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증언' 최초보도 전 日기자 "역사 사실 밝힌 것"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3 17: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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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첫 기자회견…"지난해부터 협박 심각해졌다"
양국 정부에 관계개선 촉구…일본 언론, 불쾌한 심경 드러내
△ 기자회견하는 우에무라 다카시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전 아사히 신문 기자인 우에무라 다카시 호쿠세이대 강사가 3일 오후 서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도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우에무라 다카시는 지난 199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출신인 김학순 할머니가 겪은 고통을 최초로 일본 아사히신문에 기사화한 인물이다. 2015.8.13 saba@yna.co.kr

'위안부 증언' 최초보도 전 日기자 "역사 사실 밝힌 것"

한국서 첫 기자회견…"지난해부터 협박 심각해졌다"

양국 정부에 관계개선 촉구…일본 언론, 불쾌한 심경 드러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최초로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朝日) 신문기자는 "한국을 위해 기사를 쓴 것이 아니다. 역사의 사실을 밝히기 위해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위안부 기사를 쓴 이후 지속적으로 협박에 시달렸음을 증언하면서 "나는 한국 정부의 앞잡이가 아니며 역사적 사실을 기사로 쓴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피해자인 김학순(1997년 작고) 씨에 대한 구술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1991년 8월 11일 아사히신문에 그의 증언을 최초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가 나간 후 그는 일본 극우 세력에게 '날조 기자', '매국노'라는 비난과 협박에 시달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오는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여성가족부 주최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 차 방한한 우에무라 전 기자가 자청해 연 것이다.

그가 한국에서 군위안부 기사를 쓰게 된 경위와 자신이 받는 협박에 대해 증언하는 자리를 가진 건 이번 처음이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보도 이후 협박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자신의 기사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한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의 보도가 나간 후 그 강도가 훨씬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또 "나뿐만 아니라 한국인인 아내와 18세 딸까지 협박하고 있다"며 "심지어 협박장에 딸의 실명을 거론해 딸이 등하교할 때 경찰이 경비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비방한 언론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우에무라 전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한 자긍심과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기사를 썼을 것"이라며 "그 기사로 공격을 받았지만 반대로 응원해주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현재 호쿠세이가쿠엔(北星學園) 대학의 비상근 강사로 일하면서 한국,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학생들에게 일본사회 문화를 가르친다.

일본의 극우세력은 이 대학에 우에무라 전 기자를 해임하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넣고 있고, 이 때문에 지난해 해당 학교에서 우에무라 전 기자를 재고용하지 않으려다가 다시 마음을 바꾼 일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제자 1명이 일본어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대학이 나 때문에 공격받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한 적 있다"며 "당시 그 학생은 대학이 우익세력의 협박에 밀려 선생님을 그만두게 한다면 일본 언론은 자유를 잃는 것이라고 말해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한일관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현재 한국과 일본은 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돼야 위안부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일본 언론도 다수 참석했는데 일부 언론은 우에무라 전 기자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산케이(産經)신문의 한 기자는 "언론인이 명예회복을 위해 상대 언론을 명예훼손으로 제소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날 회견이 정부 산하재단에 장소를 빌려 열린 것을 두고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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