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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짓는 이희준 |
(서울=포커스뉴스) "이 사람은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았을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배우 하길 참 잘했다 싶어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세상을 실컷 이해하려고 살다 죽는 인생인 것 같아서요."
배우 이희준이 영화 '오빠생각'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참 캐릭터를 자신의 옷처럼 입는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유나의 거리' 등의 작품에서는 한없이 착하기만 한 모습이 그인 줄 알았다. 반면, 영화 '해무'에서는 성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이 실제 모습 같았다.
그런 그가 한국전쟁 중 실존한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오빠생각'에서 전쟁고아들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물, 갈고리 역을 맡았다. 그는 "워낙 선하게 타고나서"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영화 속 그의 모습을 보면 그 시대에 이희준은 갈고리처럼 살았을 것만 같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는 갈고리 역 제안을 세네 번 거절했다. '로봇, 소리'의 캐스팅을 확정 지은 터라 한 번에 다른 시대, 다른 역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한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그에게 "갈고리를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인간으로 표현하고 싶다. 한국전쟁 시대 난민촌에 있었을 법한 한 명의 사람으로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악역이라고 태어나자마자 나쁜 짓을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시나리오를 받고 떠올린 건, 야밤에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탁 쳐다보는 도둑고양이의 눈빛이었어요. 환경이 인물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거죠. 난 이렇게 사는 게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는 갈고리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손이 없어서 손이 있고 시고, 돈이 없어서 돈을 얻고 싶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민이 많았기에, 가장 신나는 순간도 기억했다. 영화 속 갈고리 공간을 허물기 전, 마지막 촬영 때였다. 이 감독은 "내일이면 공간이 없어질 텐데 갈고리로서 더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런 순간은 창작자로 정말 신나는 순간이에요. '왼쪽으로 세 칸 움직이고 고개 들어'라는 일방적인 말이 아니라, '여기서 갈고리가 어떻게 살 것 같아?'라는 질문이거든요. 그 인물을 고민한 창작자로서 아주 신났어요. 저는 갈고리가 주워온 작은 거울이라도 그걸 볼 것 같았어요. 손이 없지만, 총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총 쏘는 시늉도 해보고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촬영 마지막 날 진행된 강원도 바닷가에 빠져야 하는 장면이었다. "물에 잠겨야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바다에서 (부력 때문에) 자연스레 가라앉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 잠수부가 바닥에서 제 발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어요. 촬영하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제가 손으로 X표를 그려요. 그러면 위로 올라가고. 이걸 일곱 번, 여덟 번 반복했어요. 기도하고 촬영한 장면이죠."
그는 '오빠생각'의 현장에 대한 애정도 더했다. 약 3개월간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된 현장이었다. 임시완의 아이디어로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을 만들기도 했다. 임시완과 고아성은 USB를 디자인했다.
이희준은 현장에서 아역배우 순이(이레 분)와 동구(정준원 분), 그리고 이 감독의 그림을 그려서 USB 속에 넣었다. 이준혁은 현장에서 모든 사람의 사진을 찍어서 함께 담았다. 전무후무한 현장 분위기였다.
"로케이션 촬영이 약 4개월 정도 진행됐어요. (임)시완이도 권위나 고집을 부리는 친구가 아니라 정말 고마웠어요. 200명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을 찍는데 감독님은 욕 한 번을 안 하시더라고요. 대단했죠. 사실 감독과 배우, 스태프를 갑과 을의 관계로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더 좋은 장면을 위해 현장에서 인격적 모독이 오가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스스로 권위를 부리지 않는데도 권위가 있는 그런 사람과 오래오래 작업하고 싶어요."
'오빠생각'은 참 착한 영화다. 착한 사람들이 모여 착하게 촬영을 마쳤다. 이희준은 "참 순수하고 따뜻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이를 통해 느낀 것도 많다.
"배우를 하면서 대단한 스타가 되면, 그것도 좋겠죠. 그런데 그보다도 작업하는 사람들과 심리적으로 큰 상처 없이, 즐겁게 작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작업이 보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게 바람이에요. 그게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서울=포커스뉴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오빠생각' 배우 이희준이 인터뷰 중 골몰히 생각하고 있다. 2016.01.11 김유근 기자 이희준은 영화 '오빠생각'에서 갈고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오빠생각' 스틸컷. <사진제공=NEW>'오빠생각' 속 갈고리의 공간에서 배우 이희준과 임시완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오빠생각' 스틸컷. <사진제공=NEW>(서울=포커스뉴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오빠생각'의 배우 이희준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11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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