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정부 노력, 알아달라”
약속시간보다 10여분 늦게 와 40여분 만나고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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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차관, 좌불안석 |
(서울=포커스뉴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에게 할머니들이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한·일 외교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협상 타결 다음날인 29일 오후 2시 40분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군자(90) 할머니는 조 차관에게 “우리는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왜 마음대로 합의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우리인데 정부가 함부로 합의를 했다”며 “다시 일본과 협상을 진행해 피해자 할머니 개인적으로 합의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살아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40여명 정도”라며 “(우리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협상을 타결한 것은) 우리를 무시한 처사”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어 “정부끼리 합의를 한 것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개인적 명예를 회복하고 공적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개인적 명예회복과 공적사과·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반복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유희남(88) 할머니도 “정부가 노력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의 의견도 조금이라도 듣고 협상을 진행했으면 했다”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유 할머니도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유 할머니는 “일본이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다고 회복이 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죄를 하려면 법적으로 사죄하고 보상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정부에 섭섭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대우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치권이나 정부 등에서) 잘하려고 한 것은 알지만 우리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에서 신경을 써 달라”며 “우리는 돈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으니 명예회복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유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옥선(89) 할머니도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할머니는 “정부가 우리를 팔아넘긴 것”이라며 “억울하고 분하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정부가 뭘 한 것인가”라고 개탄하며 “다른 요구 없이 공식사과하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안신권(54) 나눔의 집 소장은 할머니들의 의견을 정리하며 “피해당사자가 있는데 무시하고 합의를 한 점 등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할머니들을 위한 협상이니 할머니들이 원하는대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 차관은 “정부가 할머니들을 대표해서 협상한 것”이라며 “할머니들의 아픔이 우리 국민의 아픔이고 할머니의 명예가 우리의 명예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또 “할머니들이 만족하지 못할지라도 일본 정부와 정부 대표로부터 공식사과를 받았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코끼리 다리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안 소장과 함께 합의문 내용을 보고 의미를 다시 한 번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이 완전히 회복되는 날까지 정부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차관과 할머니들의 만남은 이날 오후 3시 23분쯤에 끝났다. 조 차관은 약속된 시간보다 10분쯤 늦게 나타나 40여분 만에 돌아간 것이다.
조 차관이 할머니들과 악수를 한 후 떠나자 유 할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분통이 터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차관이 돌아간 후에도 할머니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피해자이고 정부에서 한 합의를 인정 못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우리가 피해자인데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이 많이 흘러도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며 “기다릴 수 없고 당장 협상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8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 17층 회의실에서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반성 표명 △한국 정부가 위안부 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은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약 96억7500백만원) 출연 등 3대 합의를 이뤘다.28일 오후 경기 광주 퇴촌면 나눔의집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5.12.29 양지웅 기자 28일 오후 경기 광주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을 만난 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5.12.29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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