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본받아 미국상품 불매운동 벌이자던 빈라덴
美교수, 빈라덴 관련 테이프 1천500개 듣고 책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9·11 테러 이후인 2001년 12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미국의 추격을 피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은신처에서 달아난 후 텅 빈 은신처에서 1천500개의 카세트 테이프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이 현지 테이프가게에서 구해낸 이 테이프들엔 1960년대 후반부터 2011년까지 빈라덴을 포함한 200명 이상의 알카에다 관계자 발언이 녹음돼 있었다.
이 1천500개 테이프를 모두 들은 유일한 사람인 플래그 밀러 미국 UC데이비스 교수가 테이프 내용을 최근 '대담한 수도사'(The Audacious Ascetic)라는 제목의 책에 정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이프 속에서 빈라덴의 육성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7년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연설에서였다.
밀러 교수는 초기 연설에서 빈라덴은 미국이나 서구가 아닌 '다른 무슬림들'을 주된 적으로 꼽았다고 말한다.
교수는 "빈라덴은 시아파를 비롯해 자신의 엄격한 교리 해석을 따르지 않는 일부 무슬림들의 '불신'에 훨씬 더 신경을 썼다"며 "그는 누가 진정한 무슬림인지를 가리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1993년 9월의 한 연설에서는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를 언급한 부분도 있다.
빈라덴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도 불렸던 대영제국이 간디와 힌두인들이 영국 상품 불매 운동을 하자 최대 식민지인 인도에서 철수해야했다. 우리도 미국에 대해 똑같은 일을 해야 한다"며 청중들에게 중동 갈등에서 미국의 역할을 우려하는 편지를 미국대사관에 보내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도 미국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1996년 미국의 압박으로 수단에서 추방된 이후부터 점점 공격성을 띠게 됐다고 밀러 교수는 분석했다.
그리고 9·11 테러 몇 달 전 빈라덴은 자신의 경호원 우마르의 결혼식에서 테러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다.
그는 유쾌한 분위기의 결혼식 중에 "식도 중요하지만 더 근엄한 문제가 결혼식 탓에 가려져서는 안된다"며 무언가가 '계획'되고 있어 곧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형제들'의 성공을 신에게 기원했다.
알카에다의 오디오 라이브러리격인 이 테이프 컬렉션에는 빈라덴의 발언 외에도 알카에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자료들이 담겼다.
인간 몸을 빌린 정령과의 대화나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아랍군들이 맛있는 식사를 그리워하며 나눈 일상적인 대화, 알제리 샹송 가수 앙리코 마샤스가 부른 서구 팝송 등도 들을 수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