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대장' 딸 故 지복영 여사 회고록 출간
'민들레의 비상'…부친 지청천 장군 일화·고난의 항일투쟁사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8월 29일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부끄러운 '나라 잃은 날'이었다. 이 날은 우리 동포 어느 집을 막론하고 굴뚝에 연기가 오르지 않는다. 나라 잃은 부끄러움을 잊지 말고 정신을 분발해 독립을 완수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독립운동가 지청천(1888∼1957) 장군의 딸인 고(故) 지복영(1919∼2007) 여사의 회고록 '민들레의 비상'이 광복 70년을 맞아 출간됐다.
14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이 회고록의 육필 원고가 국내외 특별 전시를 통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출간돼 독자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복영 여사는 1919년 지청천 장군의 막내딸로 태어나 부친을 따라 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국광복군과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활발히 활동했지만 해방 후에는 두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아내와 어머니로 살다 2007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책에는 지 여사가 노년에 직접 쓴 공책 세권 분량의 육필 회고록과 그가 언론 등에 발표하거나 일상에서 작성한 논설, 편지, 한시 등이 담겼다.
회고록은 지 여사가 태어나면서부터 1945년 해방 직전까지의 기록이다.
지 여사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만주를 떠돌며 유랑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민족교육운동에 헌신한 김창도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등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독립에 온 몸을 내던진 지 장군과의 눈물 나는 일화도 담담히 소개했다.
아버지를 오래 보지 못하다가 다섯살 때 다시 만나 "아저씨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부친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던 일, 학비가 없으니 시집을 가라고 한 부친에게 '아버지 도움 없이도 공부해 모든 것을 꿰뚫어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편지를 썼던 일 등이 회고록에 담겼다.
이 밖에 개천절 때 동포들이 음식을 추렴해 마을잔치를 벌였던 일, 1931년 만주사변 직후 중국 패잔병들이 벌인 갖은 악행, 동포들 사이에서 드러난 지역감정 등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힘겨웠던 여러 이야기가 수록됐다.
지 여사가 발표한 글 중 대표적인 것은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 창간호(1941년 2월)에 실은 '대시대는 왔다, 한국 여동지들아 활약하자!'라는 제목의 논설이다.
그는 이 논설에서 '민족 해방을 위해서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한국 민족은 다 같이 일어나 힘을 뭉쳐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성 동포들도 조국을 해방하고 신국가를 건설할 신예 부대라는 것을 한국 사람은 다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여성들의 애국 정신을 북돋웠다.
지 여사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고, 작고한 뒤인 2012년 5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지 여사의 큰아들인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머니가 노년에 외할아버지의 일대기를 책으로 내고 당신의 삶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셨는데 전자는 이뤘지만 후자는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고자 책 편찬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과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힘겨웠던 삶이 담겨 있다"며 "이 책을 읽고 우리 국민이 독립운동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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