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를 두 번 죽이려고 하느냐"…할머니들 '울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12-29 17: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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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외교부 1차관, 정대협 쉼터 방문해 협상내용 거듭 전해

이용수 할머니 끝내 눈물 “우리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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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당신 누구예요. 뭐하는 사람이에요. 왜 우리를 두 번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먼저 피해자를 만나야 되는 거 아니에요."

29일 오후 2시 5분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 들어서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길원옥(87)·이용수(88) 할머니가 정대협 쉼터에서 임 차관을 맞이했다.

이 할머니는 '외교부 소속'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임 차관에게 "일본 외교부냐, 같이 짝짜꿍 하는 거냐. 나라가 약해서 민족 수난으로 이렇게 고통당하는 우리들을 왜 두 번씩 죽이는 것이냐"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복동(89) 할머니는 오후 2시쯤 모습을 보였다.

김 할머니는 길 할머니와 이 할머니를 향해 "고함지르고 할 것이 아니다"며 이 할머니를 진정시켰고 임 차관에게 "앉으라"고 짧게 말했다.

이 할머니는 "법적으로 공식사죄하고 배상해야 하는데 외교부는 뭐하는 것이냐"며 "우리가 다 죽길 바라다가 안 죽으니까 죽이려고 하는 것이냐. (협상과 관련해)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우리 입장을 먼저 들어야한다"며 "우리들한테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정부끼리 협상이 타결됐다고 하는 건 아니다"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임 차관은 할머니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임 차관은 "이용수 할머니 마음의 상처가 커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의 말이 이어졌다.

김 할머니는 "아직 해결이 안됐다. 내 마음으로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며 "소녀상을 왜 없애는가. 국민들이 한 푼 한 푼 모아서 우리 소녀들의 2세들이 과거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역사의 표시로서 대사관 앞에 내 놓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임 차관에게 법적 배상과 공식사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아베가 나와서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해야 되는 걸로 안다"며 "그렇게 해도 시원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임 차관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임 차관은 "할머니들 보시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원칙은 어제 대통령께서도 대국민 메시지로 말했지만 우리 할머니들이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정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 3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가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할머니들 명예와 존엄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제일 큰 문제"라며 "재단을 통해 돈을 드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 인생 여정을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를 위해 재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2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정대협 쉼터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왼쪽부터 이용수, 길원옥, 김복동)이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의 합의 설명을 듣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12.29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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