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사이니지'·'전장사업'에서 맞대결
(서울=포커스뉴스) 지난해 국내 전자업계는 힘겨운 성장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이익을 창출해야하는 구조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악재로 작용했고, 중저가와 물량공세를 앞세운 중국 기업의 굴기(倔起)가 속도를 내면서 점유율·수익률 등도 줄어들었다.
상황은 올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저성장이 지배적이다. 이에 제조업계는 새로운 개발·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한편 기존에 주력해오던 제품에서는 혁신보다 안정적 이익을 내도록 거래 방식을 바꾸고 있다.
◆ 스마트폰, 70% 성장 5년 만에 7%…중국, TV시장에 속도
2010년 등장한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스마트폰은 글로벌 전자산업 견인했을 뿐만 아니라 수 년 만에 보급화되면서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가전이 상용화되도록 발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상 처음 한 자리 수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 불황이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1년 70%에 달했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2016년에는 7%를 기록할 전망이다. 불과 5년 만에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기침체 현상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의 성장세가 꺾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은 90년대 후반부터 지켜온 8%대 경제성장률 기준을 지난해 처음 7%대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국내 제조업체의 대표 가전인 TV 시장에서도 공세를 펴고 있다. 중저가의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LED(발광다이오드)·LCD(액정표시장치) 등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전자업체 TCL의 LED TV가 국내에 들어왔다. 2014년 각각 29.2%와 16.7%의 TV 시장 점유율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26.3%, 13.8%으로 입지가 줄었다.
◆ 'B2C→B2B', 사이니지·시스템에어컨 등으로 눈길
이에 따라 전자업계는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 B2C 사업은 현행을 유지하고 기업과 기업 간 거래를 하는 B2B 사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B2B 사업은 기업 간에 장기적 계약을 통해 정해진 물량을 공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빌트인(Built In) 가전제품과 시스템에어컨, 사이니지(디지털 광고판) 등이 대표적인 B2B 사업품으로 꼽힌다.
국내 전자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LG전자는 사이니지로 맞붙을 예정이다. 사이니지는 공항이나 식당, 전시회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지난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 성장한 160억달러(약 18조6000억원)로 3년 뒤인 2018년에는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LED 디스플레이 기반 사이니지로, LG전자는 OLED 기반 사이니지로 국내외 홍보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73형과 93형의 대형 LED 사이니지로 삼성미술관 리움(Leeum)에서 '한국건축예찬' 전시회를 열었다. LG전자도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서울 남산타워를 OLED 사이니지로 꾸몄다. 여기에는 55인치 올레드 250장이 투입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시스템에어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시스템에어컨이란 아파트와 빌딩 등에서 사용하는 대규모 상업용 에어컨이다. 대형 실외기 1대에 실내기를 수 십 대 이상 연결해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3~4조원 규모의 에어컨 매출을 2020년까지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에어컨과 제습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을 포함하는 '에어케어(AC)'을 대폭 확대했다. 개별 제품으로 출시했지만 향후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 공기 관리 제품들을 묶은 빌트인 시리즈를 검토하고 있다.
◆ 전자와 車의 만남…전장부품,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
B2B 사업 분야 중에서는 단연 자동차 전장(電裝)분야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자동차 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전자장치 부품으로 차량용 카메라모듈과 무선통신모듈,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등이 해당된다.
최근 들어서는 전자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동차 전장부품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차 부품의 정보기술(IT)화로 인해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동차 전장분야에서도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2013년부터 VC(자동차부품) 사업본부를 운영해 온 LG전자와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구조개편 내용을 공개하고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전장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 비해 일찌감치 전장사업에 뛰어들어 초석을 거의 다듬은 상태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액 4786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6% 높였다. 다만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0월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EV(전기차)'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VC사업본부는 △전기자동차 솔루션 △인포테인먼트 기기 △안전 및 편의 장치 △차량 엔지니어링 등으로 나눠 차량용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과 전기차용 모터, 인버터,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3033억 달러(약 358조1300억원)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지난달 22일 롯데하이마트가 중국 TCL사의 LED TV를 국내에서 단독으로 출시했다.<사진제공=롯데하이마트 홈페이지>'2015한국전자산업대전'에서 한 관람객이 LG디스플레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5.10.15 박나영 기자 LG전자가 전기자동차 핵심부품과 전장부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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