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자신만의 사죄 안해"…위안부 미언급에 "기대에 크게 못미쳐" 지적
외신, 아베담화 "불충분한 사죄"…"차세대 사죄 불필요" 주목(종합4보)
美·英·獨·佛 언론 일제히 "새로운 사죄에 못미쳐 한국 중국 비난 직면할듯"
"아베 자신만의 사죄 안해"…위안부 미언급에 "기대에 크게 못미쳐" 지적
(서울·런던·파리·워싱턴·베를린 =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황정우 박성진 심인성 고형규 특파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외신들은 대체로 충분하지도, 새롭지 못한 사죄였다며 한국과 중국 등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전후 세대는 더는 사죄할 필요 없다"는 발언에도 상당수 언론이 주목했다.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항구적 책임"이라고 역설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과거사 인식과 뚜렷한 대비로 비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가 과거에 한 사죄를 언급하며 미래 세대가 계속 사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속보로 담화 내용을 전했다.
AP 통신은 아베 총리의 담화가 "불충분한 사죄에 그쳤다"고 평가하고 이웃인 한국과 중국이 특히 이 담화를 면밀하게 지켜봤다고 전했다.
AP는 "일본은 역사를 직면해야 하지만, 미래 세대는 사죄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한 줄짜리 속보로 내보내 중요 발언으로 다뤘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2차 대전 사죄 부족'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선대 총리들이 밝힌 사죄라는 표현을 명백하게 반복하는 것을 회피했다"면서 "아베 총리의 담화 내용을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피해를 본 한국과 중국이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특히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피해 여성'이라고만 말한 점을 언급하면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WP는 또 아베 총리가 자국 내 국수주의 강경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중국도 자극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동맹인 미국의 심기도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신중하게 단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아베 총리가 전대 총리들의 사죄를 강조했다'는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자신만의 사죄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면서 '식민지배', '침략'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긴 했지만 광범위하고 덜 개인적인 측면에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매트도 '아베가 사죄를 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체적으로 모호하다고 비판하면서 "아베 총리가 올바른 단어(사죄)를 사용했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 저지른 일에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면서 자신만의 사죄를 하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새로운 사죄에는 못 미쳤다'는 제목으로 아베가 "통석의 념"과 "영겁의, 애통의 마음"을 표명했지만, 새로운 사죄에 못 미치고 미래 세대는 사죄하도록 운명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함으로써 이웃국들을 화나게 할 위험을 안았다고 했다.
신문은 아베 담화가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에서 벗어났다고 표현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도 '아베 총리가 전쟁의 고통에 대해 얘기했지만 사과하지는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의 사죄를 수용했을 뿐 직접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르몽드는 아베가 전쟁 피해자에게 "영겁의 애통의 마음을 드린다"고 말했지만, 일본 군국주의로 고통받은 한국과 중국에서 담기를 원했던 사죄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 아베 총리가 "전장의 그늘에는 심각하게 명예와 존엄을 훼손당한 여성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군 위안부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뉴스채널인 프랑스24도 아베 총리가 일본이 전쟁 기간 큰 고통과 피해를 끼쳤다고 말했으나 "공식적인 사죄는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독일 공영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는 '일본으로부터 더 이상의 사과는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담화가 많은 피해 당사국들에 실망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아베 총리는 그에게 많은 이들이 기대한, 새로운 공식적 전쟁범죄 사죄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특히 한국에서 실망과 분노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대다수 한국인은 일본 정부가 1910∼1936년 식민지배에 대해 진정한 반성 의지가 없다고 본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특별히 언급했다.
BBC 방송 역시 아베 발언들 가운데 미래 세대는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을 소개하고 아베가 한국과 중국 등을 화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압력에 직면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BBC는 한국과 중국은 일본이 결코 완전히 속죄한 바 없다면서 아베 담화가 이전의 무라야마 담화 문구들을 유지하기를 원했다고만 전하고 담화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아직 전하지 않았다.
AFP 통신과 로이터통신 역시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아이들이 전쟁에 대해 사죄하도록 운명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전후에 태어난 사람이 현재 일본 인구의 8할이 넘는다"면서 "우리 아이들, 손자들, 그리고 미래 세대들은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들이 계속해 사죄하도록 운명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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