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핵합의 '숨은 1등 공신'(?)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8 0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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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핵합의 '숨은 1등 공신'(?)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세계 정치인 순위를 매긴다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단연 유력한 우승 후보다.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지만 이란에 대한 그의 적대감은 '선천적'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핵협상 타결 하루 전인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오후 그는 심지어 페르시아어 트위터 계정을 화급히 개설해 "핵협상 타결은 이란 핵무장과 테러리즘 지원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만큼 이란 핵협상 반대의 소신을 일관되고 끈질기게 유지한 정치인도 드물다.

그는 20년 전인 1995년 저서 '테러리즘과의 투쟁'에서 이란이 3∼5년 안에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그는 틈만 나면 이란이 수년 안에 핵무장을 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그의 주장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결국 2002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폭로되면서 '양치기 소년'이 아님이 증명됐다.

이란의 수상한 핵 프로그램의 실체가 사실로 밝혀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2012년과 2014년 이란 핵시설을 독자적으로 폭격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 일촉즉발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현재 그 과정을 복기해 볼 때 이런 네타냐후 총리의 초강경 노선이 오히려 합의의 지렛대가 됐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폭격까지 암시하자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미국과 유럽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대(對) 이란 제재에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란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제재는 2012년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의 동시 제재로, 공교롭게 네타냐후 총리가 폭격을 시사한 때와 겹친다.

강화된 제재를 견디지 못한 이란이 결국 핵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됐다는 서방의 논리에 대입하면 '네타냐후 역할론'은 설득력이 있다.

이란 정부도 네타냐후 총리의 꾸준한 반대가 악재만은 아니었다는 시각도 있다.

핵협상에 반대하는 자국 내 보수강경파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렇게 반대하는 협상이라면 이란에겐 옳은 방향"이라고 반박하는 재료가 됐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보여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핵협상를 겨냥한 반대와 적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심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2일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핵문제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관심이 핵협상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보조 도구가 됐다"며 "'비비'(Bibi·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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