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세월호 특조위 "당연히 순직 인정해야"
교육부,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이란 대법원 판단 나와야 논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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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사망 당시 26·여)씨는 2학년 3반, 이지혜(사망 당시 31·여)씨는 2학년 7반 등의 담임선생이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당시 김씨와 이씨는 세월호 5층 객실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침 생일이던 김씨는 전날 밤 학생들이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줘 귀걸이와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이날 아침에는 동료 교사들과 케이크를 나눠먹기도 했다.
오전 8시 50분쯤 세월호는 침몰하기 시작했고 김씨와 이씨는 탈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곳에 있었지만 차마 학생들을 두고 먼저 탈출할 수 없었다.
결국 두 교사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구조되지 못했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인양된 김씨의 시신에는 아이들이 선물한 귀고리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이후 유가족들은 2014년 6월 안산시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두 교사를 의사자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두 교사를 의사자로 인정할 증거나 증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류' 판정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보고한 교감도 자살했고 두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의 희생이 커 증언해 줄 학생들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유가족들은 뒤늦게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이라는 판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순직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대상이 아니라며 반려됐다.
최근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공무원 인정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측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4)씨는 7일 포커스뉴스와 전화통화를 통해 "주 40시간으로 계약해 담임까지 맡아 일했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안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 "20만명의 서명을 받고 오체투지까지 했지만 딸의 순직이 인정되지 않아 참담한 심정"이라며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서로 책임을 떠밀고 있고 지난해 12월 만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는데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연금을 받지 않고 순직으로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버지가 못나고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것 같아 딸에게 너무 미안해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7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려다 숨진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씨와 이씨에 대한 순직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특조위는 "두 교사는 담임교사로서 다른 정규직 교사들과 똑같이 근무해왔고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희생됐다"며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등 관련기관이 단원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해 10월 6일에도 단원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처리를 촉구하며 기간제 교사도 현행법상 공무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한 바 있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기간제 교원이 교육공무원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인정 논의가 진행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10명 중 김씨와 이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 등을 제외한 정규직 교사 7명은 순직을 인정받았다.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은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할 경우 인정되며 이럴 경우 유족들에게 순직연금 등이 지급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기간제 교사의 법적 지위를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것으로 바꿔준다면 얼마든지 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수 있다"며 교육부 결정전까지는 순직인정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기간제 교원을 교육공무원이 아닌 것으로 봐왔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에서도 기간제 교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도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만 기간제 교원에 대한 연금적용, 순직인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3년 5월 기간제 교사들이 교육공무원 수당규정을 적용해달라며 낸 성과급 지급 소송의 2심 판결에서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이라는 판단이 나왔다"며 "교육부도 대법원 판결이 2년 6개월여가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 기간제 교원에 대한 법적 지위문제로 사회적 논란과 행정처리 과정의 애로를 겪고 있어 대법원이 빨리 판결을 내려달라고 2차례에 걸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계속 제기돼 대법원 판단이 내려져야만 순직 논의가 가능하다는 교육부와 인사혁신처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6월 22일 "기간제 교사도 역시 교육공무원에 해당돼 김초원·이지혜 교사도 정부의 순직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지난해 6월 24일 성명을 통해 "교육공무원법에는 기간제 교원에게 적용해서는 안되는 법령을 한정적으로만 열거하고 있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교육공무원법령이 기간제 교원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같은 업무에 종사하다 같은 사고로 사망했는데도 기간제 교원에게만 순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지적했다.(안산=포커스뉴스) 세월호 참사 500일인 지난해 8월 28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허란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려다 사망한 김초원(왼쪽)·이지혜(오른쪽) 교사. <사진출처=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 304 잊지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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