아빠의 약을 사야했던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까지 정겹게 나누던 그 이야기들이 북한강 얼음위에 소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이곳 겨울 축제는 동남아 관광객이 유독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나는아이들이 가족들과 많이 찿아 오게 한 힘이 바로 동화 속 주인공 ‘체리새먼’과 ‘읍장님’을 닯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산천어 축제가 열리는 상류에는 금강산에서 내려오는 맑고 싱싱한 겨울 물이 흘러들었다.
기후온난화 탓인지 얼음이 간간이 녹고 있는걸 보며 나는 이 축제가 기후온난화 때문에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축제장으로 올 때, 이미 강원도에는 몇 대의 겨울 축제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 현상으로 취소되었다..
나는 이 겨울골짜기에 저토록 많은 도시의 어린 가족들과 저 멀리 동남아와 중국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인 가장 큰 힘은 자연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은 동화 체리새먼 같은 어린아이들과 가족을 끌어 들이는 동화 같은 문학의 힘이 아주 오래도록 알프스의 하이디 같은 마을로 남을 수 있길 기대하며 북한강 하루 로 가는 산소길로 발길을 옮겼다.
축제장을 빠져 나와 5분여쯤 달렸다. 내가 발길을 옮긴 곳은 북한강 옆으로 만든 1km가 넘는 산소길 산책로이다. 강에 도착했을 때 산소길은 강물에 떠 있었다.
몇 년 전, 이맘때쯤. 내가 이 길을 걸었을때는 눈이 길 위에 샇였고, 얼음이 얼어 있었다. 그런데 이 곳 역시 지구온난화 탓일까. 그 강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해질녘. 나는 저물어가는산소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인간의 힘이 아무리 위대해도 자연을 분노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마음 속에 담았다. 그리고 이축제가 아주 오래도록 많은 세계의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추억처럼 남기 위해서는 알프스의 하이디 같은 동화 ‘체리새먼’ 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먹고 즐기는 축제는 그 시간 뿐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가족에게 오랜 추억이되고 다시 어른이 되어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 이 추억을 다시 들려 주기 위해서는 문학의 의미가 중요하다.
저녁이 이미 저물고.내가 탄 버스가 다시 전철로 돌아갈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축제장에는 펭귄떼처럼 얼음위에 발을 동동거리며 서성이던 그 아이들도 가족들도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 한 켠, 어스름 속에 켜지는 축제장의 휘황찬란한 얼음 불빛을 보며, 나는 오늘 하루 이 축제장이 내게 던져 준 지구온난화라는 고온현상의 숙제와 동화같은 축제의 의미를 버스바퀴처럼 굴리며 북한강을 낀 골짜기를 빠져 나왔다.
*이 글을 쓴 서정욱 기자는 장편소설 ‘붉은 벽돌집’ 과 ‘내가 먹은 빨간사과에는 일곱 난장이가 없었다’를 지은 작가이기도 하다.거대한 얼음조각 앞에서 겨울 추억을 찍는 동남아 관광객들. 2016.1.18.서정욱 기자 얼음 구멍을 내려다보며 산천어를 잡는 미국인 아기와 엄마. 2016.1.18.서정욱 기자 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 아빠와 맨손잡기를 하는 정겨운 모습. 2016.1.18.서정욱 기자 산천어 축제장으로 가는 한 소년이 전철안에서 읽던 동화 영문판 체리새먼( Cherrysalmon)에 나온 체리새먼 소년과 산천어 모습.2016.1.18.서정욱 기자 산천어축제장으로 힘차게 흘러내리는 북한강의 맑고 싱싱한 물길.2016.1.18.서정욱 기자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 가까이 있는 산소길의 모습.2016.1.18.서정욱 기자 저물녁. 겨울산천어축제 얼음성에 불이 켜지면서 사람들은 하루를 마치며 짐을 꾸리고 있다.2016.1.18.서정욱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