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A계열사의 자금을 B계열사로 옮겨 A와 B사 모두 경영권을 갖는 우회출자 등도 순환출자나 상호출자처럼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8일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만을 금지하고 있는 현재 제도에서는 과도한 소유·지배 괴리 억제와 같은 주요 정책 목표를 적절히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먼저 우회출자를 통한 가공의 의결권 확보를 비정상적 출자로 봤다.
KDI에 따르면 2014년 12월 19일 L그룹 계열사 A1은 계열사 A2의 자사주 약 94만주를 확보하면서 292억원을 A2에 출자했다. 이후 2015년 6월 23일 A2는 100% 자회사로 계열사 A3을 설립하면서 33억원을 납입했다. 이는 결국 33억원의 자금이 A1로부터 A2를 우회해 A3으로 출자된 것으로 A2가 보유하는 A3의 의결권 이외에 A1도 A2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KDI는 "A1의 A2에 대한 의결권은 실제 자금 이동 없이 우회출자를 통해 확보한 가공의 의결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지분과 자사주를 교환한 의결권 확보도 기업지배구조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꼽혔다.
2001년 3월 6일 H자동차그룹 계열사 A1은 계열사 A2에 3790억원을 투입해 A2가 보유하 던 계열사 A3의 주식 4973만주를 획득했지만 같은날 A2는 1857억원을 A1에 환급하고 A1이 보유하던 자사주 1066만주를넘겨받았다.
KDI는 "이 거래는 사실 1857억원에 해당하는 A1의 자사주와 A2의 A3 지분을 맞교환한 것으로, 지배 주주의 입장에서는 A3에 대한 의결권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실제 자금의 이동 없이 A1에 대한 추가적인 의결권만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비계열 우호기업을 이용해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는 것도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순환출자금지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특정기업집단 내의 계열사들로 이뤄진 신규순환출자고리만을 금지 하는 것으로,만약 우호적인 비계열회사나 계열회사로 지정되지 않는 회사(예를 들면 위장계열사)를 이용하는 경우 얼마든지 신규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
2015년 3분기말 기준 H자동차그룹 계열사 A1은 계열사 A2의 지분 4.88%를 소유하고 있고, A2는 다른 기업집단인 H백화점그룹 B1의 지분 4.66%를 소유하고 있는데, B1은 A1의 지분을 0.29%소유하고 있다.
KDI는 A1→A2→B1→A1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는 동일한 기업집단 내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므로 공정위의 규율 대상이 아니나, A2에서 B1로 투자된 금액이 A1로 환급되었으므로 A1의 A2에 대한 의결권 중 일부는 실제 자금의 투자 없이 확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불건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거나 부작용의 크기가 클 경우, 규제당국은 출자의 의도와 부작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1차 판단 결과에 대한 해당 기업집단의 항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이유는?
실제자본의 투입 없이 자본금 규모를 증가시켜 자본충실성의 원칙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호출자를 보면 기업 A가 기업 B에 5억원을 출자하고 동시에 기업 B가 기업 A에 5억원을 출자한 경우 두 기업의 자본금은 5억원씩 증가하지만 실제로 투입된 자본은 없 으며, 그 결과 기존 주식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 경우 기업의 순자산과 장부상의 기업 가치 사이에 차이가 생기며, 기업의 실제 가치를 초과하는 외형상 규모만 큰 기업이 생겨나게 된다.H자동차그룹과 H백화점그룹의 연계 순환출자고리 <자료출처=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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