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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문화재청 제공>> |
<세계유산 명암> ⑥ "등재 경쟁은 스포츠 경기 아니다"
"국제시민으로서 문화유산을 인류와 공유하겠다는 약속"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가 마치 국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세계유산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측정하는 척도로 인식된다. 세계유산의 초기 의미가 퇴색하고 정치화한 것 같아 아쉽다."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건축학)는 18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세계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우려했다.
세계유산이 1천 개를 넘어서면서 등재 노력을 경쟁적인 스포츠 경기처럼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 탓이다.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유산협약의 취지와 어긋나는 행태다.
박소현 서울대 교수(건축학)도 문화유산을 둘러싼 세태를 질타했다.
"우리 유산이 세계유산이 됐다고 해서 유산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국제시민으로서 유산을 인류와 공유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보면 된다."
박 교수는 "세계유산이 되면 무엇이 좋은지도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산 신청 전까지 발 빠르게 움직이다가 등재가 결정되면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데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했다.
세계유산 등재로 관광객이 늘고 경제가 좋아진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는 충고도 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인 최재헌 건국대 교수(지리학)는 "관광이란 이름 아래 팽배한 상업주의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계유산 관광객이 고유한 가치와 정체성을 느끼고, 여행을 하면서 여가와 교육이 조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박소현 교수는 "안전장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관광사업을 과도하게 펼치면 장기적으로는 유산이 훼손되고 위험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등 관(官) 중심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 민간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유산은 지역의 자랑인 만큼 보존과 관리에서 지역민이 맡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상해 교수는 공무원들은 담당 업무가 바뀌므로 전문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세계유산이 있는 지역에서 보존회나 협회를 스스로 만들어 자원봉사를 하고 활용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소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인 문화재보호 방식은 굉장한 강점이지만 지역 공동체의 적극적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라면서 "사람들이 공동의 유산이라는 생각을 하고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세계유산 등재라는 목적을 무작정 쫓기보다 문화재를 잘 보호할 수 있는 규제 정비와 시민의식 정착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이혜은 동국대 교수(지리교육)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유산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세계유산 등재에 힘쓰면서 보존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규모가 작고 뚜렷한 비교우위가 없어서 세계유산 등재가 어려운 문화재도 유산으로서 나름의 가치가 있다."면서 "무조건 세계유산에 매달리기보다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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