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버거 브랜드 사겠다는 제안도 단칼에 '거절'
이영철 대표 "대학생들에게 희망의 멘토가 되고 싶다"
(서울=포커스뉴스) "스트리트 버거 하나 주세요."
점심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 8일 오전 9시30분. 가게를 찾은 학생이 익숙한 듯 주문을 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영업시간 전이라, 1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하는데…"
정중한 부탁이 이어졌고 10분을 기다려야 했던 손님은 기꺼이 기다림을 택했다.
고대앞 명물로 손꼽히는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48) 씨의 손놀림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이 대표는 가게의 원조 메뉴 '스트리트 버거'에 들어가는 속재료를 만들며 이날 하루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 '영철버거'는 지난 6일 다시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영철버거는 2000년 1000원짜리'영철 스트리트버거'로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과 마음을 따듯하게 채워줬던 고려대 앞 '명물'로 통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영철버거는 경영난으로 장사를 접었다.
이 대표는 "창업자로서 변화를 꾀하다 보니 직영점은 무리한 경영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고, 체인점은 영철버거의 저가 이미지를 이겨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6개월만이다. 영철버거는 '특별한' 사연과 함께 2005년부터 있었던 서울 성북구 안암동 96번지 1층 매장이 아닌, 그 맞은 편 건물 2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크라우드 펀딩'…2600여명의 학생의 힘으로 부활한 영철버거
영철버거의 재오픈에는 학생들의 성원이 있었다. 지난해 9월,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약 한 달간 소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모금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영철버거를 닫고 이후 두 달여간 두문불출(杜門不出)했다.
술을 잔뜩 마시고 우연히 휴대폰을 켰던 어느날 이 대표는 고려대 재학생으로부터 "아저씨가 우리 선배들을 도왔듯 우리도 아저씨를 돕고 싶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의 반응은 뜨거웠다. 목표금액이었던 800만원을 훌쩍 넘겼다.
학생 주민 등 2600여명이 펀딩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총 6811만 5000원이 모였다. 이 돈은 영철버거의 새로운 가게 보증금으로 쓰였다. 고려대 졸업생들의 도움도 있었다.
이 대표는 "남한테 베풀기만 했지 내가 도움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학생들의 모금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를 열고 나서도 고려대 졸업생들이 30만~50만원의 기부펀딩을 한다"며 "광주에 사는 졸업생도 매주 나를 찾아와 재개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문을 닫고 힘들었을 때 '영철버거' 브랜드를 사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영철버거를 팔아야 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영철버거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려대 학생들과 함께 만든 이 영철버거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배신이라고 생각해 후회없이 거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표는 새롭게 오픈한 가게 한쪽 벽면에 영철버거를 위해 투자해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새겨 고마움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학생들의 따듯한 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영철버거를 통해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따듯한 '멘토'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영철버거를 팔지 않은 것도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며 "나를 통해 좌절하지 않고 학생들도 할 수 있다는 창업프랜차이즈의 희망이 되고싶다"고 전했다.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영철버거'에서 이영철 사장이 인터뷰 중 손님이 선물한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려대 앞 명물로 꼽히는 '영철버거'가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고려대를 다녔던 학생들이 영철버거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십시일반 도와 가게를 옮겨 재오픈 했다. 김흥구 기자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영철버거'에서 햄버거를 먹으러 온 손님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고려대 앞 명물로 꼽히는 '영철버거'가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고려대를 다녔던 학생들이 영철버거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십시일반 도와 가게를 옮겨 재오픈 했다. 김흥구 기자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영철버거' 낙서판에 붙어 있는 손님들의 메시지. 고려대 앞 명물로 꼽히는 '영철버거'가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고려대를 다녔던 학생들이 영철버거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십시일반 도와 가게를 옮겨 재오픈 했다.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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