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레드닷 어워드' 자랑…"검증 필요" 지적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3 0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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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SKT, 콘셉트부문 최고상…"디자인 역량 인정받아" 홍보
△ KT가 올해 레드닷 어워드 콘셉트 디자인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폰브렐라'.

국내 기업들 '레드닷 어워드' 자랑…"검증 필요" 지적

KT·SKT, 콘셉트부문 최고상…"디자인 역량 인정받아" 홍보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최근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앞다퉈 자랑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업들은 이번에 수상한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가 세계 3대 공모전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저마다 자사 디자인 역량을 세계 무대에서 검증받은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레드닷 어워드가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는 한국 대기업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레드닷 어워드는 매년 콘셉트, 제품, 커뮤니케이션 등 3개 부문의 디자인 상을 준다. 부문에 따라 시상 시기와 심사위원 등이 다르다. 홈페이지도 구분돼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은 주로 콘셉트 디자인 부문의 수상이었다. 올해 시상식이 다음달 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3개 부문 중 가장 임박했다.

KT[030200]는 이 부문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편리한 우산인 '폰브렐라'로, SK텔레콤[017670]은 카이스트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 교실 '박스쿨'로 각각 최고상(Best of the Best)를 받았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 대기업들이 매년 이 부문에서 유독 월등한 성적을 거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작년 '레드닷 디자인 랭킹' 상위 15위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이 7곳이나 됐다. LG전자[066570]가 2위, 현대건설[000720]이 3위, LG하우시스[108670] 디자인 센터가 5위, KT가 8위를 각각 차지했다.

랭킹 상위 15위 기업은 한국, 중국, 대만 3개국 기업 뿐이었다. 디자인 강국인 독일에서 열리는 공모전으로 소개됐지만 이 부문 시상식과 전시는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사실상 아시아 일부의 잔치인 셈이다.

특히 주최 측은 한국인 디자이너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하고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한 한편 한국어로 된 디자인 설명을 번역 없이 출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한국 기업을 배려하기도 했다.

콘셉트 디자인 부문에 출품하는 기업이 주최 측에 매년 적지 않은 비용을 내는 것도 소비자들은 모르는 사실이다.

10인 이상 기업이 디자인을 출품하려면 건당 36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수상 기업은 트로피와 상장, 연감 수록료, 시상식 입장료 등으로 최소 176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시제품 관리비, 운송비는 별도이고 환불은 안 된다.

물론 레드닷 어워드가 세계 3대 공모전으로 꼽히고 한국 기업의 디자인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학계도 인정한다.

장중식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 교수는 "국내 공모전과 비교하면 본상까지 올라가기 쉽지 않다"며 "한국 기업이나 대학이 관심을 갖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레드닷 어워드를 매개로 한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은 지나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외 공모전 수상을 두고 세계적인 인증을 받은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후진적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디자인 교수는 "맛집 소개 방송에 나왔다고 간판 걸어놓고 장사하는 음식점을 연상케 한다"며 "'좋은 디자인'이라는 상징이 남용된 부분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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