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천적…'불가사리 잡아먹는 나팔고둥' 포착
국립공원공단, 한려해상 홍도에서 수중 촬영 성공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홍도에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1급인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국내 최초로 촬영했다고 16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는 홍도에서 5월 해양생태계 조사를 하던 중 수심 20m 지점에서 길이 19㎝, 폭 8㎝ 정도의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포식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일반적으로 불가사리는 고둥과 조개 종류를 먹이로 삼는다. 그러나 고둥 가운데 나팔고둥만은 오히려 불가사리를 잡아먹는다.
나팔고둥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소라, 달팽이 등 복족류 중 가장 큰 종이다. 다 자라면 크기 30㎝가 넘는다.
과거에는 악기(나팔)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가비의 무늬가 아름다워 수집가에게 인기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이용됐다.
그러나 최근 무분별한 남획과 연안 생태계 훼손 때문에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현재는 제주도와 홍도 등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관찰된다.
공단 측은 "나팔고둥이 자연 생태계에서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모습이 찍힌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홍도 해역은 해조류 군락이 숲을 이루고 있고 산호류 군집이 서식해 해양 생물의 산란 및 보육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2013년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신용석 국립공원연구원장은 "홍도는 보전 가치가 높지만 주변 해역은 낚시꾼과 어민들의 활동 때문에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이 지역을 해중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생태계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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