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면한 변호사시험…응시생 "사시 폐지해야" 한목소리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04 21: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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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생들 "시험거부 연대 못해 마음의 빚…시험 후 사시폐지 운동 동참할 것"

로스쿨생 부모들 "정부만 믿었는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일각에선 '밥그릇 싸움' 논란도
△ 대한변협 규탄하는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서울=포커스뉴스)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로 파행이 우려됐던 변호사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사시폐지를 주장하는 로스쿨생들의 의지는 여전했다.

4일부터 시작된 제5회 변호사시험은 휴식일인 6일을 제외하고 8일까지 연세대, 고려대, 충남대 등 6개 대학에서 진행된다.

이날 시험 종료가 예정된 오후 7시가 다가오자 학부모와 친구 등이 삼삼오오 고사장 출구 앞에 모여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윽고 고사장 밖으로 나온 응시생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 시험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저마다 자신을 기다렸던 가족·친구들을 찾아가 반갑게 이야기했다.

또 다음날 오전 10시부터 이어지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책과 도시락 등이 들어있는 캐리어와 배낭 등을 들고 바삐 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파행은 면했지만…응시생들 "사법시험 폐지해야" 한목소리

이번 변호사 시험은 당초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로 수험생 1886여명이 시험거부를 결의했지만 이중 대다수가 철회하면서 전면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을 면했다.

하지만 응시생들은 여전히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결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조모(36)씨는 "정부의 사시 폐지 약속을 믿고 있었던 만큼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며 "시험거부를 철회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 그에 동조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논란으로 학교 내부에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많이 어수선해 시험을 앞두고 스케줄이 흐트러지는 등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응시생 박모(28)씨는 "원래 의도대로 파행하지 못해 답답하고 착잡하다"며 "법무부가 일부러 사시 폐지 유예 발표 시점을 고른 것도 변호사시험을 전후해 우리가 반발하지 못할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응시생들은 변호사시험 일정이 끝난 후 사시 폐지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협의체에서 진행될 논의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시 폐지를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모(26·여)씨 역시 "이번 시험은 이렇게 진행됐지만 앞으론 반드시 사시가 폐지돼야 한다"며 "사시 폐지를 위한 움직임에 얼마든지 동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로스쿨생 자녀 둔 부모들 "정부만 믿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매년 하락하는데도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유예를 결정한 데에 대해 로스쿨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 역시 배신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제1회 변호사 시험합격률은 87.25%를 기록했지만 2회 75.17%, 3회 67.63%, 지난해 4회는 61.11% 등으로 집계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합격률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며 올해 합격률은 50%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사시험이 진행되는 고려대학교 우당교양관 앞에서 자녀를 기다린 한 학부모는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는 약속을 믿고 시간과 돈을 얼마나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이런 결정을 내리면 그 피해는 어떻게 하나"라며 "정부의 편의에 따라 학생들과 학부모만 희생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로스쿨에 들어갔다"며 "법무부에서 법을 번복하면 앞으로 누가 법이 지켜질 것이라 믿겠느냐"고 비난했다.

고모(63)씨는 "법관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닌 출세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변질된 사법시험은 폐지돼야 한다"며 "사법시험을 통해 신분 상승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통해 법관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해보지도 않은 채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밥그릇 싸움' 논란 여전…"어쨌든 하나로 통일 시켜야"

그러나 사법시험 존치문제를 두고 "밥그릇 싸움"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인 중 이번에 변호사 시험을 봤다고 자신을 소개한 A(29)씨는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서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로스쿨 도입 초반부터 양측의 이해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험장 주변에서 사법시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B(24)씨는 "신분상승의 유일한 사다리 중 하나인 사법고시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이 모두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시작된 제 5회 변호사 시험 응시율은 91.9%였다. 이는 지난해 변호사시험 응시율 94.7%에 비교해 2.8% 떨어진 수치다.

이번 변호사시험에 응시원서를 제출한 인원 3115명중 실제 응시자는 2864명으로 집계됐다. 미응시 인원은 251명으로 이중 응시 취소는 226명이며 결시자는 25명이다.

지난해 12월초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4년간 유예' 입장이 발표된 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등록 취소 위임장을 모아 시험 거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수험생 상당수가 시험 거부의사를 철회하고 변호사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도 여러 차례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제5회 변호사시험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앞에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대한변협 규탄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15.12.29 오장환 기자 4일 오후 6시 50분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우당교양관 앞에서 학부모들이 제5회 변호사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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