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13번째' 레알 마드리드 감독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의 흑역사 지울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08 15: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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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델 보스케와의 결별 이후 거의 감독 평균 수명은 1년

(서울=포커스뉴스) 지네딘 지단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취임했다. 프랑스 대표로 유럽선수권대회와 월드컵 우승을 일궈냈고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클럽 선수로서도 다양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지단이다.

레알 마드리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지난 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곧바로 페레스 회장은 지단을 차기 감독으로 소개했다. 레알 감독으로 부임하기 이전 지단이 감독으로 맡았던 팀은 레알 리저브팀인 카스티야가 전부다.

카스티야 감독을 맡을 당시 지단은 적법한 지도자 자격증 조차 없었고 2015년 상반기에야 이를 취득해 정식 감독을 맡을 수 있었다. 선수로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지단이지만 지도자로서는 아직 제대로 검증조차 받지 않은 그가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레알의 감독으로 부임한 셈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단은 이로써 1910년 아서 존슨 초대 감독 이래 레알의 61번째 감독이 됐다. 미겔 무뇨스, 레오 벤하커, 파비오 카펠로, 비센테 델 보스케 등 두 차례 이상 감독직을 역임했던 인물들을 감안하면 지단은 레알의 감독직을 맡은 46번째 인물이다.


전임 감독들 중에서는 계약기간을 채우며 레알과 아름답게 결별한 감독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베니테스 전 감독 역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고 심지어 한 시즌도 마무리 못하고 물러났다.

흔히 레알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한다. 특히 최근 약 13년간 레알 감독을 맡았던 인물들이 팀과 어떻게 결별했는지 보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1999년 11월부터 2003년까지 팀을 이끈 델 보스케는 이 기간 챔피언스리그 우승 2번, 리그 우승 2번,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 우승 1번 등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레알은 델 보스케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델 보스케의 후임으로 자리한 카를로스 케이로스(2003년 6월~2004년 5월)를 시작으로 베니테스(2015년 6월~2016년 1월)에 이르기까지 레알은 지단 부임 이전까지 13년간 12명이 팀을 맡았다. 하지만 이들 중 행복하게 팀을 떠난 감독은 거의 없었다.

케이로스에 이어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2004년 5월~9월), 마리아노 가르시아 레몬(2004년 9월~12월), 반더레이 룩셈부르고(2004년 12월~2005년 12월), 라몬 로페스 카로(2005년 12월~2006년 6월), 파비오 카펠로(2006년 6월~2007년 6월), 베른트 슈스터(2007년 7월~2008년 12월), 후안데 라모스(2008년 12월~2009년 6월), 마누엘 페예그리니(2009년 6월~ 2010년 5월), 조세 무리뉴(2010년 5월~2013년 6월), 카를로 안첼로티(2013년 6월~2015년 6월) 등을 거쳐 베니테스를 지나 지단으로 이르고 있다. 지단은 지난 13년간 레알 감독을 맡은 13번째 인물이다.


델 보스케 이후 팀을 맡았던 케이로스는 한 시즌 후 성적부진과 함께 팀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치로 복귀했고 카마초는 개막 이후 4라운드를 마치고 팀을 떠났다. 카마초는 1998년 6월에도 레알을 맡았지만 당시에도 66일만에 경질됐던 바 있다. 레몬은 카마초 하에서 수석코치를 맡았다가 감독대행으로 잠시 자리했고 이후 룩셈부르고 감독은 팀을 만 1년간 이끌었다. 하지만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며 카스티야 감독이던 카로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카로 역시 반 시즌 이후 새 시즌 개막과 함께 카펠로에게 감독직을 넘겼다.

물론 카펠로 체제도 길지 않았다. 그나마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1년만에 팀을 떠났고 후임 슈스터는 첫 시즌 리그 우승과 수페르코파(스페인 슈퍼컵) 우승 등을 일궈냈지만 이듬 시즌 도중 성적부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후 남은 시즌을 라모스 체제로 마무리한 레알은 이듬 시즌 페예그리니 체제를 거쳐 무리뉴를 영입했다.

무리뉴는 이전 9명의 감독들이 모두 경질과 다름없는 형태로 팀을 떠난 것과 달리 2013년 6월까지 팀을 이끌며 리그 우승과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 등에서 각각 1번씩 우승컵을 선사했다. 하지만 구단이 기대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이루지 못하며 팀을 떠났다. 결국 레알은 후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하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숙원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재탈환했음에도 안첼로티는 이듬 시즌 후 팀을 떠나야 했다.

안첼로티와 결별하고 레알이 영입한 인물은 잘 알려진대로 베니테스였다. 결국 베니테스는 한 시즌을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지단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팀을 맡았던 델 보스케 이후 즉 케이로스 감독을 시발점으로 하면 지단은 지난 13년간 13번째 레알 감독직을 맡게 된 셈이다.

이 중에는 지단과 마찬가지로 카스티야에서 올라온 카로 같은 감독도 있고 레몬처럼 수석코치에서 갑작스럽게 팀을 맡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임 당시의 상황과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퇴진할 당시의 모양새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델 보스케 감독 이후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 안첼로티 조차 구단으로부터 "더 많은 우승을 위한 조치"라는 이유를 들어야 했다.

베니테스 감독에 대한 안팎에서의 불만이 워낙 컸던 만큼 지단에 대한 신뢰도는 현재 매우 높다.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은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지단의 첫 번째 시험대는 10일 새벽에 열리는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와의 프리메라리가 19라운드다. 데포르티보는 중위권인 7위지만 레알이 승패를 걱정할 정도의 상대는 아니다. 게다가 홈경기다. 너무 약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강하지도 않은 팀과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여러모로 지단이 레알 감독 데뷔전 상대로는 적격이다.

물론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얻는다면 첫 단추부터 꼬일 수도 있다.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듯 보이지만 지단 역시 결과가 없으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단이 지난 13년간의 레알 감독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마드리드/스페인=게티/포커스뉴스>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새롭게 취임한 지네딘 지단이 5일 오후(한국시간) 첫 훈련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마드리드/스페인=게티/포커스뉴스>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취임한 지네딘 지단이 5일 오후(한국시간) 첫 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레온/스페인=게티/포커스뉴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5년 6월12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 레온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03년 델 보스케 감독과 결별한 이후 13년간 지네딘 지단에 이르기까지 총 13명의 감독이 팀을 맡으며 감독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C)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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