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식물세밀화가 신혜우 작가 "인간이 꽃과 식물에 끌리는 건 본성인가 봐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12-30 12:08:37
  • -
  • +
  • 인쇄
세계적인 권위 보태니컬아트쇼에서 대상, 금메달 연속 수상
△ 작품과 함께 포즈 취하는 신혜우 작가

(서울=포커스뉴스)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 제1특별관에선 'PLANT'를 소재로 한 이색 전시회가 열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물세밀화가 신혜우 작가(31)의 전시회였다.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전시회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신 작가는 지난 2013~2014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왕립원예협회 런던보태니컬아트쇼((The Royal Horticultural Society London Botanical Art Show)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 작품상(Best Botanical Art Exhibit)인 대상을 받았다. 1804년 설립된 영국왕립원예협회(RHS)의 보태니컬 아트쇼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전시회다. 올해엔 영국왕립 스코틀랜드원예협회 보태니컬 이미지 스코티아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이 ‘PLANT’ 전시회에선 신 작가의 식물세밀화 작품 20점이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었다. 런던보태니컬아트쇼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작품과 영국왕립 스코틀랜드원예협회 보태니컬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신 작가의 작품이다.


전시회가 끝났지만 여전히 식물과 꽃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보태니컬(botanical) 아트는 미술이 아닌 과학에서 시작한 분야다. 식물을 구분하고 연구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라 정확한 관찰과 측정이 필수다.

사진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측정과 계산을 통해 식물을 그려내는 보태니컬 아트를 따라오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이를 본 관람객들은 작품의 예술성과 과학성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여섯 살 때부터 식물학자를 꿈꿔온 신 작가는 처음 식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아트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중들에게서 반응이 왔다.

"너무 학술적인 그림이라 일반인이 좋아할 줄 몰랐어요. 기록만 정확하게 해놨을 뿐인데 아름답다고 하시는 거예요. 식물 자체가 아름다우니까요. 꽃이 화려하거나 특별히 예쁘지 않아도요. 자연에 끌리는 인간의 본성인가 봐요."

보태니컬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게 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작업들도 이어나가게 됐다. 아모레퍼시픽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시작으로 마몽드, 페이스샵과도 협업해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했다.

"작년에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해서 '해피바스' 크림, 로션에 제 식물 일러스트를 넣었어요. 그 일러스트를 접하고 실제 학술적인 세밀화까지 관심 가지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굉장히 뿌듯했어요."


그의 작품이 단번에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비결도 과학성과 예술성의 융합이다. 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현재 이대에서 식물분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여기에 아티스트 재능까지 갖췄다.

"영국왕립원예협회(RHS)의 보태니컬 아트쇼는 전 세계 화가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다들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과학적 지식을 갖추고 정확한 관찰과 측정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점이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해외를 다니면서 저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딱 한 명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분도 식물학자로 보태니컬 아트를 하는 사람을 딱 두 명 안다고 하더라구요. 저랑 자기 스승님이래요."

아직 국내에선 보태니컬 아트가 생소한 분야다. 작품의 시장성이 갖춰져 있지 않다. 힘들게 작업해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받고 돌아와도 알아주는 이가 없다. 그래서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일단 한국에서 계속 작업하기로 했다.

신 작가는 현재 제주도의 특산 식물을 그리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 시리즈를 마치고 내년엔 다시 학교에 돌아갈 생각이다. 9월엔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보태니컬 아트 소장품 전시가 잡혀있다.

신 작가의 꿈은 소박했다. 일반인이 그림만 보고도 식물용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일반 대중을 위한 도감을 내고 싶어요. 식물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어렵잖아요. 용어를 몰라도 그림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도감, 그런 도감을 내는 게 제 꿈이에요."(서울=포커스뉴스) 신혜우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플랜트(Plant)'에서 자신의 작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2.28 조종원 기자 신혜우 작가의 '독도식물종자-1'. 2015년 영국왕립 스코틀랜드원예협회 보태니컬 이미지 스코티아에서 금메달을 받은 작품이다. <사진제공=신혜우 작가>(서울=포커스뉴스) 신혜우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플랜트(Plant)'에서 자신의 작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2.28 조종원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