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논산훈련소서 뇌수막염으로 숨진 故 노유빈 훈련병 모친 공복순씨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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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말 하는 정태원 상병 아버지 정대근 씨 |
(서울=포커스뉴스) “신발 신을 힘이 없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피해자 부모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아픔을 함께 할 것입니다.”
16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군 피해 치유센터 ‘함께’ 개소식이 있었다. 아픔을 공감하고 서로 의지하기 위해 센터 이름을 이 같이 지었다.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고 노유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씨가 센터의 대표를 맡았다.
독립문 근처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센터에는 피해자들과 유가족 70여명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흰 눈이 날리고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였다.
센터 개소를 축하를 해야하는 자리였지만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자리였다.
이날 자리에는 정태원 군과 그의 아버지, 故 이재연 훈련병, 故 신성민 상병, 그리고 故 윤승주 일병 가족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는 품에 안을 수 없는 이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어렵게 입을 뗐다.
선임의 구타에 의해 한명의 군인이 세상을 떠난 일명 ‘윤일병 사건’의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가 처음으로 심경을 전했다.
안씨는 “아들이 군에서 세상을 떠나는 이런 참담하고 비극적인 일들이 나에게 일어날지 몰랐다”며 “우리 가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만 더욱 깊어간다. 이런 고통을 해결해 나갈 방법을 모른다”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나면 수습을 하거나 유가족을 위로하지는 않고 되려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족을 기만하는 군은과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며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공복순 어머니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태원 군의 아버지 정대근씨는 “우리 아들이 피해자이지만 현재 살아있다. '아들이 살아있는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런 내 마음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고 참담한 마음을 내비췄다.
정태원군은 지난해 4월 공군에서 폭행과 성추행을 당하고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신성민 상병의 누나 신미희씨도 눈물을 참아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 신성민 상병은 2013년 1월 육군 11사단에서 뇌종양으로 숨졌다.
신씨는 “분명히 우리 동생의 일 말고도 군 안에서 발생하는 묵인된 폭력 사건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센터 활동을 통해 다시는 우리 동생이 당했던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나가는데 일조하겠다”고 개소식 소감을 밝혔다.
공복순 대표는 장문의 글을 준비해왔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하는 공씨의 모습은 오히려 주위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공 대표는 “죽은 후 국방부가 요구하는대로 화장부터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고, 또 차갑고 어두운 국방부 재판에 참여할 것이다”며 “실컷 울어 기운도 낼 수 없는 엄마들을 위해 이 센터에서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것이다”는 다짐을 전했다.
향후 이 센터는 군 피해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치유 지원제도 촉구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 트라우마(장기간 또는 영구적 장애를 남기는 신체적, 정신적 충격)를 감당하고 있는 군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을 상담 전문가와 연결하는 활동도 추진 중이다.
행사가 마친 후 공 대표는 기자와 만나 “우리에게 이렇게 죽었는데 군의 책임자는 어떻게 됐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왜 우리 아들이 죽었는데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하나. 국회와 정부는 무엇을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내가 가진건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한다. 정부가 해주지 않은 일은 저희가 할 것이다” 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도 공 대표는 "도와주세요. 저는 울지 않을 겁니다. 맞서 싸워 이겨내고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을 주세요"라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서울=포커스뉴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개소식에서 정상병 아버지 정대근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는 군에서 피해(사망∙상해)를 입은 당사자와 그 가족의 트라우마 치유를 목표로 하는 센터이다.왼쪽부터 故 노우민 훈련병 어머니 공복순, 정태원 상병, 정태원 상병 아버지 정대근, 故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 故 신성민 상병 둘째누나 신미희. 2016.01.16 오장환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개소식에서 故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 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군피해치유센터 '함께'는 군에서 피해(사망∙상해)를 입은 당사자와 그 가족의 트라우마 치유를 목표로 하는 센터이다. 2016.01.16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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