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될라"…시봉식 하고도 갈곳 없는 청주 평화의 소녀상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5 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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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정착 못한 노무현 추모석 '닮은꼴' 우려
△ 청주 방문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광복절인 15일 오전 청주시 청소년과장 인근에 임시설치된 충북 평화의 소녀상 시봉식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7) 할머니가 참석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2015.8.15 vodcast@yna.co.kr

"떠돌이 될라"…시봉식 하고도 갈곳 없는 청주 평화의 소녀상

6년째 정착 못한 노무현 추모석 '닮은꼴' 우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청주에는 2개 있다,

'여성인권수호 기원상'으로 불리는 1개의 소녀상은 지난 11일 청주시 서원구 배티공원에 설치됐다. 충북여성단체협의회가 만든 것이다.

그러나 주한 일본대사관 부근 '평화의 소녀상'과 닮은 꼴인 나머지 소녀상은 아직 안식처를 찾지 못했다.

광복 70주년인 15일 청주 북문로 청소년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 시봉식이 열렸지만 제막식은 아니다. 모시고 받든다는 취지의 시봉식일 뿐이다.

이 소녀상 제막을 추진한 '충북 평화의 소녀상·기림비 시민추진위원회'는 청소년광장을 건립 예정지로 일찌감치 점찍었다.

그러나 일부 청소년 단체가 "아이들이 놀고 공연하는 청소년광장과 소녀상의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하면서 진통이 시작됐다.

이 광장을 관리하는 청주시가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건립 허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시봉식 후에 '평화의 소녀상'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정해야 한다.

시민추진위는 부지가 확정될 때까지만이라도 청소년광장에 전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청주시는 기한 없이는 전시를 허가할 수 없다고 못박아 이곳에 오래 둘 수는 없는 처지다.

청소년광장 인근 주민들도 광장이나 바로 옆쪽의 차 없는 거리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추모 행사가 잦을 경우 영업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부지 선정을 놓고 진통이 계속되다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표지석처럼 갈 곳이 없어 떠도는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표지석은 당초 노 전 대통령 서거 49재였던 2009년 7월 청주 상당공원에 건립이 추진됐으나 보수단체의 반대에 부담을 느낀 청주시가 불허하면서 무산됐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차선책으로 거론됐지만 충북도는 아직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은 제작 후 6년간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청주시 문의면 마동리의 한 공방 앞 정원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평화의 소녀상도 안식처를 제때 찾지 못한다면 이 표지석처럼 기한없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민추진위 관계자는 "시민, 학생, 사회단체의 여론을 더 수렴해 적합한 장소를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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