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밤을 수놓은 무성영화, 청풍호반에 퍼진 음악소리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5 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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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영화제, 무성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라이브연주 더해…"영화의 감정 따라 연주"
무대에서 뛰논 이승환·혁오, 물세례 받은 관객 '함성'


별 밤을 수놓은 무성영화, 청풍호반에 퍼진 음악소리

제천영화제, 무성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라이브연주 더해…"영화의 감정 따라 연주"

무대에서 뛰논 이승환·혁오, 물세례 받은 관객 '함성'



(제천=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여름밤 하늘은 조용한 별빛으로 반짝거렸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부드럽고 맑았다.

무대 위에서 남자는 피아노를 쳤고 여자는 노래를 불렀다. 그들 위로 펼쳐진 대형 스크린에서는 거친 질감의 흑백영화가 한 장면 한 장면 말없이 흘러갔다.

곡과 곡 사이로 호숫가의 풀벌레 소리가 파고들었다.

14일 밤 충북 제천시 청풍호반 무대에서는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원 썸머 나잇'(One Summer Night)의 첫 번째 순서인 '스타리 나잇(Starry Night)'이 펼쳐졌다.

청풍호반 무대는 하늘을 천장 삼아, 호숫가 안개를 벽 삼아 영화를 보고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제천의 지역색과 국내 최대 음악영화 축제라는 영화제 정체성을 가장 잘 살린 공간이다.



이번 '스타리 나잇'은 3일간 펼쳐지는 '원 썸머 나잇' 행사 중 첫 번째인데다 사흘간 이어지는 공휴일의 첫날인 터라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백 명이 해가 떨어지기 전부터 뙤약볕을 피하려 우산을 펴고 신문지나 자리를 깔고 앉아 행사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고, 시작 한 시간 전에 입장이 시작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3천개 객석이 꽉 들어찼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오페라의 유령'. 여러 차례 스크린에 옮겨진 작품으로, 이날 상영본은 1925년에 루퍼트 줄리언 감독이 미국에서 만든 무성영화다.

소리 없이 배우들의 몸짓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지문을 통해 대사를 전달하는 이 영화에는 특별한 소리가 덧입혀졌다.

미국에서 제천까지 날아온 무성영화 라이브 공연 전문 음악가인 도널드 소신의 화려한 연주와 조애너 시턴의 감미로운 노랫소리다.

지난 20년간 무성영화의 라이브 공연을 맡아온 이들은 제천의 관객을 향해 "(제천에서 공연하게 돼) 정말 좋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시턴은 "우리는 영화 속 감정을 따라 음악을 들려준다"며 "'오페라의 유령'은 감정이 풍부한 영화이므로 아무 생각 없이 감정에 몸을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손가락과 목에서 자유자재로 만들어낸 여러 소리의 조화는 애초에 함께 녹음돼 나오는 음악처럼 영화에 그대로 녹아들어 영화 속 오페라 무대의 오케스트라 합주가 됐다가 주인공 크리스틴의 아리아가 됐다가 기괴한 모습의 '팬텀(유령)'을 마주한 관객이 느낄 법한 공포의 선율이 됐다.

90여 분간 마법 같은 시간이 흘러가자마자 이번에는 '광란'의 밤이 찾아왔다.

요즘 가장 '핫'한 밴드가 된 혁오가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여기 와서 장어 먹었는데… 힘이 넘쳐요"라는 힘 있는 대사를 힘없이 내뱉어 폭소를 안긴 이들은 수려하고 몽환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관객은 이들의 대표곡이라 할 '위잉위잉'의 후렴구를 합창하며 화답했다.

이어 4인조 밴드 솔루션스가 등장해 록과 일렉트로닉을 오가는 세련된 노래들로 무대를 꾸몄다. 이들의 청량한 음악은 영화제 분위기와 조화를 이뤄 한 곡 한 곡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성을 끌어냈다.



전진수 제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오늘만 기다렸다. 공장장!"이라고 소개한 '공연의 신' 이승환이 대미를 장식했다.

'공장장'은 이승환의 기획사 드림팩토리에 빗댄 별명이며 '공연의 신'은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그의 모습을 표현한 별칭이다.

이승환은 그의 공연 특유의 '물세례'를 관객에게 퍼부었다. 관객들은 영화제 주최 측이 행사장 입구에서 나눠준 비옷을 입고 물세례를 받으며 함성을 질렀다.

이날 밤 행사는 영화제 초반의 흥을 돋우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젊음의 열기로 가득하기는 했으나 주최 측의 진행과 관객의 관람문화 양쪽에 미숙한 점도 여럿 보였다.

행사장 밖에서 십여 분간 들려온 색소폰 연주 섞인 음악 소리는 야외 상영장이라는 환경을 고려하더라도 라이브 연주와 함께하는 무성영화를 감상하기에 지나치게 큰 소음이었다.

음식물 반입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수차례 이뤄졌으나 음식을 먹는 사람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뒷자리에서 의자를 빼내 앞자리 통로에 놓아두고 앉으려다 다른 관객의 제지로 돌아가는 관객의 모습도 목격됐다.

수천명이 함께하는 곳에서 영화 상영과 라이브 공연이라는 두 가지 다른 무대가 안전하고 순조롭게 이어지려면 관객 질서가 중요하지만, 이날 현장요원들은 관객들의 동선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일 때 이미 마음이 공연 무대로 건너간 여러 관객이 좌석과 좌석 사이 통로를 정신없이 오가며 자리 잡기에 나서 영화에 집중하려 하는 관객을 방해했으나 현장 스태프들의 통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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