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물류는 IT 및 건설 등과 함께 대기업의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업종으로 꼽힌다. 대기업 집단 소속 물류 계열사들은 그룹 내 다른 계열의 물량을 취급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시현해왔다.
따라서 물류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일부 경우 오너가의 지분 구도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핵심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28일 포커스뉴스가 단독 보도한 것처럼, LG그룹은 선단까지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기업인수 및 계열 이동을 통해 물류 사업 강화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올해 LG상사에 인수된 물류회사 범한판토스의 그룹사 물량 비중이 이미 60%에 달한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재계는 일단 LG그룹이 물류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를 그룹 포트폴리오 강화와 함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재계가 부러워하는 LG그룹의 최대 강점은 잘 짜인 계열 포트폴리오다. 주요 사업별 또는 제품별로 주요 재료·부품부터 완성품까지 계열 구성이 수직적 또는 수평적으로 잘 구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물류를 가미하면서 더욱 유기적인 연결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역시 LG그룹의 최대 강점은 계열 구성"이라며 "물류는 이를 더 강화할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물류를 제대로 구축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정보와 자금이 그룹 내에서 돈다는 장점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삼성SDS를 중심으로 물류사업을 강화하려는 삼성그룹이나 대한통운에 이어 계속 물류 M&A를 모색하려는 CJ그룹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범한판토스를 통해 선단까지 보유할 경우 LG CNS의 물류 솔루션까지 더해 4자 물류 분야에서 대외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 계열 물량뿐만 아니고 독자적인 사업 영역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분석은 경영권 승계로 쏠린다.
LG상사는 올해 방계 물류회사였던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원에 인수했고, 곧이어 범한판토스는 LG전자의 물류회사 하이로지스틱스의 지분 100%를 1054억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LG의 구광모 상무는 범한판토스 지분 7%를 보유하게 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14.9%)과 LG家(31.1%, 1919억원)가 범한판토스의 나머지 지분을 나누면서 구 상무의 몫이 배정된 것이다.
성장이 자명한 범한판토스가 앞으로 상장될 경우, 주주들은 상당한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결국, LG그룹의 물류사업 강화가 지난해부터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 LG그룹의 지주사인 ㈜LG 지분을 정리하고, 구 상무가 늘려나간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재계 및 증권업계의 진단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범한판토스를 자회사로 두게 된 LG상사가 승계 및 상속을 위한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증권사의 IB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듯, LG상사와 범한판토스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범한판토스가 선단까지 운영한다면 여러모로 글로비스와 비슷한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잠잠해지고는 있지만, LG그룹의 행보는 또 다시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LG그룹 물류사업의 중심이 된 LG상사의 최근 3개월간 주가 추이.(자료출처=네이버)구광모 ㈜LG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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