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잇단 투신…"아빠는 과로·상사 폭언에 괴로워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15 17:53:26
  • -
  • +
  • 인쇄
지난달 24일·28일 서울 서소문별관 1동 11층·10층서 잇단 투신

딸 "부서이동 후 6개월만에…13살 어린 상사에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녔냐' 폭언 들어"

최씨와 이씨, 투신 직전인 11월 추가근무 일수 각각 16일, 12일

서공

(서울=포커스뉴스) 지난해 12월 서울시 본청 공무원이 4일 간격으로 2명이나 투신한 가운데 잇따른 투신이 과도한 업무, 경직된 조직문화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동 10층에서 재무과 소속 7급 공무원 이모(40)씨가 투신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 입사한 신입사원으로 봉급 담당업무를 담당해왔지만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커 최근 계약업무로 보직 변경을 요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투신하기 4일 전인 지난달 24일 역시 같은 건물 11층에서 투신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소속 6급 공무원 최모(48)씨도 지난해 7월 기후환경본부로 발령 받은 후 매우 힘들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최씨의 딸이라는 A씨가 '저희 아버지가 자살을 하셨고 뒤이어 오늘 다른 분이 자살하셨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아버지는 부서이동을 한 뒤 적응을 못하는 와중에 이어지는 과한 양의 업무와 어린 상사의 폭언으로 굉장히 괴로워했다"며 "문제없이 회사를 다니시는 어머니와 나쁘지 않은 대학교에 들어간 큰딸, 열심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막내딸, 그리고 공무원을 평생 자부심으로 여기던 저희 아버지…이렇게 평화로웠던 가정이 부서이동 후 몇 달 만에 이렇게 돼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은 시청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가정의 날로 저녁 6시에 귀가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그런 날이었다"며 "하지만 그날도 아버지는 점심시간에 나가지도 못하고 빵과 우유 따위로 대충 때우고 계속 업무를 하고 저녁은 아예 드시지도 못한 채 밤 11시 30분까지 업무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아버지가 사망 당일에도 13살이나 어린 상사에게 폭언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자살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의 무책임한 한마디가 굉장히 영향을 준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13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상사라는 이유로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녔냐'는 등 이야기를 들으면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 확인 결과 투신한 최씨와 이씨 모두 잦은 추가근무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지난해 7월 기후환경본부로 발령된 이후 매달 13~16일 가량, 지난해 11월에는 16일 등 추가근무를 했다.

이씨의 경우 지난해 1월 입사 이후 매달 평균 40시간 가량, 업무가 봉급 담당으로 바뀐 직후인 5월과 6월에는 20여일과 11월에는 12일간 등 추가근무를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근무 일수를 보면 조금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근무시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내부전산망에 "연쇄 투신자살, 박원순 시장이 책임져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박원순 시장의 사과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서공노 측은 성명을 통해 "난데없이 폭증하는 낯선 업무와 원칙 없는 승진과 전보, 간부들의 각종 횡포 등으로 사고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며 "직원들이 단 돈 1000원만 받아도 도둑놈 취급하고 옥죄면서 일벌레로 키우는 조직이 지구상에 어느 곳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 입맛에 맞는 조직을 수시로 늘리다보니 외견상 비대한 조직, 비효율적 조직, 직원을 죽이는 조직이 되고 있다"며 "고유 업무를 했던 현업 부서와 사업소 직원들은 인력 부족에도 업무량이 늘어 고통을 호소하며 죽고 싶다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4~5명이 일했던 팀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며 단 두 사람에게 모든 업무를 떠맡기는 경우 오전 5시 40분에 출근해 오후 8시 퇴근, 다시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을 하면 불안해 잠을 잘 수 없다는 하소연 등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인사 부서에서도 죽도록 싫은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고통을 한 번쯤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경찰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무엇이라 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경찰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놓친 부분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유서를 남기지 않아 투신을 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동료 직원들에 대한 면접을 하고 있고 업무를 힘들어 했다거나 상사가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정도의 진술은 있으나 아직 구체적 계기나 명확한 동기로 보이는 부분이 파악되지 않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조사는 이달 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조숙빈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