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나를 기억 속에 간직하고 계신 당신이, 나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란 사실입니다."
초점 없는 눈빛으로 한 남자가 경찰서에 자신의 실종신고를 한 뒤 남긴 편지의 일부다. 이후 돌아간 과거의 시간에서 그 남자는 병원에 있다. 사고 후, 10년의 기억을 잃은 상태다. 그런데 병원 대기석에서 처음 보는 한 여자가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두 사람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를 잊지말아요'는 한국영화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사랑 이야기다. 10년의 기억을 잃은 석원(정우성 분)과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되는 진영(김하늘 분)의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석원이 왜 기억을 잃게 됐는지, 진영은 왜 그를 보며 첫 만남에 눈물을 흘리는지, 캐릭터를 둘러싼 궁금증은 영화의 끝까지 관객들을 붙잡는다.
정우성과 김하늘은 극의 중심에 있다.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부터 멜로 호흡을 맞춘다는 점까지 대중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의 멜로 호흡은 기대를 충족시킨다. 석원은 비오는 날 무작정 찾아와 "나 오늘부터 여기 살면 좋겠지?"라고 말하는 진영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남자다. 오랜만에 모든 여심이 기대고픈 캐릭터로 돌아온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안은 텅 비어버린 남자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런 사람이 사랑에 빠지며 점차 안정되고 변화해가는 남자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그의 눈이다. 그는 동공 속에 석원의 감정까지 남아낸다. '감시자들'에서는 악역, '신의 한 수'에서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 그는 역시 여심을 가장 잘 아는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한다.
'케미 여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김하늘은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인다. 진영은 석원과는 대조된 캐릭터다.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을 한 번에 풀어놓지 않는다. 때로는 당돌한 모습으로, 때로는 따뜻한 모습으로 석원을 감싼다. 김하늘은 "모든 기억이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관객을 106분 동안 극 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가 이미 많이 사용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기억은 미스터리함을 더하며 기존 영화와 흐름을 달리한다.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보다, 잊혀진 기억 속에는 무엇이 담겨있는지에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김하늘 역시 "멜로 영화에 기억이라는 소재 자체가 식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기억을 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그를 기억하는 여자를 통해 가슴 깊이 전해지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고 차별성을 설명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일부다. 이처럼 '나를 잊지말아요'는 결국 한 사람의 의미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배경이 된 똑같은 네모의 세상,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멜로 장르지만 미스터리를 접목해 반전 있는 멜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 반전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다. '나를 잊지말아요'는 오는 2016년 1월 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상영시간 106분.
◆ 한줄평
▲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영화. (조성은 인턴기자)
▲ 정우성의 멜로는 옳다, 지극히 여자의 관점으로. (조명현 기자)정우성과 김하늘이 영화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멜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은 '나를 잊지말아요'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김하늘과 정우성은 영화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나를 잊지말아요'에서 10년의 기억을 잃은 남자 석원 역을 맡은 정우성과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 진영 역을 맡은 김하늘.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김하늘과 정우성이 미스터리 멜로 영화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사랑에 빠진 연인 연기를 선보인다. 사진은 '나를 잊지말아요' 2차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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