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징역 20년 '구형'…29일 선고(종합2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15 21:15:53
  • -
  • +
  • 인쇄
검찰 "범행방법이 악마와 같다. 양두구육의 모습이다"

변호인 "거짓말 탐지기, 혈흔 형태 비쳐 범인은 '리'"

패터슨 "범인 없는 사건의 희생자가 될까 우려된다"
△ 패터슨의 충혈된 눈

(서울=포커스뉴스) 검찰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7)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징역 20년은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으로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패터슨에게 적용되는 법정 최고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15일 열린 아더 존 패터슨(37)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일면식도 없는 대학생을 칼로 9번이나 찌르는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고 피해자와 그 가족의 행복을 파괴한 중대한 범행”이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범행방법이 마치 ‘악마와 같다’면서 피고인은 재판내내 방청객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가증스럽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모습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범행 후에도 구호조치가 없었고 지금껏 범행을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면서 “변호인으로 하여금 근거 없거나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법정 내외에서 하도록 해 리의 가족 등 관계인들의 명예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우리 국민을 잔인한 범죄에 노출시켜 국민적 충격에 빠지게 했고 검찰 등 법집행기관에 대한 신뢰도 대폭 저하시켰다”면서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첫 수사와 기소 당시 충분한 증거수집과 사실인정에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면서 “너무도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해 유족에게 큰 고통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늦게나마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고 범인이 상응하는 형벌을 받게 된다면 피해자 부모는 그 한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민도 법집행기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살인과 같은 중죄를 저지를 경우 언젠가는 처벌받는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재판의 의의를 설명했다.


검찰은 18년만에 다시 시작된 ‘이태원 살인사건’을 두고 자책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초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 검사는 피고인과 리 모두 범행현장에 있었고 피가 묻어 공범일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한명이 단독 살해하고 나머지 한명을 단순한 목격자로 규정하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근거 없는 가정에 빠져 사안의 전체적인 틀과 본질을 오해했고 스스로 오류에 빠진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체에 남겨진 상처와 범행도구를 대조해 범행방법 등을 확인하고 혈흔을 통한 범인의 동선 등 자료를 수집하는데 소홀했다”면서 “오히려 두 사람의 진술 중 어느쪽이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부검감정서’와 ‘현장혈흔’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범행장소가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신체 여러 곳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범행을 저지른 자는 머리와 몸통, 손 등에 다량의 피를 묻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부검결과 등 객관적 증거만으로는 한명이 피해자를 9회 찔렀는지 아니면 2명이 번갈아 찔렀는지, 또는 한명이 피해자를 붙잡는 방법으로 가담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리는 소량의 피만 묻었고 피고인은 다량의 피를 뒤집어 썼기 때문에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밀치는 상황에서 피를 뒤집어 썼다고 주장하지만 세면대 방향에 튄 혈흔은 피고인의 몸에 가려 만들어질 수 없는 혈흔”이라면서 “피고인의 주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객관적 증거에도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패터슨의 변호인은 “혈흔의 양은 중요하지 않고 그 형태에 주목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부검전문의에 따르면 상처에서 처음 튀는 혈액은 압력에 의해 스프레이 형태로 뿌려진다”면서 “리의 옷에 묻은 형태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은 사전 기획·모의가 없기 때문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범인”이라면서 “리는 검도를 연마했고 이 때문에 수초 이내에 칼을 9번이나 찌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특히 거짓말 탐지기 결과에 주목했다.

그는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도는 96.7%에 이르고 리는 10번 이상 같은 질문에 현저한 거짓말 반응을 보였다”면서 “피부에 흐르는 전류와 호흡, 맥박, 혈압 등은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는 한국말을 듣지 못해서 생긴 반응이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언론과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했고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장의 말도 이해했다”면서 “리가 줄곧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패터슨의 면소(免訴)여부도 철저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사부재리와 공소시효를 언급하며 “패터슨에 대한 기소는 인적 신병확보 없이 서면으로 진행됐다. 적법한 공소제기인지 심사숙고해 달라”고 말했다.

패터슨은 최후진술에서 “마음에 우러나는 말을 드리고 싶어 별도 서면을 준비하지 않았다”면서 “두서가 없더라도 양해를 바란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진실을 밝히자는 변호인의 조언과 하나님의 존재를 믿어 한국에 왔다”며 “그러나 한국의 언론과 검찰은 저를 벌써 유죄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제가 범인이 없는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희생자가 될 것을 매우 우려한다”면서 “억울한 범죄 혐의에 대해 자유를 찾고자 힘들게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리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유는 단지 ‘범죄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기술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패터슨은 “검찰은 사실증거가 아닌 이런 정황증거를 모아 추측을 통해 유죄로 몰아세우고 있다”면서 “퍼즐조각 맞추기 같다. 검찰은 저를 유죄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개연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는 “현장검증에서 이뤄진 피해자를 제압하는 모습, 혈흔형태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언급하며 다소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현장검증은 목격자가 없어 상황을 연출했던 것일 뿐”이라면서 “그러한 부분들도 모두 고려해 심리할 것”이라고 패터슨을 진정시켰다.


패터슨은 리의 범행 직후 행동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패터슨은 “리가 범행 직후 돌아다니면서 웃거나 범죄에 대해 으스댔다”면서 “그의 진술에서 드러나듯 리는 항상 마약에 취해 있었고 마약을 투여한 후 자신이 경험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골이 보고 싶으면 해골이 보인다’는 진술처럼 그는 난폭한 행동을 상상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화장실로 나를 데려간 것이다. ‘재미로 사람을 찔렀다’고 발언한 것이 그 근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리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 믿기지 않았고 단지 (리의 범행을) 덮어주고 싶은 마음에 증거인멸을 했다”면서 “17세의 어린 나이로 굉장히 어리석었고 무서워 도망쳤다”고 자책했다.

패터슨은 ‘한국어가 서툴다’, ‘통역인 없이 제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 등이라고 말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패터슨의 1심 선고공판은 이달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지난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칼에 찔려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다.

검찰은 당초 사건을 리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짓고 리와 패터슨에게 각각 살인과 증거인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1998년 9월 리는 증거불충분으로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리의 무죄 선고 이듬해 조씨의 부모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패터슨은 이미 미국으로 떠난 뒤였다.

이로부터 12년 뒤인 2011년 12월 검찰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법무부는 2011년 5월 미국에서 패터슨을 검거한 뒤 범죄인인도 재판에 넘겼고 미국 LA연방법원은 2012년 10월 패터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패터슨은 지난해 10월 23일 국내로 송환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지난해 9월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돼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오장환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인철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지난해 9월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돼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의 첫 공판준비기일인 지난해 10월 8일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 이모씨가 서울중앙지법으로 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장환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