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실 위해 죽음 선택”…고인 모독 말라
법원, 증거 채택 조사진행…능력부여는 판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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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향하는 이완구 |
(서울=포커스뉴스) “‘뱉어놓고 죽으니 골탕 먹어봐라’라고 밖에 읽히지 않는다.”
“고인을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말이다. 두 번 죽이지 말라.”
지난 5일 열린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인터뷰’의 증거 채택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1시간가량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전 총리 측이 다소 강한 어조를 사용하자 분위기가 격해지기도 했다.
변호인은 △녹취록과 메모에 등장하는 인물 대다수를 불기소 처분한 점 △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 △미국 연방법령은 죽은 사람의 진술을 형사사건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점 등 3가지를 근거로 내세웠다.
변호인은 먼저 “녹취록과 메모에 등장하는 2명만 기소했고 나머지는 6명은 기소하지 않았다”면서 “검찰 스스로 증거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증명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트에 등장하는 6명은 구체적인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만 피고는 이름만 있고 금액도 없다”면서 “고인 스스로도 그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게 아닌가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두 번째 “반대신문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인은 돈 받았다는 사람이 이를 부인하면 법정에 서서 떳떳이 밝히라고 말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본인은 자살했고 그 동기는 ‘뱉어놓고 죽으니 골탕 먹어봐라’라고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허위진술을 하고 향후 닥쳐올 부담감에 순간적으로 자살했다고 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면서 성 전 회장의 죽음을 폄하하는 평가를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은 주변인에게 ‘이거를 내가 좀 확 까발려야겠다.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가겠다’는 발언을 했다”며 “기자와의 통화도 보복감정에 ‘너희도 당해봐라’는 의도가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세 번째 근거로 미연방 증거규칙 실무자료를 언급했다.
그는 “미 연방 증거규칙에 804조에 따르면 죽은 사람의 진술은 민사에서만 인정하고 형사사건은 그 능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며 성 전 회장의 인터뷰는 이 사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변호인의 대부분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 기자와 4차례 통화하면서 녹음 방식과 시기를 협의한 것은 즉흥적 발언이 아니다. 진실을 말했을 정황이 충분하다”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도 아니기 때문에 강압의 여지가 없고 특신상태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신상태(特信狀態)는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검찰은 또 인터뷰가 자신의 형사책임 감면이나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닌 점, 국회의원을 역임한 대기업 회장이 3자의 회유나 강요로 허위 진술할 이유가 없는 점, 인터뷰 당시 평정상태를 유지 한 점 등을 근거로 세웠다.
그러면서 “인터뷰 전체를 보면 고인은 궁극적으로 깨끗하고 신뢰받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명백한 동기가 있었다”면서 “망자의 유언 성격인 진술은 경험칙과 사회 관념상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미 연방증거와 관련한 이 전 총리 측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 증거법 804조는 각칙에 대한 규정일 뿐이고 총직인 807조는 포괄적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며 “성 전 회장의 진술의 신용이 보장되는 정황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변호인의 ‘악의적 폭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인을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말이다. 자살한 고인을 두 번 죽이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재판부는 ‘성 회장이 사망을 앞두고 피고인에 대한 반감, 적대심, 허위진술의 개연성이 있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과 그 증거의 증명력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성 전 회장의 인터뷰를 증거로 채택했다.
다만 “증거능력 부여는 증거조사를 통해 검토하겠다”면서 “최종 판단은 판결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9일 북한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폭로성 인터뷰를 했고 그의 주머니에는 친박 핵심인사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메모지에는 허태열(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홍문종(새누리당 의원) 2억, 유정복(인천시장) 3억, 홍준표(경남지사) 1억, 부산시장(서병수) 2억,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불, 이병기(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국무총리) 등이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지난 7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정치인 8명 중 이 전 총리와 홍준표(62) 경남도지사를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 6명은 불기소했다.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인철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2015.11.24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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